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 지속 땐 미 시장도 영향
추가 시장 개입 가능성도 열어놔
엔화 약세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과 일본이 이례적으로 공동 개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에 대해 “우정의 신호(a signal of friendship)”라고 말하며 미·일 외환 공조를 사실상 인정했다.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3일 담화를 통해 “지난달 31일 미국과 일본 정부가 공동으로 엔화 매수 개입을 실시했다”면서 “최근 나타난 엔화의 과도한 변동과 무질서한 움직임에 대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과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면서 “앞으로의 추가 공동 개입에도 주저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역시 이날 X(옛 트위터)에 올린 성명에서 미·일 간 강력한 경제·안보 동맹과 엔화 안정을 위한 양국의 공동 시장 대응을 지지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들을 위해 성과를 내고 있다”며 “경제 안보는 곧 국가 안보이며 미·일 동맹은 이 두 가지 모두를 기반으로 구축됐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추가적인 공동 개입에 참여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양국 재무장관이 엔화 매수 공동 개입을 잇따라 공식 인정한 데 이어 필요시 추가 공동 개입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서 워싱턴DC로 복귀하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엔화 방어를 위한 시장 개입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일본은 엔화가 약세를 띠고 있었고, 약간의 도움이 필요했다”며 “우리는 언제나 일본을 위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번 공동 개입은 지난 5월 도쿄에서 열린 양국 재무장관 회담에서 본격적으로 조율이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미 재무부를 대신해 유로화를 매도하고, 엔화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개입에 나섰다고 전했다. 이번 미·일 당국의 공동 개입은 위기나 재해 등을 제외하면 매우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이번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약 15년 만이었다.
당시에는 엔화를 팔고 달러를 매수하는 방식으로 개입이 이뤄졌다. 2011년 엔화가 강세를 보인 것은 재해가 발생하면 일본 기업과 금융기관이 외화자산을 팔아 엔화 자금을 확보해 두려 했기 때문으로 관측됐다.
미국과 일본이 이번처럼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해 엔화를 공동 매수한 것은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인 1998년 이후 28년 만이다. 미국은 이 같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환율을 시장 수급에 맡겨야 한다는 원칙 아래 외환시장 개입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이번에 일본과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은 일본에서 엔화 약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금리 상승이 계속될 경우 미국 금융시장 등에도 여파가 미칠 수 있다는 경계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이 금리를 올리면 그간 초저금리에 엔화를 빌려 미 국채와 증시 등에 투자하던 투자자들이 투자 자금을 회수해 갈 수 있는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면 미 국채 가격은 하락하고 국채 금리는 상승,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커지며 주가에 하락 압력이 될 수 있다.
이날 가타야마 재무상이 미국과 일본의 동시 개입을 정식으로 발표한 뒤 도쿄 외환시장에서는 엔화 가치가 급등했다. 이날 오전 9시45분께 달러당 엔 환율은 155.31엔까지 떨어졌다.
일부에선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조처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이번 개입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조성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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