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른 치熱한 전쟁…무기는 안전이다

입력 2026. 08. 06   17:31
업데이트 2026. 08. 06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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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단계별 통제로 장병 건강 보호
부대 특성 살린 맞춤형 대응체계 운영

기록적인 폭염도 우리 군을 멈추게 할 수는 없다. 이 순간에도 땅과 바다, 그리고 하늘에서 우리 장병들은 철저한 예방대책 아래 슬기롭게 폭염을 극복하며 임무 완수에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불볕더위와 맞서 우리 장병들이 어떻게 전투력을 유지하고 있는지 소개한다. 임채무·이원준·조수연·박상원 기자

구리동 해안 일대에서 상륙기습훈련을 하는 해병대연평부대 장병들(해병대 제공)
구리동 해안 일대에서 상륙기습훈련을 하는 해병대연평부대 장병들(해병대 제공)


숨 막히는 찜통더위가 연일 맹위를 떨치자 군 당국도 장병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폭염 극복 안전대책’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 

국방부는 폭염에 대응해 야외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장병들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보호대책을 일선 부대에 하달했다.

가장 핵심적인 변화는 ‘온도지수’를 기준으로 한 단계별 통제 기준 준수와 현장 지휘관의 과감한 결단이다. 또한 작전, 교육훈련, 대민지원 등 야외 투입 땐 고용노동부의 ‘폭염 안전 5대 기본수칙(냉수·냉방장치·휴식·보랭장구·응급조치)’을 준용하도록 했다.


의무사

국군의무사령부(의무사)는 과학적인 데이터에 기반한 촘촘한 예방망을 가동하며 폭염 극복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의무사는 각 부대가 사전에 온열질환 위험요소를 식별하고 예방활동 및 증상별 응급처치를 시행할 수 있도록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관리 지침’을 마련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군 자체 온열질환 예측모델’이다. 의무사는 기온, 습도 등의 기상 정보와 과거 환자 발생 추세를 심층 분석해 전국 8개 권역별 환자 발생 규모를 산출하고 있다. 이 자체 예측모델과 질병청의 예측 정보를 종합 분석한 결과를 매주 각 부대에 제공해 일선 부대가 온열질환 발생 위험이 큰 지역과 시기를 미리 파악하고 선제적인 통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육군학군사관후보생들이 무더위를 피해 해가 뜨기 전 하계군사훈련을 하는 모습(국방일보 DB)
육군학군사관후보생들이 무더위를 피해 해가 뜨기 전 하계군사훈련을 하는 모습(국방일보 DB)


육군

육군은 극복하기 어려운 폭염에 정면으로 맞서기보단 피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장병들의 건강 보호가 최우선이라는 판단에서다. 대표적인 노력이 표준일과표 수정이다. 육군의 대표 양성 교육기관인 부사관학교는 혹서기엔 오전 5시 일과를 시작, 오전 7시부터 11시까지 실외교육을 집중 편성한다. 오후에는 실내교육으로 전환해 한낮의 무더위를 피한다. 또 현장에선 온도지수 측정기로 시간 단위 환경을 파악, 교육훈련을 안전하게 통제한다. 동시에 응급환자 발생에 대비한 야외훈련(FTX)도 병행 중이다. 여름철 무더위 속에서도 전투력을 잃지 않으려는 육군의 현실적 대응이다.


해군교육사령부 전투수영훈련장에서 수상행군 훈련을 하는 해군병들(해군 제공)
해군교육사령부 전투수영훈련장에서 수상행군 훈련을 하는 해군병들(해군 제공)


해군·해병대

해군·해병대는 연일 이어지는 폭염 속에서도 장병들의 건강을 보호하고 안전한 임무수행 여건을 보장하기 위해 다양한 혹서기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각 부대는 현장 중심의 폭염 대응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지휘관이 작업 현장을 직접 찾아 폭염 대응 실태를 점검하고, 정비 요원 쉼터 운영 상태와 폭염 응급키트 구성품·사용법을 확인하는 등 온열질환 예방뿐만 아니라 안전한 근무여건 조성에 힘쓰고 있다. 또한 체감온도지수를 수시로 확인해 단계별 행동요령을 방송하고, 문자동보망을 활용해 폭염 예방수칙을 지속 전파하는 등 혹서기 비전투손실 예방을 빈틈없이 하고 있다.


공군38전투비행전대 항공정비대대 항공정비 요원들이 팥빙수를 먹으며 환하게 웃는 모습(사진 제공=박용태 중사)
공군38전투비행전대 항공정비대대 항공정비 요원들이 팥빙수를 먹으며 환하게 웃는 모습(사진 제공=박용태 중사)


공군

공군은 국방부의 혹서기 지침 아래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부대별 맞춤형 대책으로 여름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있다. 특히 기상에 민감한 공군답게 자동기상관측장비 등을 활용해 체감온도·온도지수를 실시간 관측한 뒤 그에 따른 행동·통제 기준, 단계별 영향 시간 예보를 전 부대에서 확인하고 있다.

각 부대는 여건과 특성에 맞춘 창의적인 방식으로 장병들의 피로를 씻어내고 있다. 야외 근무자를 대상으로 한 ‘찾아가는 온열손상 예방 캠페인’이 대표적 예다. 뙤약볕 아래서 임무를 수행하는 장병들을 찾아가 온열질환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위급 상황에서 ‘전우와 나를 살릴 수 있는’ 올바른 실전 응급처치법을 집중 교육해 현장의 안전체계를 단단하게 다지고 있다.

더위가 절정에 달하는 시간대는 소통과 재충전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각 부대는 장병들에게 시원한 음료와 팥빙수, 수박화채를 나누며 지친 심신을 달래고 있다. 잠시나마 더위를 식히며 나누는 담소는 부대 내 소통 문화를 활성화하고 피로를 잊게 하는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에 더해 대대별 특색을 고스란히 녹여낸 ‘자체 제작 기능성 반소매 티셔츠’도 장병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땀 배출이 쉬운 기능성 소재로 무더위를 이겨내는 것은 물론 부대만의 정체성을 담은 디자인을 통해 팀워크와 소속감까지 동시에 끌어올리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생존법 5… 수분 보충·응급키트는 필수

덥다고 임무를 멈출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한여름 땡볕 아래서 무작정 버티는 것이 능사는 더더욱 아니다. 폭염은 정신력으로만 이겨내는 대상이 아니라 지침과 데이터, 그리고 몸의 원리를 이해할 때 비로소 한발 앞서 대응할 수 있는 상대다. 그래서 준비했다. 국방부 지침과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정리한 장병들의 다섯 가지 폭염 생존법을 제안한다. 임채무 기자
첫째, 물은 참는 게 아니라 마시는 것이다. 국방부는 폭염 속 야외 임무를 수행하는 군인·군무원에게 냉수, 냉방장치, 휴식, 보랭장구, 응급조치로 이뤄진 ‘폭염 안전 5대 기본 수칙’을 준용하도록 했다.

이 다섯 가지 가운데 가장 먼저 놓인 것이 바로 ‘냉수’다. 갈증이 느껴진 뒤 마시는 물은 ‘대응’에 가깝지만 갈증이 오기 전부터 나눠 마시는 물은 ‘예방’에 가깝다. 땀을 많이 흘리는 훈련·경계근무 등의 상황일수록 수분 보충은 선택이 아니라 전투력 유지의 기본이라는 뜻이다. 우리 몸에 필요한 하루 수분 섭취량은 평균 2~2.5L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제 우리가 직접 물을 마셔 섭취하는 양은 약 1.3L(보통 7컵)다. 나머지는 식품 속 함유된 물로 1L 정도를 섭취하게 된다. 1.3L 정도는 여러 번 나눠 마시다 보면 금방 채울 수 있다.

둘째, 더위는 무턱대고 맞설 적이 아니라 천천히 적응해야 할 대상이다. 군인을 대상으로 한 열적응 연구에 따르면 열순응(Heat Acclimation)은 온열손상을 줄이는 데 의미 있는 방법으로 꼽힌다. 열순응은 신체가 며칠 또는 수주에 걸쳐 서서히 더운 온도에 적응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열순응을 해야 할까? 답은 시원한 장소에서 저강도 훈련부터 시작해 몸이 열을 서서히 견디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첫날부터 의욕만 앞세워 강도를 끌어올리는 것보다 며칠에 걸쳐 몸이 “이 더위가 일상”이라고 받아들이게 만드는 편이 훨씬 과학적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기온이 35도 미만일 경우 피부 표면에서 열에너지가 전자파로 방출되는 열복사가 60%, 땀의 증발이 30% 정도 역할을 하며 열순응 현상을 일으킨다. 그러나 요즘같이 35도가 넘는 기온에서는 땀 증발이 주된 역할을 한다. 열복사를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피부 혈관이 확장돼 혈류량이 증가해야 하고, 땀이 증발하기 위해서는 땀이 나야 한다. 지금처럼 기온이 높은 여름철에는 역설적으로 땀을 흘리는 활동을 해야 열순응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많은 과학자와 운동 전문가들은 통상 5~10일 동안 훈련하면 대부분 순응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한다. 단, 순차적으로 시간을 늘려나갈 것을 권고한다. 

셋째, 지휘관에게 폭염은 감이 아닌 수치로 확인해야 하는 위험 요인이다. 국방부는 온도지수와 체감온도를 고려해 관찰·대비·조정·제한·중지의 단계별 행동·통제기준을 적용하도록 했다. 무엇보다 현장 상황을 고려해 지휘관이 탄력적이고 과감하게 부대 활동을 조정하라고 지시했다.

주둔지별 온도지수가 29.5도 이상에 도달하면 1시간 단위로 측정하고, 대대장급 이상 지휘관이 교육훈련과 부대 활동을 조정하도록 했다. 온도지수 32도 이상이면 부대 활동을 중지하되, 경계작전 등 필수적인 활동만 하도록 했다. 여름철 지휘는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언제 멈추고, 언제 줄이고, 무엇을 바꿀지 아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넷째, 보랭장구와 응급키트는 있으면 좋은 장비가 아니라 ‘반드시 있어야 하는 장비’다. 국방부는 일반부대의 폭염 응급키트, 의무부대의 온열손상 응급처치 물자를 지참한 가운데 부대 활동과 의무 지원을 시행하도록 했다. 더위는 사람을 천천히 지치게 한다고 생각하지만 온열질환으로 바뀌는 순간 급격히 상태를 악화할 수 있다. 결국 물, 그늘, 냉각장비, 응급처치 물자는 ‘혹시 몰라 챙기는 것’이 아니라 실제 상황에서 생명을 가르는 필수품인 셈이다.

다섯째, 폭염은 혼자 버티면 더 위험하고 함께 살피면 훨씬 안전하다. 국방부는 훈련병, 전입 신병, 과체중 인원, 지병 보유자, 고령자 등을 취약계층으로 보고 이들의 체력·신체조건·건강 상태를 고려한 안전·보호조치를 적극 시행하라고 주문했다. 실제 현장에서도 자기 몸 상태를 스스로 진단하는 것만큼 주변 전우와 간부가 이상 징후를 빨리 알아채는 일이 중요하다. 어지럼증, 구토, 두통이 계속되거나 말이 또렷하지 않고 걸음이 휘청거린다면 즉시 활동을 중단하고 시원한 곳으로 이동시켜야 한다. ‘나는 괜찮다’는 말 한마디가 가장 위험할 수 있는 이유다. 더운 날일수록 강한 전우는 오래 참는 사람이 아니라 이상 신호를 먼저 말하고 옆 사람의 안색을 먼저 보는 사람이다.

폭염 앞에서 필요한 것은 무모한 근성이 아니라 영리한 습관이다. 물을 먼저 마시고, 몸을 천천히 적응시키고, 온도지수를 확인하는 것. 또한 장비를 제대로 갖추고 동료의 상태를 함께 살피는 것. 그것이 국방부 지침이 말하는 폭염 대응의 본질이자 과학이 뒷받침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슬기로운 여름철 전투력 관리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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