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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기 대령
육군2작전사령부 공병참모처
현대전은 더 이상 전선(戰線)에서만 벌어지지 않는다. 국가중요시설 방호와 피해 복구는 군사작전 못지않게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변수가 됐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러났듯이 적이 후방 기반시설을 타격했을 때 이를 얼마나 신속히 복구하고 국민 생활을 안정시키느냐가 국가총력전 수행 능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고 있다.
신속한 복구와 관련해 행정안전부(행안부)는 재난관리시스템(NDMS)을 구축·운영하면서 전국 단위의 피해 현황, 지리정보시스템(GIS) 기반 상황판, 재난관리 자원(장비·물자·시설) 정보를 실시간 집계하고 있다. 한편 통합방위사태 시에는 ‘통합방위법’에 따라 일부 또는 여러 지역에서 적의 침투·도발로 단기간 내에 치안 회복이 어려운 상태에 이르러 을종사태가 선포되면 군·경찰·예비군·민방위대는 물론 비상 대비 인력·물적 자원까지 지역군사령관의 지휘·협조체계 아래 움직이게 된다.
이때 지역군사령관 입장에선 관할구역 내 어느 시설이 얼마나 파괴됐고, 어떤 복구 자원이 어디에 있는지를 실시간 파악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 따라서 NDMS로 통합방위작전 관할구역 안에서 교량·도로·발전시설 등 국가중요시설이 타격을 입었을 때 그 피해 규모와 인근 지방자치단체가 보유한 복구장비·인력 현황을 즉시 확인할 수 있다면 지역군사령관으로서 병력과 공병 자산을 어디에 우선 투입할지 판단하는 속도가 크게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매년 실시되는 연합연습과 지역군사령관 책임하에 실시되는 대침투종합훈련에서도 국가중요시설에 대한 가상의 적 공격상황을 설정해 민·관·군·경 통합 피해복구훈련 절차를 숙달해 온 만큼 훈련 인프라와 NDMS를 연결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다음 단계다.
문제는 법적 근거다. NDMS의 설립 근거인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서 정의하는 재난에는 자연재난과 사회재난만 있을 뿐 전쟁이나 적의 침공은 포함되지 않는다. 통합방위법 자체도 지역군사령관에게 관할구역 내 국가방위요소를 작전 통제할 권한은 부여하지만 NDMS 같은 재난정보시스템의 접근·활용 근거는 규정하지 않는다.
결국 통합방위사태가 선포돼 지역군사령관이 작전지휘관으로서 관할구역을 지휘하게 되더라도 행안부·지자체가 보유한 재난 정보와 복구 자원 현황에 접근할 법적 통로는 마련돼 있지 않다. 현장에서는 매번 지자체와 개별적으로 연락하고 협조를 구하는 방식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선 3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통합방위법 또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통합방위사태 선포 시 지역군사령관이 NDMS의 피해 현황·복구 자원 정보에 접근·활용할 수 있는 명문 근거를 신설해야 한다. 둘째, 평시부터 지역군사령관과 관할구역 내 시·도지사, 시장, 군수가 국가중요시설 현황과 복구 자원 정보를 표준화된 형식으로 공유하는 상시 연동체계를 갖춰 사태 선포 즉시 지휘·협조체계로 전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 및 화랑훈련 시 사단별 지역피해복구협력기구에서 NDMS를 활용한 피해복구훈련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전시 후방지역의 안정은 군사작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평시 지자체별 재난대응시스템을 전시 지역군사령관의 지휘체계 안으로 끌어들인다면 민·관·군이 하나로 움직이는 통합방위태세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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