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부대 집중탐구
육군36보병사단 ‘드론·대드론 실증 전담부대’ 1년 돌아보니…
산악과 도심이 뒤섞인 육군36보병사단 작전지역. 위병소를 지나 영내에 들어서니 머리 위에서 낯선 소음이 들려온다. 사단 상공을 24시간 순찰하는 드론 무인운용 시스템이다.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되면 화면 너머 상황실로 곧바로 신호가 뜬다. 몇 년 전만 해도 영화 속 장면 같았던 이 풍경이 사단에서는 이제 일상이 됐다. 국방부 지정 ‘소형드론 및 대드론 분야 실증 전담부대’로서 사단은 어떻게 드론으로 싸우고, 어떻게 드론을 막을 것인지를 가장 먼저 시험하는 부대가 됐다. ‘우리부대 집중탐구’에서 그 현장을 짚어본다. 글=이원준/사진=이윤청 기자
민간 드론 우수기술 실증, ‘軍 테스트베드’ 역할 자처
36사단이 국방부로부터 드론·대드론 실증 전담부대로 지정된 데는 2023년부터 이어온 자체 준비가 있었다. 사단은 그해 1월 대드론TF를 구성해 드론 운용개념과 작전계획을 구체화하고, 작전지역의 지형적 특성을 고려한 전투실험을 거듭하며 다양한 전장 상황에서의 드론·대드론 활용 노하우를 쌓아왔다.
이렇게 축적한 역량은 실증 전담부대 지정 이후 △민간 우수업체 기술 실증 △민간 드론개발·군 실증 협업사업 등 역할로 이어졌다. 드론·대드론 분야 기술을 우리 군에 접목하는 ‘테스트베드’가 된 것이다. 지난해 호국훈련에선 민간업체와 연계해 적 드론의 침투 상황을 가정해 전파 교란·마비 기술인 ‘소프트킬(Soft-kill)’과 물리적 격추 기술인 ‘하드킬(Hard-kill)’ 타격을 동시에 전투실험하며 전투수행능력을 실증했다.
사단은 드론 전력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민간 드론 개발 협업사업에 맞춰 편제 조정 및 신편을 추진하는 한편, 상용드론 대량 구매를 위한 예산도 반영했다. 이렇게 납품된 국산 드론은 통합방위훈련 및 전술훈련에 투입돼 능력을 평가받고 있다.
사단은 ‘첨단국방 피치데이’와 ‘2026 대한민국 드론공방전’에서 실증 전담부대로서 능력을 뽐냈다. 올해 3월 열린 피치데이에서는 육군본부·방위사업청·국방기술진흥연구소 관계자와 산·학·연 전문가 300여 명 앞에서 사단이 운용 중인 대드론체계, 정찰·수류탄 드론을 직접 시연해 호평받았다. 올해 6월 드론공방전에서는 사단 드론팀이 전문 대항군으로 참가, 민간업체들과 실전형 창과 방패로 맞붙으며 드론·대드론 운용 역량을 입증했다.
“사단장도 초급간부도 자격증” 50만 드론전사의 첫걸음
사단이 힘을 쏟는 또 하나의 축은 국방부 핵심 과제인 ‘50만 드론전사 양성’이다. 앞으로는 모든 장병이 드론을 소총과 같은 기본 전투수단으로 다뤄야 한다는 것이 50만 드론전사의 출발점이다.
이를 위해 사단은 기초교육부터 드론자격증 취득, 일인칭시점(FPV) 드론 실습으로 이어지는 교육체계를 구축했다. 연초부터 ‘1인 1드론 자격증’ 취득 붐을 조성한 가운데, 드론 직무향상 교육을 희망하는 장병은 사단 심의를 거쳐 선발되면 부대 인근 민간 교육기관에서 위탁교육을 받을 수 있다.
사단은 교육 대상자에게 최대 20만 원의 교육비를 지원하고 있다. 드론자격증 3종 이상을 취득하면 사단장 표창과 포상휴가, 진급·지휘추천 잠재역량 반영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드론 정비능력 보강을 위해 국방부·종합군수학교의 3D프린터 직무보수과정에도 장병들을 입교시키고 있다.
드론 교육은 신병교육 단계부터 시작된다. 전군 최초로 사단급 부대 기준 드론 시뮬레이터 30대를 갖춘 교장을 마련해 신병교육 매 기수 교육훈련에 반영하고 있는 것. 갓 입대한 훈련병들이 시뮬레이터로 드론 조종을 익히는 모습은 다른 사단 신병교육대대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다.
그 결과, 지난달 기준 3종 이상 드론 조종 자격증을 취득한 장병은 156명으로 전년 대비 25% 늘었다. 이 중 1종 자격증 취득자는 83명이다. 주 교육 대상은 초급간부다. 예비전력 분야에서도 드론을 활용한 예비군훈련, 예비군훈련대 드론 운용 과목 신설 등을 통해 50만 드론전사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
이동식(소장) 사단장은 “현대 전장에서 AI와 첨단기술의 발전으로 드론은 전장의 판도를 바꾸는 가장 강력하고 필수적인 전력으로 자리 잡았다”며 “사단 장병 모두가 드론을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 전투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수류탄 투하 드론’ 3D프린터로 자체 개조·제작
실증 전담부대로서 사단의 전문성은 자체 개발 장비에서 두드러진다. 사단은 KAIST 전기전자공학부,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한국산업연구원, 한국전기연구원 등 국내 최고 수준의 산·학·연 연구진과 교류하며 대드론 능력 보강 사업을 진행해왔다. 지난해 10월에는 조달청 혁신제품 시범사용기관으로 선정돼 드론 무인운용 시스템을 시범 운용 중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3D프린터로 자체 개조·제작한 ‘수류탄 투하용 드론’이다. 교육용 드론을 개조해 만든 이 드론은 산악에서 원거리의 적을 식별했을 때 수류탄이나 소화제를 투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실시간 영상을 통해 속도·거리·고도를 분석해 수류탄을 목표지점에 연발식으로 정확히 투하하는 것이 가능하다.
사단 드론작전지원센터는 평시에는 상용드론 개조·정비 기술을 축적하고, 전시에는 상용드론을 대량 구매해 투하용 드론이나 크레모아·유탄 자폭드론으로 개조하는 임무를 맡는다. 작전지휘시설과 주둔지 방호를 위해 위성신호 스푸퍼와 드론건 등 대드론 장비도 추가 도입할 예정이다.
사단이 운용 중인 안티드론 시스템의 실전 성과도 눈에 띈다. 2024년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경비작전 당시 미상 드론에 의한 테러와 경기 방해를 막기 위해 투입돼 개막식부터 폐막식까지 총 21회의 불법비행 드론을 식별·조치했다. 축제의 안전을 지킨 이 기록은 36사단 대드론체계의 실전 신뢰도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매뉴얼 없이 최초로 걷는 길, ‘어떻게 싸울 것인가’ 개념 정립도
전군 최초로 걷는 길이다 보니, 사단 앞에는 매뉴얼도 선례도 없다. 이 부대의 고민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는 이가 이호순(대령) 참모장이다. 그는 실증 전담부대의 역할을 “표준과 기준을 만드는 일”이라고 정의했다.
이 참모장은 “드론이 필요하다는 말은 누구나 하지만 정작 얼마나 필요한지에 대한 답은 없었다”며 “그 기준안을 우리가 제시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사단은 지역방위사단 드론 편제의 표준안을 마련하고 이를 적용하기 위해 육군본부와 계속 협의하고 있다. 이 참모장은 “편제 표준안이 결정돼야 비로소 드론의 소요를 판단할 수 있다”며 “소·중대부터 대대·여단까지 필요한 드론의 형태가 모두 다른 만큼, 편제가 모든 논의의 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드론을 가지고 어떻게 싸울 것인가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는 작업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 일환으로 현재 사용하지 않는 사격장 시설을 활용해 육군 최초로 드론전술종합훈련장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밖에 보병대대급 드론 유닛부대 창설, 드론을 설계·제작·개량하는 드론 혁신 Lap실 구축도 올 하반기를 목표로 진행 중이다.
이 참모장은 민간과의 협업, 즉 군 테스트베드로서 의미도 강조했다. 그는 “민간업체 입장에서는 군과 연계해 실증했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긍정적인 신호가 된다”며 “지금은 기존 트랙을 활용하는 수준이지만, 앞으로는 새로운 실증 트랙과 이를 뒷받침할 법적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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