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CHOD’회의에서 확인한 신뢰의 힘

입력 2026. 07. 31   17:16
업데이트 2026. 08. 02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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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영 육군대령 합동참모본부 국제군사협력과장
박시영 육군대령 합동참모본부 국제군사협력과장



국제관계에서 국가 간 협력을 위한 신뢰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함께 고민하고 훈련하며 난관을 헤쳐 가는 과정에서 조금씩 쌓여 간다. 그렇게 축적된 신뢰는 또 다른 협력을 낳고, 협력은 다시 신뢰를 더욱 굳건하게 만든다. 국제 군사협력의 역사는 결국 ‘신뢰와 협력의 선순환’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지난 7월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일 합참의장(Tri-CHOD) 회의는 바로 이러한 신뢰의 축적과 협력의 확장을 실제로 느낄 수 있는 현장이었다. 회의를 준비하고 마치면서 가장 크게 느낀 부분은 안보협력의 출발은 첨단 무기체계도, 화려한 외교적 수사도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평화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신뢰’였다.

한·미·일 3국은 공동선언문에서 북한 핵·미사일 개발이 한반도는 물론 인도·태평양지역 전체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핵심 안보 현안이라는 인식을 재확인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추진하며, 한·미·일 연합훈련인 ‘프리덤 에지(FREEDOM EDGE)’를 지속 실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펜타곤에서 마주한 한·미·일 3국의 모습은 보도자료의 문장보다 훨씬 더 많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오케스트라에서 관객의 박수는 지휘자와 연주자에게 향하지만, 완벽한 공연은 무대 뒤에서 악기를 조율하고 조명을 맞추며 준비하는 수많은 스태프가 있기에 가능하다. ‘Tri-CHOD’라는 무대 뒤에는 수개월간 이어진 실무자의 협의와 조율이 있었고, 짧은 악수와 환한 미소 뒤에는 수없이 수정된 문안과 치밀하게 준비된 일정이 있었다. 공식 회의는 단 하루 일정으로 끝나지만, 그 성과 뒤에는 상대국과 밤늦게까지 협의를 이어 가는 많은 사람의 헌신이 있었다.

‘Tri-CHOD’의 진정한 의미는 회의 당일의 화려함이 아니라 그 순간을 가능하게 만든 보이지 않는 헌신과 신뢰 축적에 있었다. 국가마다 전략적 환경과 정책적 입장이 다르기에 서로의 의견을 관철하고 반영하기 위해 치열하게 협의했고, 한·미·일 실무자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조금씩 의견차를 좁혀 갔다. 중요한 점은 같은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왜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 자체가 바로 안보협력의 본질임을 절실히 느끼게 됐다.

회의장을 떠나며 가장 오래 남은 기억은 공동사진도, 공동성명도 아니었다. 서로 다른 군복을 입은 세 나라 장군과 실무자들이 같은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대화하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 속에서 우리는 신뢰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평화가 어떻게 지켜지는지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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