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력·무기 다 가진 한국군에 2% 부족한 것

입력 2026. 08. 05   15:50
업데이트 2026. 08. 05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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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제표 CBS 정치부 선임기자

10여 년 전 중동의 한 국가에서 우리나라 건설사가 시공 중인 대규모 건설현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현장소장은 상무급이었다. 본사에서 대단치 않아 보였던 상무라는 직위가 현장에선 그리 힘이 세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수많은 다국적 인력을 거느리고 현지 정부와 당당하게 교섭하는 모습에서 카리스마까지 느껴졌다. 마치 합동참모본부에는 흔한 장군들이 야전에선 볼 기회조차 별로 없는 것과 비슷하다.

나중에 들은 바로는 그 현장소장은 ‘돌관(突貫) 공사’의 대가였다. 생소한 용어여서 찾아봤더니 공사일정을 맞추거나 단축하기 위해 인력과 장비를 집중 투입해 밤낮없이 시공한다는 뜻이었다. 대개의 건설업계 용어가 그렇듯이 일본식 표현까지 겹쳐 부정적 느낌이 묻어났다. 이런 식의 공사는 악천후에도 365일 무리하게 강행하다가 끝이 안 좋은 경우가 많다.

이야기를 전해 들을 때의 맥락상 분위기는 그와 달리 긍정적이었다. 그는 독불장군 스타일이긴 해도 시간과 공간을 잘 관리해 공정을 최적화하는 장인이었다. 예를 들어 전기, 배관, 단열 같은 공정을 꼭 순차적으로만 하지 않고 현장을 쪼개거나 작업 순서를 바꿔 동시다발로 진행하는 노하우가 있다는 것이다.

긍정적 의미의 돌관 공사는 한국의 산업 경쟁력과도 맥이 닿는다. 흔히 중국은 가격, 일본은 품질, 한국은 납기에서 비교 우위를 갖는다고 한다. 산업구도가 바뀌면서 점차 달라지고 있지만 여전히 유용한 비교의 틀이다. 한국의 납기 경쟁력은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로 설명된다. 다만 이는 무턱대고 덤빈다고 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정교한 전략이 뒷받침돼야 한다.

국방개혁을 진행 중인 우리 군도 여기서 참고할 점이 있다. 한국군은 세계 5위의 군사력으로 평가될 만큼 병력과 무기·장비가 우수하다. 전차와 자주포 보유량은 유럽 3대 강국인 영국, 프랑스, 독일을 합한 것보다 몇 배나 많고 해군·공군 전력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자체 핵전력은 없지만 고위력·초정밀미사일 등 무시하지 못할 보복 능력을 갖췄다.

인구절벽은 우려스럽다. 60만 대군의 위용을 자랑하던 상비 병력이 현재 45만 명으로 줄어든 데 이어 2040년대에는 35만 명 수준으로 더 감소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 역시 작은 규모는 아니다. 질적으로는 여전히 세계 상위권이며 우리 과거 세대에 비해서도 뛰어나다. 향후 인공지능(AI)·제조업이 결합될 무인전력과 막강한 예비전력까지 감안하면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크게 아쉽지 않다.

이런 양수겸장에도 우리 군이 ‘2%’ 부족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하드웨어의 문제가 없다면 소프트웨어에 해법이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게 전시작전통제권이다. 국민들 중에는 그 많은 혈세가 투입됐음에도 여전히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에 의문을 갖는 이가 많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지금은 완벽한 통합과 합동성을 강화해 우리 군을 필승의 전사조직으로 담금질할 때다.

한국의 경쟁력은 속도뿐만 아니라 변화에 대한 적응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물건을 빨리 만들어 파는 것을 넘어 세계 흐름에 신속·과감하게 대처해 왔다.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도태되고 마는 치열한 경쟁에 상시 노출돼 있었기 때문이다. 뼈를 깎는 혁신이 가능했던 요인이다. 이는 평화상태의 군으로선 도달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다만 스스로 목표를 높이 세우고 동기부여를 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 자기주도학습의 지상과제를 찾아내 전력질주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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