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는 저작권 정책이 필요하다

입력 2026. 08. 11   15:16
업데이트 2026. 08. 1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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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세명대학교 미디어콘텐츠창작학과 교수
김기태 세명대학교 미디어콘텐츠창작학과 교수


디지털미디어 시대가 깊어 갈수록 아날로그 시절의 그리움도 함께 깊어 간다. 원본에 대한 아우라(aura)가 이른바 ‘짝퉁’의 틈바구니에서 실종된 지 오래다 보니 디지털 세상이 빚어내는 완벽하지만 무미건조한 화려함보다 울퉁불퉁할망정 정감 넘치는 할머니 손길이 그리워지곤 한다.

디지털미디어 환경에서 저작권은 보호만을 강조하다 보면 저작물 접근을 원천적으로 막거나 저작권법이 보장하는 ‘사적 이용을 위한 복제’까지 규제하게 된다. 오프라인 서점에서 우리는 책을 복제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그 내용에 접근할 수 있지만, 디지털 환경에선 특정 저작물에 접근해 내용을 확인하는 것 자체가 복제행위를 수반하게 마련이다. 아울러 과거의 저작권은 주로 영리 목적의 대량 복제를 규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보호할 수 있었다. 오늘날 저작권은 보호의 한계가 여기저기서 노출된다. 디지털 기술은 눈부시게 진보하는 반면 우리 의식은 여전히 무단복제 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위험성을 줄이려면 우선 저작권 보호의 당위성을 누구든지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초등학교에서부터 저작권 보호를 생활화할 수 있어야 하며, 정당하고도 공정한 인용방식을 가르쳐야 한다. 온라인상에서도 저작권을 존중하는 풍토가 누리꾼들 사이에 정착돼야 한다. 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지식과 정보를 기록·보존하고, 누구든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체계화하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저작권자들 역시 이용자 편의 증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예컨대 저작권자가 저작물 사용조건을 미리 제시함으로써 이용자가 저작권자에게 따로 허락을 구하지 않고도 창작물을 쓸 수 있게 한 일종의 오픈 라이선스로서의 ‘CCL(Creative Common License)’ 같은 것을 적극 활용하면 어떨까. “영리 목적의 이용이 아니라면 출처를 명시하고 자유롭게 써도 좋다”거나 “사용 허락을 얻으려면 반드시 연락해 달라”는 표시를 하는 등 저작권자들이 적극적으로 자기 권리에 관해 구체적인 판단을 해 줌으로써 이용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배려하면 좋겠다. 이를 위해 저작물을 다른 사람이 일정한 조건에 따라 이용하는 것을 손쉽게 해 주는 동시에 저작자의 뜻이 왜곡되지 않도록 다양한 라이선스 표시방식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고의성이 없거나 우발적인 저작권 침해의 경우 관용을 베풀고 악의적·고의적이면서 영리 목적이 강한 저작권 침해는 일벌백계 차원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등 강력한 조치가 시행돼야 한다.

요사이 우리 사회를 지배 중인 디지털 세상과 관련한 환상에 “과연 그럴까?”라는 의문으로 돌아가 보자. 인간 그 자체는 분명 아날로그요, 사상과 감정 또한 아날로그에 가깝다. 그것을 제어하거나 통제하는 능력에 있어 정형화된 디지털은 범접할 여지가 없다. 기술은 어디까지나 인간 생활의 수단으로 기능해야 한다. 그것이 인간의 우위에 자리 잡는 날 인간성은 말살된다. 인공심장을 달았다고 사람이 로봇이 될 순 없는 노릇이다. 마찬가지로 책이 디지털화한다고 그 내용까지 기술 종속적일 순 없다. 다만 인공지능(AI)에 의해 이뤄지는 창작활동의 합리적 규율방안을 마련하는 등 새로운 저작권 환경에 대응하려는 노력은 계속돼야 할 것이다.

저작권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한 문화의 산물이다. 문화는 곧 우리 스스로 창조하고 면면히 계승하는 것이다. 그것의 주체 또한 우리 인간이다. 앞으로 복제를 포함한 디지털 기술은 점점 발전해 나갈 것이고, 저작물의 양상 역시 날로 다양해질 것이다. 저작권을 보호하고 창작 욕구를 지속적으로 북돋우려는 노력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저작권법이 추구하는 문화 및 관련 산업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홍익인간형 저작권 정책이 필요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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