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의 시대, 우리 군은 안전한가
① 혐오에 물든 한국 사회 ‘비상등’
② 혐오는 어떻게 발생하고 확산하나
③ 우리 군의 대응은
④ 전문가 인터뷰
軍, 다양성 품은 원팀이 되고
人, 인권 수호 방패를 세우다
혐오와 대척점 인권 감수성 높이려
다양한 사례 교육 확실하게 자리잡아
다문화가정 장병 2030년엔 1만 명
종교 자유 보장 등 정책 차원 지원
소통 돕는 용어집 5개 언어로 제작
음지의 문화로 간주되던 ‘혐오’가 한국 사회를 흔들고 있습니다. 우리도 모르는 새 ‘혐오’가 일상으로 스며들며 갈등과 분열의 씨앗으로 자라고 있습니다. 무심코 던진 비난과 혐오의 언어는 대상을 가리지 않고 사회를 내부로부터 붕괴시키고 있습니다. 군도 안전지대가 아닐 수 있습니다. 상호신뢰와 단결을 생명으로 하는 특성상 공동체 안위까지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에 국방일보는 3일부터 나흘간 심층기획 ‘혐오의 시대, 우리 군은 안전한가’ 시리즈를 게재합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
우리 사회에 드리운 ‘혐오문화’의 그림자는 넓고 짙다. 혐오가 미치는 범위는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군 역시 그 영향력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때때로 군은 ‘혐오 표현’의 대상으로 피해자의 입장에 서기도 한다. 하지만 온라인 접근이 자유로운 장병들이 부지불식간 가해자 위치에서 혐오의 칼을 휘두를 수도 있다. 우리 군이 잠시도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이유다.
혐오 없는 군대 위한 ‘인권 존중’ 교육 강화
군대는 SNS와 온라인 문화 등에 익숙한 젊은 청년이 모인 집단이다. 이들은 디지털 환경에 친숙하다. 과거엔 군 복무 기간 사회와 단절되는 제한이 있었지만 현재는 ‘온라인 문화’ 접근에도 비교적 자유롭다.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이 보편화된 이후 장병들의 ‘온라인 이용 집중도’가 ‘또래 집단’보다 높을 가능성을 배제하긴 힘들다.
유연한 온라인 이용 환경에서 장병들의 ‘혐오문화’에 대한 접근성 및 수용 가능성 역시 높아졌다. 그렇다고 장병들의 인터넷 접속을 제한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을 무시하기엔 위험성이 적지 않다. 가볍게 ‘유머’로 시작한 ‘혐오’가 어느새 특정 집단에 대한 ‘증오’로 진화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병영 내 사건사고로 귀결될 가능성도 높다. 무엇보다 혐오에 스며든 장병들에게 희생정신과 협동심, 전우애를 찾긴 힘들다. 조직은 뿌리부터 무너지고 내부에서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측면에서 국방부의 장병인권 교육은 혐오에 대한 예방대책으로 확실하게 자리잡고 있다. 기본적으로 ‘인권 감수성’은 모든 면에서 혐오와 대척점에 서 있기 때문이다. 군 인권교육은 병영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이 각각 소중한 권리를 가진 존재라는 사실에 대한 인정에서 출발한다.
교육효과를 높이기 위한 방법도 효율적이다.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하는 상황 해결방안 제시 중심의 방식으로 이해도를 높인다. △채식·저염식 등 급식 소수자의 건강권 보호 △24시간 당직이 필요한 의무병과의 휴식권 보장 △휴대전화 사용 시간을 두고 논쟁을 벌이는 사연 등 병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예시를 통한 방법 등이다.
장병들은 교육을 통해 군은 모든 사람이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조성해 국가와 사회를 지키는 역할을 하는 조직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다.
동시에 군 특성상 인권이 제한되는 부분이 있다는 점도 이해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기본권 제한’에 대한 불만이 ‘동료 혐오와 차별’로 이어지는 연결점을 분리시킨다.
군 외부에서도 장병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인권에 관한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22년에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군 인권침해와 차별 행위를 조사해 시정조치·정책권고 등 권리구제를 담당하는 기구로 군 인권보호관 제도를 도입했다.
군 인권보호관은 군 내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 예방 및 군인 인권 보호 업무를 수행한다. 특히 관련 진정을 접수해 중립적으로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필요한 시정조치와 정책권고 등으로 제도와 문화 개선에 앞장선다. 군인이 복무 중 사망한 사건 수사에 입회할 수 있고, 직접 군부대를 방문해 조사하는 권한도 지닌다.
다양성과 포용성 정책으로 ‘선제적 예방’
국방부의 지속적인 다양성과 포용성 강화 노력도 군내 ‘혐오 문화’가 뿌리내리지 못하게 하는 정책 중 하나다. 국방부는 다양성을 바탕으로 하는 차별 없는 복무 및 적극적인 적응 지원과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이해와 다양성 인정이 병영 내 ‘혐오 차단’의 기본이라는 인식에서다.
국방부가 새롭게 제작해 지난 5월 발표한 ‘동영상 다문화 이해 교육 표준교안’은 이러한 대표적 정책이다. 표준교안은 △다양성 △관계성(관용과 수용) △관계성(공감과 소통) △보편성 등 총 4강의 동영상 콘텐츠로 구성됐다. 특히 장병들의 자연스러운 다문화 수용성 강화를 위해 내레이션과 숏폼 영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교육효과를 높이고 있다.
해당 신형 표준교안은 국방허브 군인권지킴이 교육 관련 자료실에 적용돼 전 부대에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추후 인터넷 나라배움터와 국방망 M-MOOC 등 온라인 교육과정도 만들어 전반적인 접근성을 더 높일 계획이다.
이러한 교육 강화 배경에는 군 구성원의 다양화 확산 추세가 있다. 현재 우리 군은 2009년 병역법 개정으로 다문화가정 자녀가 입대하기 시작한 이후 병영 구성원의 다양성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에 의하면 2030년 다문화가정 출신 장병은 1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입영 장병 수 감소로 인한 비율을 감안하면 전체 군의 5%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외에 국방부는 지난해 10월 마련한 ‘다문화장병 정책 개선 추진계획’에 맞춰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맞춤형 대체음식을 제공하는 정책 차원의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한국어 소통 취약자가 어려워하는 병영 용어를 영어와 중국어, 베트남어, 스페인어, 일본어 등 5개 언어로 번역한 용어집도 제작, 배포할 계획이다. 가능한 부대에는 선임병 중 다문화 장병 담당 멘토병을 일대일로 배치해 적응을 돕도록 할 방침이다.
또한 장병 신체검사 신상명세서에 한국어 소통 능력을 자율적으로 표기하도록 하고, 스스로 소통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다문화 장병을 위한 조기 적응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 입대한 국외 영주권자 중 희망자를 대상으로 연 4회 운영하는 해당 프로그램은 올해부터 다문화 장병까지 교육 대상을 추가할 예정이다.
|
혐오 표현 거르는 ‘문해력’
‘한 총, 한 책’ 통해 키운다
‘혐오’의 시작과 유통의 출발점은 대부분 SNS를 비롯한 온라인 플랫폼이다. 이곳에서 통용되는 ‘혐오 표현’들은 네티즌에게 무비판적으로 노출된다. 문제의식 없이 수용되며 오프라인으로 확산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사람이 그 표현과 문화에 익숙해지며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른다.
이러한 과정에서 혐오 표현에 대한 개인·사회적 자정 작용은 거의 작용하지 않는다. 이른바 ‘디지털치매’ 현상 때문이다. 디지털 치매란 스마트폰, 디지털 기기에 대한 지나친 의존으로 기억력과 사고력이 저하되는 현상을 지칭한다.
최근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미디어를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으로 풀이된다. 미디어가 전달하는 정보와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면서 창의적이고 책임 있게 활용하고 소통하는 종합적인 능력을 의미한다.
‘미디어 리터러시’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하다. 온라인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옥석을 가리는 능력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이어 리터러시 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문해력 향상’이 우선돼야 한다. 전반적인 문해력 저하현상은 교육 현장에서부터 제기되고 있는 문제다.
2024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초·중·고 교원 584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학생 문해력 실태’에 관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1.8%가 ‘문해력이 과거보다 떨어졌다’고 답했다. 이들은 문해력 저하의 원인으로 ‘스마트폰·게임 등 디지털 매체 과사용’(36.5%)을 1위로 꼽았다. ‘독서 부족’(29.2%), ‘어휘력 부족’(17.1%)이 각각 2, 3위에 올랐다. 군 장병들 역시 ‘문해력 저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디지털·온라인에 익숙한 청소년기를 보낸 세대에는 입대 후에도 스마트폰 노출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해력 향상’을 위한 더 좋은 방안은 역시 책읽기다. 긴 호흡의 글을 읽으며 단기적 자극에 대한 저항력이 발생하고, 사색 능력이 향상된다. 이를 알기에 국방부는 지속적인 책읽기 장려 정책으로 장병들의 지적 수준 및 사고력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올해 4월부터는 ‘한 손에 총, 한 손에 책(한 총, 한 책)’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독서문화 정착을 유도하고 있다.
프로젝트는 체계적이다. 훈련소 입소 단계에서 책을 지참하도록 하고, 군 생활 중 독서에 대한 흥미와 독서 능력을 높이기 위해 외부 전문가와 독서 코칭 기회를 제공한다. 독서하고 싶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복합 문화공간을 마련하고, 지휘관 재량으로 다양한 독서 관련 프로그램 운영도 지원한다. 결과적으로 독서를 통해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민주시민이자 국가·사회·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지속가능한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배지열 기자
해당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