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아닌 함께 걷는 길

입력 2026. 08. 04   15:21
업데이트 2026. 08. 04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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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그루 일병 <br>육군9보병사단 도깨비여단
한그루 일병 
육군9보병사단 도깨비여단


두 개의 세계에서 자랐다. 미국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고, 학창 시절은 제주도에서 보냈다. 입대 전에는 미국 카네기멜런대에 다녔다.

사실 다른 선택지도 있었다. 미국에서 학업을 이어 가며 군 복무를 미루거나 더 익숙하고 안전한 길을 택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한국으로 돌아왔다. 조국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다.

어릴 때부터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법을 배웠고, 어떤 상황에서도 혼자 버티고 이겨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군대는 달랐다. 험한 길에 발을 들이게 됐다. 도깨비여단 정보중대. 이곳에서의 시간은 단순한 군 생활이 아니라 나 자신을 시험하는 시작점이었다.

첫 혹한기 훈련과 첫 야간침투. 영하의 공기 속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나무와 풀에 얼굴·손·옷이 걸리고 긁히며 앞으로 나아갔다. 어디를 딛는지도 모른 채 오로지 앞사람의 발걸음에 의지해야 하는 공포감에 휩싸였다. 그 순간 깨달았다. 이곳에서는 혼자 잘해 봤자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하지만 혼자가 아니었다. 아무것도 모르던 나를 선임병들과 분대장님이 끝까지 이끌어 줬다. “끝까지 같이 가야지”라는 말이 적응도 제대로 못 하고 소심해하던 나를 ‘혼자’에서 ‘우리’로 바꿔 줬다. 그날 정보중대 5명의 분대원은 서로를 의지하며 움직였고, 누군가 흔들리면 다른 누군가가 자리를 채우며 서로를 이끌었다. 그 순간 우리는 하나가 됐다.

처음 군대에 왔을 때는 많이 부족했다. 운동을 좋아했지만 3㎞ 달리기는 힘들었고, 강인한 체력을 요구하는 정보중대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기록이었다. 뒤처지고 싶지 않았다. 도움을 받는 중대원이 아닌 도움을 주는 중대원이 되고 싶었다. 동기들과 함께 포기하지 않은 결과 체력 특급을 달성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소부대 전술훈련 침투에서는 뒤처지지 않았다. 앞사람만 바라보며 겨우 따라가는 병사가 아니라 같이 움직이고, 분대원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병사가 돼 있었다. 전방경계조로서 독도법을 활용, 표적위치 식별을 할 수 있게 됐고 다기능관측경·통신장비를 사용한 첩보 보고와 야간침투를 하는 등 분대원들을 가르쳐 줄 수 있는 사람이 돼 있었다.

그 변화는 단순한 기록의 변화가 아니었다. 혼자 잘하려던 사람이 같이 움직이는 사람이 된 것이다. 이제 안다. 군대에서의 강함은 개인이 아니라 ‘함께’에서 나온다는 것을.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처럼 편한 길 대신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 그 선택은 나를 바꿨다. 더 이상 혼자 잘하려 하지 않는다. 중대원들과 함께 나아간다. 앞으로 어떤 길을 가더라도 이곳에서 배운 ‘함께’의 가치를 잊지 않고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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