연결돼 있지만 외로운 장병들

입력 2026. 08. 11   15:16
업데이트 2026. 08. 1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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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주 중령 육군5보병사단 법사
손영주 중령 육군5보병사단 법사


휴대전화 사용시간이 되면 생활관 풍경이 달라진다. 장병들은 저마다 스마트폰을 들고 가족과 친구에게 연락하거나 영상과 SNS를 살펴본다. 군종실에서 장병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한 가지 역설을 발견한다. 언제든 누군가에게 연락할 수 있는 시대인데도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사람이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장병이 적지 않다. 우리는 수많은 사람과 연결돼 있지만, 때로는 그 어느 때보다 깊은 외로움을 느낀다.

스마트폰은 군 생활에 많은 도움을 준다. 힘든 하루를 보낸 장병에게 익숙한 사람과의 통화는 큰 위로가 된다. 스마트폰 자체가 외로움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화면 속 연결이 마음의 연결까지 대신해 줄 수 있다고 믿을 때 시작된다. 하지만 화면에 나타난 모습은 한 사람의 삶 전체가 아니다. 대부분은 가장 행복하고 보기 좋은 순간을 골라 보여 주는 장면이다. 타인의 빛나는 한순간과 자신의 힘겨운 일상 전체를 비교하면 마음은 쉽게 지치고 작아진다.

불교에서는 모든 존재가 홀로 살아가는 게 아니라 수많은 원인과 조건에 의지해 존재한다고 가르친다. 이를 ‘인연’이라고 한다. 한 사람의 오늘은 가족과 친구, 전우와 지휘관, 수많은 사람의 도움과 관계 속에서 이뤄진다. 지금 부대에서 함께 생활하는 전우 역시 우연히 스쳐 가는 사람이 아니라 서로의 군 생활을 지탱해 주는 소중한 인연이다. 스마트폰에 몰입할수록 가장 가까이 있는 인연을 놓치기 쉽다.

우리는 인연을 흔히 좋은 사람을 만나는 일로만 생각한다. 그러나 참된 인연은 이미 곁에 있는 사람을 소중히 대하는 데서 시작된다. 힘든 전우를 외면하지 않고, 서로의 부족함을 이해하며, 함께 견뎌 주는 과정에서 전우애도 깊어진다.

불교 수행의 출발은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지금 마음이 불안한지, 외로운지, 화가 나 있는지를 있는 그대로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 감정을 억누르거나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자신의 마음이 무겁다면 혼자 견디지 말아야 한다. 믿을 만한 전우와 지휘관, 군종장교, 병영생활 전문상담관에게 얘기해야 한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약함을 드러내는 행동이 아니다. 자신의 마음을 지키고 다시 임무에 집중하기 위한 용기 있는 선택이다.

오늘 잠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옆에 있는 전우에게 먼저 물어보면 어떨까.

“오늘 하루 정말 괜찮았습니까?”

그 한마디가 외로운 전우의 마음을 밝히고, 서로를 지켜 주는 소중한 인연의 시작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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