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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응 육군중령
유엔 인도·파키스탄
정전감시단 옵서버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은 불확실성과 긴장의 연속이다.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예측하기 어려운 현장에서 모든 상황을 기본계획과 표준작전절차(SOP)만으로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유엔 옵서버는 변수를 고려해 상황을 판단하고 결심해 임무를 수행한다.
현재 유엔은 ‘유엔 평화유지 디지털 전환전략’에 따라 ‘Unite Aware’와 같은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현장 데이터를 수집·관리·분석하고, 이를 임무단과 유엔 본부에 보고해 공통 상황인식을 구축하고 있다. 이는 전술·작전·전략 수준의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임무 효율성과 평화유지요원의 안전성을 높인다. 하지만 실시간 정보 공유와 첨단 기술이 현장 판단을 대신할 순 없다. 정보 공유체계와 인공지능(AI)이 발전하더라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최종 판단과 책임 있는 행동은 현장요원의 몫이다.
유엔 인도·파키스탄 정전감시단(UNMOGIP) 역시 유엔 PKO 현장이 마주하는 불확실성에서 예외가 아니다. 국제정세 변화, 치안 불안, 악기상 등으로 임무 수행과 근무 지원이 제한되기도 한다. UNMOGIP는 다양한 국적과 군 경력, 문화적 배경을 가진 옵서버로 구성돼 있으며, 동일한 위임명령(Mandate)과 SOP에 따라 임무를 처리한다. 그러나 극한의 위기에서는 개인의 역량과 마음가짐이 그대로 드러난다. 동료를 배려하며 위기를 함께 극복하는 요원이 있는 반면 긴장과 스트레스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거나 회복탄력성이 부족해 상황 판단이 흔들리고 지휘체계와 권한을 존중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런 차이가 임무의 성패를 좌우한다. 그 성패를 결정하는 중심은 바로 사람의 마음가짐이다.
분쟁지역의 불확실성과 가변성 속에서 유엔 평화유지요원은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지휘철학이 임무형 지휘다. 임무형 지휘는 단순한 권한 위임이 아니다. 임무·의도·작전개념을 분명히 제시하고 이에 관한 공동의 전술관과 상호신뢰를 형성한 가운데 각자가 책임감을 갖고 맡은 역할을 다할 때 비로소 작동한다. 임무형 지휘의 원동력은 첨단 기술이나 AI가 아니라 원칙과 사명을 내면화한 사람에게 있다.
동양에서는 이러한 삶의 자세를 ‘신독(愼獨)’이라고 했다. 신독은 다른 사람이 보고 있을 때가 아니라 아무도 보지 않는 순간에도 스스로를 바로 세우는 태도다. 위기상황에서 흔들리지 않는 올바른 결심과 판단 능력은 한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평범한 일상에서 신념과 사명을 내면화하고 실천할 때 신독이 몸에 배어 임무형 지휘의 기반이 된다.
많은 평화유지요원은 자신이 어디서 임무를 수행했는지를 강조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어떤 자세로 임무를 수행했느냐다. UNMOGIP의 대한민국 장교들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임무단의 목표 달성에 기여하고 국가의 위상과 신뢰를 높여 왔다. 임무를 우선하고 솔선수범하며 전우를 배려하는 자세는 ‘올바르고 유능하며 헌신하는 리더이자 전사’의 모습을 보여 준다. 첨단 기술은 PKO 효율성 향상과 안전한 임무 수행에 필수이지만, 평화를 지키는 힘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 자신을 올바르게 이끄는 가장 강한 힘은 홀로 있는 순간에도 원칙과 사명을 지켜 내는 신독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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