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개정형사소송법무엇이달라지나
국무회의 의결…검찰청 역사속으로
검사가 가진 직접수사권 사라지고
경찰에 보완수사요구만 가능해져
6대 중대범죄 전담 중수청 신설
공소청은 기소·공소유지 기능만
사회약자 보호 위해 전건송치 도입
피해자 권리구제 위한 기회도 확대
72년 만에 형사사법 체계가 대변혁을 맞았다. 지난달 31일 국회를 통과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번 개정안은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를 골자로 한다. 검찰은 더 이상 직접 수사에 관여하지 않고, 경찰이 모든 사건 수사를 전담한다. 오는 10월 2일이면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이 새롭게 출범한다. 이번 사법체계 개편으로 무엇이 달라지는지 살펴봤다. 핵심은 대형사건 수사는 중수청, 일반사건 수사는 경찰, 재판 과정은 공소청이 전담한다는 것이다. 조용학 기자
|
|
앞으로 사건이 발생하거나 고소·고발이 접수되면 사법경찰관이 전담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게 된다. 검사는 직접 수사 대신 기소(재판에 넘기는 것)와 공소유지(재판에서 유죄를 입증하는 것)에만 집중한다. 국민 입장에선 ‘사건은 경찰에, 재판은 검사에’라는 구조가 명확해진다.
기존에는 경찰이 수사한 사건을 검사가 다시 들여다보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거나 직접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정부와 여당은 이 과정에서 검찰의 권력 남용이 심각했다고 봤다. 이제는 검사가 수사에 직접 관여하지 않고, 경찰이 사건의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 판사 앞에 내놓을 수 있을 만큼 완성도 높은 수사를 경찰이 직접 해야 한다는 의미다. 국민은 수사 초기 단계부터 경찰 역할이 크게 강화된 점을 체감하게 된다.
직접 수사권은 없지만 검사는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보완수사 요구’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경찰은 1개월 안에 보완수사를 마쳐야 하며, 그 결과를 검사에게 알려야 한다. 보완수사 기간은 필요에 따라 최대 1개월 연장할 수 있다. 부족할 수 있는 경찰 수사에 대한 일종의 견제 장치다.
피해자 보호 강화…사건 진행 투명한 확인
형소법 개정안에는 피해자 권리보호를 위한 장치가 대폭 강화됐다. 피해자가 사건 처리 과정에서 더 많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보호장치를 확대한 것이 핵심이다. 국민은 앞으로 사건 진행을 더 투명하게 확인하고, 불송치 결정에도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제도적 권리를 직접 경험할 수 있다.
이제 수사 과정에서 작성하는 모든 자료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기록된다. KICS는 사건 진행 상황을 전산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피해자와 사건 관계인이 수사 과정을 더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기록이 남기 때문에 사건 처리 과정에서의 누락이나 은폐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다.
경찰이 사건을 불송치(기소하지 않고 종결)할 경우 피해자·고소인·고발인은 이에 대해 이의를 신청할 수도 있다. 기존에는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리면 사실상 사건이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피해자가 다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길이 열려 권리구제 기회가 확대된다.
이의신청을 위해 필요한 사건 기록을 피해자가 열람하거나 복사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된다. 사건 피해자가 사건 처리 과정을 직접 확인하고 대응할 수 있어 수사 투명성과 신뢰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피해자에겐 ‘내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는 셈이다. 그동안은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사건 진행 상황을 확인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웠다.
공소기각 요건도 확대했다. 법원이 재판을 시작할 수 없다고 판단해 사건을 끝내는 공소기각 사유에 ‘중대한 위법수사’와 ‘검찰의 기소 재량 남용’이 새롭게 추가됐다. 이는 기소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위법 수사나 부당 기소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안전망으로 평가된다.
검찰청 폐지, 중수청·공소청 출범
‘정부 위 권력집단’으로 불리던 검찰청이 폐지되고 대형사건 수사를 맡는 중수청과 기소·공소유지 등 재판 과정을 맡는 공소청으로 분리된다.
새로 출범하는 중수청은 부패, 경제, 방산, 마약, 내란·외환, 사이버 등 6대 중대범죄 수사를 전담한다. 여기에는 권력형 비리와 고위공직자 부패 사건, 대규모 금융사기 및 기업 범죄 등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대형사건이 모두 담겨 있다. 이 때문에 중수청이 기존 검찰청과 유사한 면을 보이지만 큰 차이가 있다. 기소권은 없고, 수사만 전담한다는 점이다. 이는 기존 검찰이 수사와 기소를 동시에 담당해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됐다는 비판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또한 현직 검사가 중수청으로 옮기려면 검사 신분을 내려놓아야 한다. 중수청은 검사와 일반 수사 인력의 별도 구분 없이 1급부터 9급까지 수사관 단일체계로 운영될 예정이다.
함께 출범하는 공소청은 기소와 공소유지만을 맡는다. 공소청은 직접 수사권이 없다. 경찰과 중수청이 수사한 사건을 건네받아 재판에 넘길지 결정하고, 법정에서 유죄를 입증하는 역할에 집중한다.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인 셈이다. 결국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국가적 대형사건 수사는 중수청이, 국민의 일상과 가까운 일반사건 수사는 경찰이, 기소·공소유지 등 재판 과정은 공소청이 분리해 맡는 것이다.
이 대통령 “작은 빈틈 없도록”
이번 개정안은 사법체계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취지지만 제도 시행 과정에서는 여러 우려도 제기된다. 70년 넘게 이어졌던 검찰 조직을 해체하고 새로 판을 짜는 만큼 기존 검찰 인력 재배치와 하위 법령 정비, 새 기관 간 역할 조율 등에서 초기 혼란은 불가피하다. 사건 처리 지연 가능성과 피해자 권리보호 약화, 공소기각 요건 확대에 따른 재판 공방 증대도 예상되는 부분이다. 헌법상 ‘검사의 영장청구권’과 충돌할 수 있다는 법조계 일부 의견도 있다.
이런 우려에 여당은 사회적 약자 보호 강화를 위해 아동학대·가정폭력·성범죄·아동 성범죄·스토킹·장애인 학대·노인 학대 등 7대 범죄만 전건송치를 도입하기로 했다. 전건송치는 경찰 등 1차 수사기관이 수사한 모든 사건을 예외 없이 검찰에 넘겨 검사가 사법적으로 한 번 더 확인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수십 년 동안 검찰은 수사부터 기소, 영장 청구 등 형사·사법체계 전반에 걸쳐 매우 과대한 권한을 행사해 왔다”며 “수사와 기소 분리는 이런 비정상적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첫 출발이자 모든 권력 기관은 예외 없이 국민의 통제 아래 두겠다는 사필귀정의 필연적 조치”라고 말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한편으로 보면 경찰의 수사권 독점과 비대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 정비 등의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며 “새로운 수사 시스템의 정착 과정에서 국민이 억울한 피해를 보지 않도록 수사 공정성, 수사 역량 제고에 작은 빈틈도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