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 변곡점이 될 ‘한국판 코첼라’

입력 2026. 08. 10   15:38
업데이트 2026. 08. 1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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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노메논 페스티벌에 대한 고찰과 우려 

지난달 27일 열린 ‘2027년 패노메논 추진계획 발표’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공동위원장을 맡은 박진영(오른쪽)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7일 열린 ‘2027년 패노메논 추진계획 발표’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공동위원장을 맡은 박진영(오른쪽)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6 롤라팔루자’ 무대에 선 가수 제니. 사진=롤라팔루자 SNS
‘2026 롤라팔루자’ 무대에 선 가수 제니. 사진=롤라팔루자 SNS

 

‘2026 롤라팔루자’ 무대에 선 그룹 코르티스. 사진=롤라팔루자 SNS
‘2026 롤라팔루자’ 무대에 선 그룹 코르티스. 사진=롤라팔루자 SNS



정부 주도 내년 콘서트·팬덤 시상식 추진
심사기준·운영방식·장소 등 갈 길 멀어
설득력 있는 브랜드 구축 지속 성장 과제


“분명하게 돈이 벌릴 행사일 겁니다.” 지난달 27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린 ‘2027년 패노메논(Fanomenon) 추진계획 발표’ 자리에서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이 한 말이다. ‘팬(fan)’과 ‘현상(Phenomenon)’을 결합한 ‘패노메논’은 하이브, SM, JYP, YG 국내 4대 엔터테인먼트회사의 공동출자로 설립된 합작법인의 운영 아래 시상식과 축제를 결합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예고하고 있다.

이날 박 위원장과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025년 대통령 직속으로 출범한 해당 위원회가 K컬처 종합이벤트라는 이름으로 2027년 12월 2일부터 12일까지 11일간 창동 서울아레나와 고양 킨텍스에서 콘서트와 팬덤 시상식을 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해당 시상식은 K팝 비즈니스의 핵심인 팬덤의 한 해 활동량을 분석해 팬덤에게 트로피를 건네겠다는 점에서 독특한 지점이 있다. 또한 2028년부터는 5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를 시작으로 매년 봄 세계 주요 도시를 도는 ‘패노메논 페스티벌’을 연다. 이후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순회 개최해 K컬처를 해외에 알리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하겠다고 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추산 방문객 52만 명, 그중 외래 관광객은 20만 명이며 경제효과 1조 원을 기대하고 있다.

기획사가 손잡고 무대를 함께 꾸미는 일이 처음은 아니다. 1995년 시작한 드림콘서트, 2012년 미국에서 첫발을 떼 14개 지역에서 누적 관객 235만 명을 모은 케이콘(KCON)이 있다. 패노메논이 이들과 갈라지는 지점은 주체다. 서로 경쟁하던 4대 기획사가 정부 위원회 주도 아래 동일 지분으로 합작법인을 세워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를 받고 있다. 이들은 ‘패노메논 어워즈’에서 내년 연말 K팝 가수들의 콘서트와 e스포츠대회, 한국 영화와 드라마 공연, K컬처 비즈니스 전시 및 체험행사를 병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야심 찬 계획을 바라보는 시선은 차갑다. 시상식과 페스티벌 두 방향 모두가 비판의 대상이다. 팬덤 시상식부터 살펴보자. 한 해 동안 가장 뜨거웠던 팬덤을 조사·분석해 상위 10개 팀에 상을 준다고 한다. 심사기준과 운영방식이 없다. 투표와 소비가 얼마나 반영되는지, 국가별 팬덤을 어떻게 비교하는지, 디지털 지표에 익숙지 않은 중장년 팬덤은 어떻게 다룰 것인지 등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다. 팬덤의 피로감도 극에 달해 있다. 마마 어워즈, 골든디스크, 멜론뮤직어워드, 서울가요대상까지 연중 가요 시상식이 범람하는 가운데 팬들은 투표와 반복재생, 앨범 복수구매를 강요받고 있다. 국가가 자발적으로 가수를 향해 응원하는 애정을 공인된 경쟁으로 바꾸겠다는 포부가 얼마나 K팝 팬들에게 와닿을지 우려스럽다.

페스티벌에 관해선 할 말이 많다. 위원회가 언급한 코첼라와 롤라팔루자가 단지 유명하다는 이유로 모든 가수가 선망하는 무대가 된 게 아니다. 코첼라 페스티벌은 1993년 티켓 시장을 독점하던 티켓마스터에 반발한 록밴드 펄 잼이 찾아낸 캘리포니아 인디오 사막에서 인기 있는 가수 대신 재능 있는 음악가를 불러 모으고 편안한 페스티벌 경험을 선사하고자 하는 노력을 통해 오늘날 거대한 문화적 지위를 누리게 됐다. 1991년 롤라팔루자 역시 밴드 제인스 어딕션의 페리 패럴이 여러 문화적 행사와 당대 예술성을 갖춘 음악가들을 섭외하는 대안의 성격으로 첫발을 내디딘 이후 2005년 시카고에 정착하면서 성공했다. 두 페스티벌 모두 록 페스티벌의 문법이 지배하던 1990년대에 팝, 일렉트로닉, 재즈 등 다양한 음악가를 무대에 세우고 활발한 인터넷 소통과 국가별 확장이라는 대안을 제시했기에 오늘날의 위상을 확립했다.

패노메논은 어떤가. K팝 아티스트 외 해외 가수도 참여하는 공연이라는 설명이 얼마나 지켜질지 라인업을 살펴봐야겠지만, 한국을 세계에 알리겠다는 핵심 목표 아래 조직되는 축제가 얼마나 음악적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장소가 더 문제다. 2027년 상반기 준공이 목표인 서울아레나가 무사히 대중에 공개된다고 쳐도 첫해부터 서울아레나와 킨텍스를 오가더니 이듬해 봄에는 LA로 넘어가는 일정은 혼란스럽다.

특히 위원회가 간과하고 있는 점이 장소다. 코첼라는 1999년 이후 황량한 캘리포니아주 콜로라도 사막에서, 롤라팔루자는 2005년 시카고 그랜트파크에서 개최를 이어 오고 있다. 확고한 공간 그 자체가 페스티벌의 상징이자 경험 지표로 작용한다. “최정상급 아티스트들이 쓸 큰 규모의 공연장이 없다”는 위원회의 하소연은 와닿지 않는다. 공연장이 없는 게 문제가 아니다. 설득력 있는 브랜드 구축을 위한 노력 없이는 10만 명이 들어가는 공연장이 있어도 일회성 행사에 그칠 뿐이다.

정작 발표 자리에서 우리가 알게 된 정보는 거의 없다. 티켓 가격은 얼마인지, 세부 개최장소는 어떤지, 참여 아티스트는 누구인지 명확한 해석을 듣지 못했다. 재원계획도 없다. “어떤 재원을 갖고 그림을 그려 나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는 대답뿐이다. 코첼라 페스티벌이 처음 열리기까지 6년의 준비기간이 있었다. 롤라팔루자의 시행착오는 1991년부터 14년이 걸렸다. 개최를 16개월 앞둔 페스티벌인데 시간이 없다. 비대칭적 해석만 남아 있다. 투입은 미정인데 산출은 52만 명, 1조 원이라는 확정이다.

박 위원장은 발표 내내 “많이 도와달라”고 읍소했다. 도움이 절실한 축제는 따로 있다. 적은 지원과 글로벌 축제라는 명분 아래 수많은 어려움과 고난에도 10만 명 이상 관객을 동원하는 한국의 음악축제다. 팬들은 미국 진출 역사나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린다는 거창한 무용담이 궁금하지 않다. 자본과 권력을 가진 기획자들의 역할은 K팝이 안고 있는 모순을 포용하고, 대중음악계 전체와 활발히 소통해 한국 대중음악 전체의 저력을 키우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주도하는 것이다. 구체적 로드맵, 위원장직과 기업의 이해가 겹치는 구조에 대한 제도적 차단, 팬을 측정 대상이 아니라 발언 주체로 대하는 절차를 보완하는 패노메논이 아니면 성공은 요원하다. 현상은 만드는 게 아니다. 일어나는 것이다.


필자 김도헌은 대중음악평론가다. 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와 편집장을 역임했다. 한국대중음악상 심사위원이다. 음악채널 제너레이트(ZENERATE) 유튜브와 팟캐스트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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