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을 향한 54일간의 항해

입력 2026. 08. 04   15:21
업데이트 2026. 08. 04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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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검 중위 <br>해군기동함대 문무대왕함
조한검 중위 
해군기동함대 문무대왕함


54일. 대한민국을 출항한 문무대왕함이 미국 뉴욕에 도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이번 항해는 미국 건국 250주년을 기념해 열린 국제관함식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55개국 함정이 허드슨강에 모인 가운데 태극기를 단 문무대왕함이 대열에 나란히 자리한 모습을 바라보면서 대한민국 해군을 대표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

행사 당일 NBC 생방송 인터뷰에서 미 해군 브래드 스킬맨 중장은 세계 각국 함정이 자유의 여신상 앞에 집결한 의미를 설명했다. 그중 유일하게 대한민국 해군을 언급했다. 그는 문무대왕함을 “가장 먼 항해를 통해 이번 관함식에 참가한 함정”이라고 소개했다. 참가국 가운데 우리 함정을 별도로 언급한 것은 54일이라는 기간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가장 먼 항해’라는 표현에는 가장 먼 거리에서도 함께하려 여정에 오른 동맹국을 향한 존중이 담겨 있었다.

국제관함식에서 함정 그 자체가 국가의 해양력을 상징하는 하드파워였다면 뉴욕에서 진행된 함상 리셉션의 사회자를 맡으며 하드파워만으론 설명할 수 없는 또 다른 힘을 볼 수 있었다. 문무대왕함은 리셉션에서 해군을 넘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승조원들이 직접 ‘한복’과 ‘오징어 게임’ 복장을 하고 내빈과 소통했으며, 갑판에서 이뤄진 이벤트는 사회자 한 명이 이끄는 행사가 아닌 모두가 주인공인 공간이었다. 문화의 공유는 긴 설명 없이도 서로의 경계를 낮추고, 함정에서 시작된 짧은 대화는 우리나라를 홍보하는 소프트파워로 작용했다.

리셉션 축사에서 브래드 스킬맨 중장은 다시 한번 먼 항해를 감수하고 미국의 역사적 기념행사에 함께해 준 것에 감사를 표했다. 무엇보다 승조원들에게 보내는 응원과 감사 메시지는 오랜 시간 같은 길을 걸어온 선구자로서의 시선이 담겨 장병들에겐 긴 항해의 피로를 잊게 하는 힘이 됐다. 승조원들은 그날 우리가 건너온 바다가 단순한 항적이 아니라 동맹의 신뢰를 새기는 길이었음을 느꼈을 것이다.

동맹은 문서와 선언으로 시작되지만, 결국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함께 항해할 때 비로소 힘이 된다. 상대가 보내는 신호에 응답하고, 공동의 가치를 위해 힘쓸 때 제도적 약속은 실질적인 결속으로 발전한다. 가장 먼 거리에서도 같이하기 위해 기꺼이 움직이고, 그 시간을 서로 기억하는 것. 문무대왕함의 54일은 바로 그러한 동맹의 가치였다.

돌아보면 제주를 출항해 뉴욕에 이르기까지의 항해는 절대로 쉽지 않았다. 그러나 뉴욕에서 마주한 경험은 그 여정의 의미를 분명하게 해 줬다. 문무대왕함이 항해한 54일은 대한민국 해군이 한미동맹의 한 축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행동으로 보여 준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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