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물류 전 과정 자동화시대, 전투력 아끼고 스마트 더했다

입력 2026. 08. 07   18:18
업데이트 2026. 08. 0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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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종합보급창 스마트창고 가보니…

1등급 스마트 창고 발전 땐 장병을 핵심 작전 임무로
차량 접근 어려운 산악·고립지역엔 수송용 드론 띄워
열쇠 없는 육군 만들기 프로젝트로 휴먼 에러도 지워

지난 7일 세종시 부강면 육군종합보급창 스마트 창고에서 팰러타이징 로봇이 기계 팔을 뻗어 물자를 들어 올리고 있다.
지난 7일 세종시 부강면 육군종합보급창 스마트 창고에서 팰러타이징 로봇이 기계 팔을 뻗어 물자를 들어 올리고 있다.


윙윙거리는 낮고 규칙적인 기계음만이 귓가를 맴돌았다. 흔히 ‘군대 보급창고’를 떠올리면 수많은 장병이 일렬로 늘어서서 무거운 상자를 릴레이로 나르며 땀방울을 흘리는 풍경이 연상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난 7일 찾아간 세종시 육군종합보급창 스마트 창고는 낯설 만큼 고요하고 정교했다. 로봇 팔과 스스로 길을 찾아 움직이는 무인 장비들이 축구장 크기의 거대한 물류센터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힘든 수작업이 지워진 자리에 인공지능(AI)과 로봇기술이 채워진 육군의 스마트 군수 현장. 미래 전장의 승패를 좌우할 군수혁신의 생생한 가동 현장을 살펴봤다. 글=조수연/사진=이윤청 기자


“아낀 병력 1400시간은 핵심 전투력으로”

사람의 인기척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거대한 창고 안. 천장에 달린 3D 비전 카메라가 보급품의 형상과 위치를 매의 눈으로 스캔하자, 육중한 팰러타이징 로봇이 기계 팔을 뻗어 무거운 물자를 번쩍 들어 팰릿 위에 오차 없이 얹었다. 그 옆에서는 박스 제함용 협동로봇이 종이를 척척 접어 포장박스를 만들어내고, 소포장 로봇이 그 안에 꼼꼼하게 물건을 담고 있었다. 사람의 손길 없이도 14.5톤 트럭에서 물건을 내리는 하화 공정부터 포장과 적재까지 스스로 척척 해내는 광경은 마치 거대한 SF영화 세트장 같았다.

현재 육군은 보급품 수요를 예측하는 ‘AI 군수지원 소요산정 모델’을 운용 중이다. 1보급단은 기계화율 50%에 달하는 2등급 스마트물류센터를 가동하고 있다.

우리 군이 물류를 이토록 스마트화하는 진짜 이유는 인건비를 줄이려는 민간 스마트팩토리와는 궤를 달리한다. 2등급 창고가 1등급으로 발전하면 그동안 무거운 짐을 나르던 3~4명의 장병을 즉각 핵심 작전 임무로 돌릴 수 있다. 이를 시간으로 환산하면 장병 한 명이 하루 8시간씩 꼬박 반년 넘게(약 175일, 약 1400시간) 박스만 날라야 하는 엄청난 노동력이다.

피땀 어린 시간을 전투력 발휘에 오롯이 쏟아부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정비 분야 역시 장비 상태를 스스로 분석해 고장을 예측하는 ‘상태기반정비체계’로 진화하고 있다. 전시엔 민간 지원을 통해 정비 소요를 즉각 보장받는 성과기반군수지원(PBL) 계약 역시 훈련을 통해 주기적으로 검증하고 있다.


운송차량에 컨테이너를 결합하는 PLS체계 시연 모습.
운송차량에 컨테이너를 결합하는 PLS체계 시연 모습.


산꼭대기엔 드론이 쌩… 전천후 기동 군수

물류창고 밖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험준한 산악지형의 한계를 뛰어넘는 ‘기동화’ 장비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현장에서 ‘육군 군수는 이 장비 도입 전후로 나뉜다’는 찬사를 받는 운송차량과 컨테이너 결합시스템(PLS) 차량 시연은 압권이었다.

거대한 트럭 뒤로 다가가자 기계 장치가 유연하게 움직이더니, 묵직한 물자가 담긴 팰릿과 컨테이너를 통째로 척척 들어 올렸다. 마치 거대한 서랍장이 통째로 트럭 위에 올라타는 듯한 모습이었다.

모듈화된 서랍형 적재함 안에는 일반 물자부터 수리 부속, 심지어 무거운 탄약까지 종류를 가리지 않고 꽉꽉 채워져 있었다. 수많은 장병이 달라붙어 짐을 내리고 싣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단 한 대의 차량이 거대한 서랍을 통째로 싣고 내리며 전천후 보급을 완수하는 셈이다.

탑재중량 40㎏급 멀티콥터형 수송용 드론이 전시돼 있다.
탑재중량 40㎏급 멀티콥터형 수송용 드론이 전시돼 있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자원과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기반으로 소규모 지역에서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전력망 체계인 이동형 ‘마이크로 그리드’.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자원과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기반으로 소규모 지역에서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전력망 체계인 이동형 ‘마이크로 그리드’.


공중재보급 수단의 다변화도 놀라웠다. 차량 접근이 어려운 산악이나 고립 지역에는 탑재중량 40㎏급 수송용 드론이 날아오른다. 여기서 40㎏은 각종 탄약이나 식량 한 박스의 평균 무게(약 38㎏)를 고려한 수치다. 험준한 고지대 전방부대까지 단번에 물자를 ‘로켓배송’ 하기 위한 실전적인 잣대다.

전시 상황을 가정한 극한의 생존 대책인 ‘마이크로 그리드’ 체계도 구축 중이다. 유사시 전력이 끊긴 지역으로 진출했을 때 부대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생산·공급하는 자립형 전원망으로, 올해 연말 상무대에 시범 구축을 완료할 예정이다.


웨어러블 로봇 시연 장면.
웨어러블 로봇 시연 장면.



스마트폰 대면 탄약고가 ‘찰칵’… 뼈아픈 휴먼 에러 지우는 AI

“열쇠 불출 대장 적고 가겠습니다!”

무기고나 탄약고를 열기 위해 간부들이 열쇠 꾸러미를 들고 행정반을 오가던 번거로운 일상도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육군은 총기·탄약 관리 방식을 디지털 인증 방식으로 개편하며 ‘열쇠 없는 육군’을 향해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날 현장에서는 모바일업무수행체계(AMOS)가 깔린 스마트폰을 활용한 혁신적인 시연이 펼쳐졌다. 겉보기엔 일반 자물쇠처럼 생긴 NFC 자물쇠에 인가된 스마트폰 뒷면을 갖다 대자 ‘찰칵’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잠금장치가 풀렸다.

과거 열쇠 이원화 규정을 임의로 어기거나 온정주의로 문을 열어주다 발생하던 인적 오류(휴먼 에러)를 시스템적으로 차단한 것이다. 복잡했던 수기 출입대장 역시 디지털 로그 기록으로 대체돼 간부들의 피로도를 덜어준다. 이 체계는 현재 9보병사단을 포함한 3개 부대에 시범 적용 중이다.

이러한 AI 기반 혁신은 전방 경계작전에서도 진가를 발휘한다. 해안 GOP 작전 때 기존 동작센서가 나뭇가지 등에도 반응해 잦은 오인 출동을 유발했던 한계를 극복했다. 이제는 고도화된 AI가 화면 속 객체를 자세히 분석해 사람인지, 야생 고라니인지 정확히 식별해 상황실에 알린다.

인간의 피로와 실수를 첨단기술이 든든하게 메워주며 소중한 인력을 전투 준비에 집중시키는 스마트 강군으로의 도약. 수작업과 땀방울로 대변되던 과거를 뒤로하고, 첨단 디지털과 AI를 입은 육군의 거대한 변화 물결이 지금 이곳 현장에서 역동적으로 요동치고 있다.

육군은 앞으로 국방 전 부문에 AI와 로봇 기반의 첨단 과학기술을 단계적으로 확산해 전·평시 완벽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스마트 군수체계를 완성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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