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육군을 만드는 힘 '일깨움'
① 사람을 깨우면 육군이 강해진다
② 관계의 장: 나는 누구를 위해 군복을 입었는가
③ 교육의 장: 주입식에서 스스로 깨닫는 교육으로
④ 성장의 장: 군 복무를 멈춤 아닌 성장의 시간으로
토의·소통하며 헌법·군인 사명 이해
첨단기술 활용해 실제 전장 체험도
‘전달자 아닌 안내자’ 간부 역할 변화
지식의 양보다 실천하는 교육 목표
가상현실(VR) 기기를 착용한 훈련병의 눈앞에 포연 자욱한 전장이 펼쳐진다. 6·25전쟁의 대표 혈전 중 하나인 다부동전투 한복판이다. 옆 공간에서는 훈련병들이 5면 파노라마 시설에서 현대전의 안보 위협을 체감하고 있다. 육군훈련소가 최근 도입한 실감형 정신전력교육 모습이다. 단순히 신기술을 접목한 데 그치지 않는다. 군인의 임무를 머리로 아는 데서 나아가 ‘내가 왜 이 전투복을 입었는지’를 느끼고 새기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 질문이 바로 육군이 추진하는 일어나 깨어 움직이자(일깨움) 정책의 두 번째 영역 ‘교육의 장’이 지향하는 지점이다. 글=이원준/사진=조용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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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우는 헌법에서 이해하는 헌법으로
장병들은 복무 중 국가관·대적관·군인정신을 비롯해 군인으로서 갖춰야 할 가치와 지식을 배운다. 하지만 들은 내용을 기억하는 것과 그것을 자신의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다른 문제다. 암기한 내용과 자신이 왜 그것을 지켜야 하는지 이해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교육의 장은 이 간극을 좁히는 데서 출발한다.
교육의 장은 장병들이 군인으로서 알아야 할 내용을 일방적으로 전달받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이 지키는 가치와 수행하는 임무의 의미를 생각하고 깨닫도록 하는 과정이다. 대표적인 게 ‘민주주의와 헌법수호’ 교육이다. 국군의 사명은 헌법에 근거한다. 그러나 육군이 이 교육에서 강조하는 것은 조항 암기가 아니다. 국군이 국민의 군대로서 존재하며, 충성의 대상이 궁극적으로 국민을 향한다는 사실을 자신의 임무와 연결 짓도록 하는 데 방점이 있다. ‘내가 지키는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인가’ ‘군인에게 주어진 권한과 책임은 누구를 위해 쓰여야 하는가’를 묻고 답하게 하는 것이다.
육군은 올해 집중정신전력교육에 ‘민주주의와 헌법수호’ 교육을 필수과정으로 반영했다. 실제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을 놓고 토의하며 군인으로서 어떤 판단과 행동이 필요한지를 생각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둔다. 장병 스스로 군인의 사명과 헌법적 가치를 이해하고, 임무현장에서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세우는 것이 교육 목표다.
첨단 기술이 만드는 몰입, 소통이 만드는 참여
최첨단 무기와 전투기술만으로는 전장에서 흔들리지 않을 수 없다. 국가관·대적관·군인정신이라는 정신적 요소가 필요한 이유다. 육군은 정신전력교육을 실제 임무·전투상황과 밀접하게 연결하는 방향으로 바꾸고 있다. 정신전력 발현을 위한 영상교재와 교육장비를 패키지로 구성해 올해 각급 부대에 보급했고, 장병들이 가상의 전장상황에서 직접 판단하고 대응방법을 모색하는 보드게임형 교육교재 ‘Will to Fight’도 개발해 활용 중이다.
교육방식의 변화를 이끄는 또 하나의 축은 기술이다. 육군은 ‘AI 기반 구술평가체계’로 장병이 학습 내용을 자기 말로 설명하도록 한다. 정해진 답을 고르는 방식이 아니라 개념을 제대로 이해했는지를 언어로 확인하는 방식이다. 지난해부터 시범부대를 운영하며 학습 데이터를 축적 중이다. 육군훈련소에 구축된 VR·파노라마 교육시설도 첨단 기술을 활용한 몰입형 교육 사례다.
기술만이 전부는 아니다. 인터랙티브 교보재를 활용한 교육은 주제별 짧은 칼럼과 일깨움 사례를 바탕으로 장병들이 토의하고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교육 내용을 자기 경험과 임무에 연결해 생각하고, 전우와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군인의 사명·가치를 구체화하는 것이다. 이 모든 변화가 지향하는 목적은 같다. 장병들이 수동적으로 듣는 데서 벗어나 질문하고 답하며, 자신의 이해 수준을 확인하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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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부도 공간도 달라져야 한다
교육방식이 바뀌면서 정신전력교육을 담당하는 간부 역할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 교관이 내용을 정확히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장병이 생각하고 토의하도록 이끄는 역할까지 함께 맡는다. 질문을 던지고, 의견을 경청하며, 토의로 핵심을 짚어 주는 역량이 요구되는 것이다.
육군은 현장교육 역량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정신전력 솔버톤 경연대회’를 하고 있다. 지휘관과 정훈장교 등 교육현장 간부들이 팀을 꾸려 문제를 분석하고, 발표·토론으로 장병의 참여·공감을 이끄는 교육방안을 발굴하는 자리다. 교육의 장에서 간부는 더 이상 지식을 전달하는 교관이 아니라 장병이 스스로 깨닫도록 질문을 던지는 안내자에 가깝다.
교육내용·방식만큼 공간도 중요하다. 책상과 의자가 한 방향을 바라보는 강의식 공간에서는 일방적인 설명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반면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공간에선 토의와 참여형 교육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육군은 병영공간 혁신사업과 연계해 정신전력교육과 독서, 문화예술 활동을 같이할 수 있는 복합공간을 조성 중이다. 평소 책을 읽고 자료를 찾아보며 전우와 생각을 나누는 열린 공간을 지향한다.
생각하고 참여하고 실천하는 교육
교육의 장이 목표하는 것은 지식의 양이 아니다. 헌법 조항을 외우는 것보다 중요한 건 군인이 왜 그 가치를 지켜야 하는지 이해하는 일이고, 군인정신을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어려운 상황에서도 임무를 끝까지 완수하는 행동이다.
외우는 교육에서 생각하는 교육으로, 듣는 교육에서 참여하는 교육으로, 강의실에서 끝나는 교육에서 임무현장의 행동으로 옮기는 교육이 필요하다. 교육의 장은 장병 한 사람 한 사람이 군인의 사명과 가치를 깨닫고, 어떤 상황에서도 올바르게 판단하며, 임무를 완수하는 전투원으로 성장하도록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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