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 독 (2016)
감독: 토드 필립스
출연: 조나 힐(에프라임 디베롤리), 마일즈 텔러(데이비드 패커즈), 브래들리 쿠퍼(헨리 지라드), 아나 데 아르마스(이즈)
이라크·아프간 전쟁으로 커진 미 군수 사업
노트북 하나로 따낸 2억9800만 달러 계약
원산지 둔갑 등 두 청년의 무기 거래 실화
웃음 뒤 불편한 진실…군수시장 허점 드러내
“무기거래는 국제적으로 이뤄지는 모든 거래 중에서 가장 부패하고 무책임한 행위다. 이는 고위급 정치인, 방산업체 임원, 군 고위급 인사, 그리고 대부분 비윤리적인 중개인의 비밀스러운 공모에 의해 이뤄진다. 이들은 잘못된 행위에 대해 사실상 처벌받지 않은 채 자신들만의 세계에서 살아간다.”
『어둠의 세계』, 앤드루 파인스타인 지음, 오월의봄 펴냄
|
전쟁은 누군가(?)에겐 최고의 사업
2007년 1월, 미국은 두 개의 전쟁을 동시에 치르고 있었다. 이라크에서는 종파 내전이 폭발했다. 2006년 2월 시아파 성지 사마라 황금사원이 폭파됐고, 수니파와 시아파가 서로를 죽이는 내전으로 번졌다. 한때 부시 대통령이 항공모함 갑판 위에서 ‘임무 완수’를 선언한 것이 불과 4년 전이었다. 그러나 2007년 이라크는 임무 완수와 거리가 멀었다. 미국은 병력 3만 명을 추가 증파하는 서지 전략을 발표했다. 이라크전이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는 동안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사라진 줄 알았던 탈레반이 돌아오고 있었다. 미국의 관심이 이라크로 이동하는 동안 탈레반은 파키스탄 접경지역에서 조직을 재건했다. 아프가니스탄은 ‘잊힌 전쟁’으로 불렀다. 탈레반에게는 잊힌 전쟁이 아니었다. 2006년에는 자살폭탄 공격만 130건에 달했다.
미국이 선택한 전략은 하나였다. 두 나라의 군대를 빠르게 키워 전쟁을 대신 맡기는 것. 그러나 군대를 만드는 데 필요한 것은 애국심만이 아니었다. 총과 탄약이었다. 특히 아프가니스탄군이 사용하던 무기는 소련제 AK 계열 소총이었다. 미국산 M16 체계로 즉시 전환시킬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세계 최강의 군대가 역설적인 상황에 놓였다. 적성국이 개발한 소총을 위한 탄약을 전 세계에서 구해야 했다.
전쟁이 커질수록 조달 시장도 커졌다. 2007년부터 2008년 상반기까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집행한 계약 금액이 339억 달러에 달했다. 미 국방부는 대기업 독점을 줄이고, 중소기업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군수품 입찰을 온라인에 공개했다. 취지는 좋았다. 그러나 그 문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것은, 아무에게나 열려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 문을 발견한 것은 마이애미의 두 청년이었다. 데이비드 패커즈(마일즈 텔러)는 스물다섯 살의 마사지 테라피스트였다. 에프라임 디베롤리(조나 힐)는 스물한 살이었다. 이라크에서는 미군 병사들이 총격전을 벌이고,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탈레반이 돌아오고 있는 그 시각, 두 청년은 마이애미 아파트에서 반바지를 입고 에너지 음료를 마시며 전쟁에 들어갈 총알 가격을 흥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2007년 1월, 미 육군이 아프가니스탄군에 공급할 AK 계열 탄약과 군수품을 조달하는 2억98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공개 입찰에 부쳤다. 스물한 살의 에프라임은 즉시 움직였다.
노트북으로 전쟁에 뛰어든 두 청년
영화 ‘워 독’은 이 황당하면서도 실제로 벌어진 이야기를 정면으로 다룬다. 감독 토드 필립스는 행오버 시리즈로 알려진 감독이다. 그의 손을 거친 이 전쟁 이야기는 무겁지 않다. 빠르고 유쾌하며 때로는 어이없다. 그러나 그 웃음 뒤에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영화는 마이애미 해변의 청년 데이비드 패커즈의 시선으로 시작한다. 마사지 테라피스트로 일하던 그는 고향 친구 에프라임 디베롤리를 오랜만에 만난다. 에프라임은 ‘AEY’ 회사를 통해 미 국방부 군수품 입찰로 돈을 벌고 있다. 대형 방산업체들이 눈길도 주지 않는 소규모 계약들을 그는 ‘찌꺼기’라고 부른다. 찌꺼기가 쌓이면 큰돈이 된다. 데이비드가 합류하고, 두 사람은 아파트에서 노트북으로 입찰 공고를 뒤지며 계약을 따낸다.
그리고 역대 최대 기회가 온다. 미 육군이 아프가니스탄군에 공급할 AK 계열 탄약과 각종 군수품을 조달하는 계약을 공개 입찰에 부친 것이다. 에프라임은 알바니아의 낡은 창고에 수십 년간 쌓여 있던 냉전시대 탄약을 찾아낸다. 경쟁자들이 맞출 수 없는 가격을 제시한다. AEY가 낙찰된다. 스물한 살의 청년이 2억9800만 달러짜리 미국 정부 계약을 따낸 것이다. 그러나 알바니아 창고의 탄약 중 상당량이 중국산. 계약서에는 중국산 탄약을 사용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에프라임의 결론은 단순하다. 중국산 표시가 적힌 포장을 제거하고 알바니아산 포장으로 교체하면 된다. 범죄의 시작이다.
조나 힐이 연기하는 에프라임은 탐욕스럽고 카리스마가 넘친다. 마일즈 텔러의 데이비드는 양심과 욕심 사이를 오간다. 브래들리 쿠퍼가 연기하는 국제 무기상 헨리 지라드는 이 세계의 어두운 층을 상징한다. 영화는 두 사람의 출세와 몰락을 빠른 속도로 보여주면서 시스템의 허점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인간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러나 씁쓸하게 담아낸다. 결말은 현실에서도 같았다. 2008년 뉴욕타임스가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에프라임은 사기 공모 혐의로 유죄를 받아 징역 4년을 선고받는다. 데이비드는 수사에 협조해 7개월 가택연금에 그친다. 영화가 각색한 부분도 있다. 두 사람이 트럭으로 이라크 바그다드까지 이동한 장면은 사실이 아니다. 실제 그들의 전쟁터는 사막이 아니라 계약서와 이메일, 은행 계좌다. 어쩌면 그쪽이 이 영화의 주제를 더 정확하게 보여주는 전쟁터인 셈이다.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전쟁이 사업이 될 때…현실이 된 아이젠하워의 경고
1961년 1월 17일, 드와이트 아이젠하워가 퇴임 연설을 했다.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끈 연합군 최고사령관이자 34대 미국 대통령. 그가 백악관을 떠나면서 남긴 말은 전쟁 영웅의 작별 인사가 아니었다. 경고였다. “군산복합체의 부당한 영향력 획득을 경계해야 한다.” 직업 군인 출신인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군대와 무기산업의 유착을 경고했다는 것 자체가 역설이었다.
아이젠하워의 경고는 현실이 됐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이후 미국의 군수 조달 시장은 폭발적으로 커졌다. 병참, 수송, 급식, 경비, 건설까지 민간업체에 맡겼다. 전쟁이 거대한 시장이 됐고, 그 시장의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었다. 에프라임 디베롤리와 데이비드 패커즈는 그 문을 발견한 것뿐이었다. 그런데 이 시장의 허점은 AEY 사건 하나에 그치지 않았다. 이라크 정부는 영국 업체 ATSC가 판매하는 폭발물 탐지기 ADE 651을 대량 구매해 전국 검문소에 배치했다. 이 장비는 원가 20달러짜리 골프공 탐지기를 개조한 것이었다. 배터리도, 폭발물을 탐지할 만한 전자장치도 없었다.
사실상 손잡이에 회전 안테나를 붙인 탐지봉에 불과했다. 개당 최대 4만 달러에 7000개 이상이 팔렸다. 이라크가 이 장비에 쏟아부은 돈은 8500만 달러가 넘었다. 그사이 이라크 검문소에서는 이 가짜 탐지기를 통과한 차량폭탄이 터졌다. 재판부는 그에게 ‘손에 피를 묻혔다’고 질타하며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AEY가 원산지를 속인 탄약을 납품했다면 ADE 651은 아무 기능도 없는 장비를 폭탄탐지기라고 속여 납품한 사건이었다. 구조는 같았다. 계약 담당자는 서류를 확인했지만 물건은 확인하지 않았다.
아이젠하워의 경고는 거대 방산업체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마이애미 아파트에서 노트북을 두드리던 스물한 살 청년도 그 시스템의 일부가 될 수 있었다. 전쟁이 사업이 되는 순간 사업의 논리가 전쟁을 지배하기 시작한다는 경고였다.
필자 김인기는 전자신문인터넷 미디어전략연구소장, 전자신문인터넷 온라인편집국장, 테크플러스 대표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영화 속 IT 교과서』가있다.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해당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