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과학기술군 선도하고
사관학교 최초 ‘AI-데이터과학과’ 신설
개교 80주년 ‘KMA AX’ 통합 브랜드 만들고
생성형 AI 공간 ‘AX 워크스페이스’ 마련
‘파이(π)형 인재’ 육성한다
협업·융합 역량 ‘T자형 인재’에 AI 전문성 더해
데이터·알고리즘 활용 가능한 ‘AI 리더’ 양성
육군사관학교(육사)가 인공지능(AI) 기술을 학교 운영 전반에 접목하는 ‘AI 대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래 전장은 우주·사이버·지상전력이 초연결되는 공간이 될 전망이다. 단일 기술을 넘어 전장을 입체적으로 설계하는 통합적 시각이 필요한 이유다. 인간 지휘관의 직관에 AI의 정밀한 데이터 분석이 결합하는 ‘인간·AI 협업’이 미래 전장의 조건으로 꼽히는 상황에서 육사는 AX를 추진해 미래 전장을 주도할 정예 장교 양성의 요람으로 거듭난다는 구상이다. 이원준 기자/사진=부대 제공
2019년부터 이어진 AI 혁신 서사
육사의 AI 추진 목표는 첨단과학기술군을 선도하는 정예 장교 육성이다. 갑작스러운 시도가 아니다. 지난 7년간 이어온 노력의 결과물이다. 육사는 2019년 교수부에 AI 연구센터를 설립해 학술적 기반을 마련한 데 이어 이듬해에는 ‘KMA AI 교육 플랫폼’과 ‘AI 클러스터 실습실’을 구축해 하드웨어 인프라를 갖췄다. 2021년에는 사관학교 최초로 ‘AI-데이터과학과’를 전공으로 신설, 전문 인력 양성체계를 완성했다.
이렇게 쌓아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개교 80주년을 맞은 올해 ‘KMA AX’라는 통합 브랜드로 구체화됐다. KMA AX의 핵심은 올해 정식 출범한 ‘AX 추진기획단’이다. 김동욱(대령) 화랑대연구소장이 단장을 맡아 △교육혁신 △연구기획 △인프라 기술 △보안·행정 등 4대 분과를 이끌며 AX를 주도하고 있다.
구성원이 함께 만드는 변화, 그 뜨거운 열기
AX 추진 거점은 교내 충무관에 있는 AX 워크스페이스다. 올해 4월 문을 연 이 공간은 기존 인트라넷 기반 운용 체계에서는 불가능했던 생성형 AI 사용이 가능한 곳이다. 구성원들이 생성형 AI를 직접 만져보고 실험하며 AI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추고, 실무 활용 능력을 기르는 기회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
AX 추진기획단은 이곳에서 격주 단위로 ‘AX 추진 세미나’를 열고 있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교육법부터 에이전트 AI 코드 작성법까지 실무 밀착형 주제를 다루며, 교수와 생도 사이에서 AI가 가져올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학교는 전 생도와 교직원을 대상으로 생성형 AI 활용 가이드라인 교육을 마쳤다. AX 로고·홍보영상 공모전, AI를 활용한 개교 80주년 기념 엠블럼·표어 경연대회 등을 잇달아 개최해 AI 리터러시 확산과 구성원 참여를 동시에 끌어내고 있다.
4대 분과, 33개 과제로 구체화한 혁신
AX 추진기획단은 4대 분과에서 총 33개 과제를 선정해 추진하고 있다. 먼저 교육혁신 분과는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제작, 모든 생도 교육을 완료했다. 또 AI 영어학습 플랫폼인 ‘AI 튜터(Mr. Kim)’의 1차 구축을 마쳤다. AI 도구를 활용한 글쓰기 교육과 독서프로그램 운영, AI 기반 학사업무 플랫폼 구축도 함께 진행 중이다.
미래전략기술연구소 과학기술연구사업단이 주도하는 연구기획 분과는 국방 첨단과학기술 연구개발(R&D) 사업의 하나로 올해에만 7개 과제를 수주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들 과제에 투입되는 예산 규모는 약 668억 원으로 육사는 주관·공동 연구기관 형태로 참여하고 있다. 그중 대표 격인 과제가 ‘AI 지오에이전트 기반 민간인통제선(민통선) 관리 플랫폼’이다. 민통선 전역의 관광·안전 관리를 위한 ‘국가 표준형 스마트 접경지 융합관리 시스템’을 개발해 안보 특수성과 관광 활성화라는 상반된 요구를 AI 기술로 충족시키는 것이 목표다.
이 밖에도 육사는 산·학·연 협력을 통한 AX 협력연구센터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육사를 군 교육기관을 넘어 첨단 국방과학기술 실증의 허브이자 국방 관련 AI 연구 거점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구상이다.
인프라 기술 분과는 사용자 중심의 AX 워크스페이스 실습실을 구성하고, 초고성능 컴퓨팅 환경을 구축해 생도들의 AI 리터러시와 활용 능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학사·입시 관리와 맞춤형 정보 제공이 가능한 AI 기반 차세대 교육종합정보시스템 구축도 계획하고 있다.
보안·행정 분과는 안전한 AI 활용을 위한 보안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하고, AX 실습실의 보안 취약 분야를 점검해 대책을 마련하는 등 보안사고 예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AX 추진은 더 이상 선택 아닌 미래 향한 사명”
육사가 AX 전환에 이토록 속도를 내는 이유는 명확하다. 최근 벌어진 전쟁들에서 첨단과학기술이 전쟁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고 있어서다. 육사는 이에 발맞춰 AI, 디지털, 첨단과학기술 중심의 교과목을 편성해 생도를 교육하고 있다.
육사가 그리는 궁극적 인재상은 ‘파이(π)형’이다. 전문성과 협업·융합 역량을 갖춘 ‘T자형 인재’에 분석·평가·활용 능력을 아우르는 AI 전문성을 더한 개념이다. 분야별 전문성과 AI 실전 활용 능력을 균형 있게 갖춘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KMA AX의 최우선 목표인 셈이다.
이런 지향은 AI와 협업해 최적의 의사결정을 끌어내는 장교, 이른바 M-FDE(Military Forward Deployed Engineer)의 육성으로 이어진다. 군사 분야 전문성과 데이터·알고리즘에 대한 이해, 결과 적합도를 분석하는 능력을 갖춘 ‘프롬프트 전문가’를 뜻한다.
개교 80주년을 기점으로 가속 페달을 밟는 이 여정에서 육사는 AI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를 핵심 가치로 삼겠다는 원칙도 분명히 했다. 스마트 육사에서 배출될 파이형 인재들이 대한민국 육군의 미래 전장 승리를 이끌 가장 강력한 자산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박후성(중장) 학교장은 “AX 추진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미래를 향한 사명”이라며 “생도들을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읽고 활용할 줄 아는 AI 리더로 양성해 ‘승리하는 육군’ ‘AI·첨단 과학기술강군’ 건설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의 우수한 인적 자원과 연구개발 역량을 활용해 육사가 첨단 국방과학기술 실증의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 김동욱 (대령) AX 추진기획단장
“군 기관 첫 활용지침 수립, 군의 AI 심장 이식에 최선”
학교본부·근무지원단·생도대·교수부 등 전 구성원
교육·행정 망라 혁신 아이디어 내고 문제점 해결
데이터 병목 등 국방 특유 구조적 한계는 개선돼야
“육사의 KMA AX는 교육·연구·행정 전 분야에 걸쳐 추진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대부분의 군 조직에서는 AI를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부서가 전담하지만, KMA AX는 현 학교장님 취임과 동시에 설정된 지휘 목표로 구성원 전체가 아이디어를 내고 문제점을 AI 기술로 해결하는 방식입니다.”
각계에서 AI 대전환을 외치는 요즘, 육사의 AX는 조금 다른 결을 띤다. 김동욱(대령) AX추진기획단장은 KMA AX의 핵심을 ‘모든 구성원이 함께 고민한다’는 말로 표현했다. 실제로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행정혁신 아이디어를 모집했을 때 학교본부·근무지원단·생도대·교수부에서 70여 건이 넘는 아이디어가 쏟아졌다고 김 단장은 설명했다.
AI 활용 경험이 실제로 쌓이는 현장이 올해 4월 문을 연 AX 워크스페이스다. 반응을 묻자 그는 “역시 신기술에 관심 많은 이들의 활용도가 가장 높다”며 웃음을 보였다. 생도 중에서는 코딩이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이들의 활용률이 두드러졌다. 개소 초기에는 생도들이 개별적으로 AI를 쓰는 탓에 굳이 워크스페이스를 찾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그는 “갈 때마다 5~10명씩 그룹을 지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걱정은 덜었다”고 부연했다.
교육 현장의 제도적 변화도 뒤따르고 있다. 육사는 군 기관 중 처음으로 생성형 AI 활용 지침을 수립·배포했고, 하반기에는 생도 스스로 생성형 AI 교육 활용 기준을 만들어보는 토론대회를 준비 중이다. 김 단장은 “생도들과 구성원들이 AI를 사용했을 때 업무 효율을 높이고, 기존에는 전문가에게 의뢰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았던 문제를 AI로 해결하는 경험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AI 활용 경험을 통해 AI 리터러시를 높이는 방향으로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중 가장 오래 이야기가 이어진 대목은 국방 AI 특유의 구조적 한계였다. 김 단장이 꼽은 첫 번째 병목은 데이터다. 국방데이터는 절대량 자체가 희소한 데다, 확보 절차도 지난하다. 그는 “국방데이터를 개방하거나, 그게 어렵다면 인트라넷 안에 범용 모델을 폐쇄형으로 구축해두는 방식으로라도 이 병목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며 “구성원들이 편리함을 느껴야 AI를 쓴다”고 말했다.
거버넌스의 부재도 짚었다. 미국의 국방혁신단(DIU)은 기존 프로세스를 뛰어넘는 권한을 부여받아 국방혁신을 추진하지만, 우리 군에는 아직 이런 절차를 관장하는 거버넌스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보안성 검토 같은 기존 프로세스가 그대로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관련 법령 개정이나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문제점을 풀어가는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육사는 교육기관인 동시에 연구기관인 만큼, 이런 문제가 식별될 때마다 고급 인력을 활용해 난제를 해결하는 최적의 기관”이라며 “군의 ‘AI 심장 이식’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육사에 설치 예정인 AX협력연구센터도 그 노력의 하나다. 산·학·연이 협력하는 정부 R&D 과제의 공동연구기관 학습서버를 교내에 설치하고, 육사가 제공할 수 있는 국방데이터를 신속하게 학습시키기 위한 목적이라고 김 단장은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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