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름지기 리더의 말은

입력 2026. 07. 31   17:16
업데이트 2026. 08. 02   11:32
0 댓글
정연주 공적말하기연구소 대표
정연주 공적말하기연구소 대표



‘사리를 따져 보건대 마땅히, 또는 반드시’를 뜻하는 ‘모름지기’라는 말이 있다. 대개 사람의 본분이나 지켜야 할 도리를 강조할 때 쓰는 이 단어의 뿌리는 ‘모르다’에서 출발한다. 15세기 중세국어로 올라가 본다. 조선시대 선조들은 한문 교재 등을 우리말로 번역할 때 한자 ‘須(수)’가 의미하는 ‘절박한 필요’와 ‘마땅한 당위’라는 뜻을 옮겨 올 적당한 부사를 찾아야 했다. 이에 동사 ‘모르다’의 명사형인 ‘모롬’에 강조조사 ‘-지기’를 붙여 이 단어를 만들어 냈다. 앞날을 헤아려 알 수 없는(모롬) 상황에 있다고 해도 ‘어찌할 도리가 없이 마땅히 해내야만 하는 일’을 나타내고자 고안된 번역어가 ‘모름지기’였던 셈이다. 그래서일까. ‘모름지기’는 주로 앞날을 확신하기 어려운 순간에 소환된다. 모든 답을 알고 있어서가 아니라 답을 알 수 없더라도 끝내 놓쳐선 안 되는 기준이 있을 때 “모름지기”로 말을 시작한다. 

빠른 변화로 많은 게 불확실하고 불안함이 일상이 된 이 시대, 모름지기 리더의 말은 어떠해야 할까. 화려하나 모호한 구호는 말의 힘이 생각보다 약하다. “위기는 기회”와 같은 ‘맞는’ 말도 뻔한 말로 느껴지기 일쑤다. 불편한 현실을 직시하면서 구성원이 같이 고민하고 행동할 구심점이 돼 주는, 이른바 ‘진실 관리(Truth Management)’를 하는 리더의 언어는 3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첫째, 불편함을 수면 위로 올려 정의하는 ‘직면의 언어’가 필요하다.

진실 관리의 핵심은 조직 내 진짜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데 있다. 프로젝트의 실패 위험, 상부의 갑작스러운 방침 변경, 예산 감축 같은 불편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리더가 이를 회피하거나 소통을 주저하면 소문과 억측만 커진다. 리더는 “우리가 지금 직면한 진짜 문제가 무엇인가”를 먼저 정의하고, 어떻게 조정해 나갈지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리더의 표정과 분위기로 구성원이 불편한 일을 ‘감지’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감당할 수 있는 형태로 불편한 진실을 정리해 조속히 이야기하고, 구성원이 실제로 움직일 ‘행동 문장’을 같이 고심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불확실한 시기일수록 ‘명확한 언어’를 찾아 얘기해야 한다.

리더의 모호한 표현은 바람직하지 않다. “알아서 잘 대처해”라는 식의 방임이나 “다 잘될 거야”라며 근거 없이 던지는 낙관적인 말은 무가치하다. 리더는 “지금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를 왜곡 없이 사실적으로 밝혀야 한다. 확정된 일과 미정인 변수 또는 정확한 사실과 해석된 의견을 칼로 베어 내듯이 구분해 말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구성원은 상투적인 빈말이 아닌 믿고 발을 디딜 수 있는 소박하지만 적확한 한 문장을 기다린다.

셋째, 감정은 읽어 주되 행동은 중심을 잡아 주는 ‘안정감의 언어’를 써야 한다.

불확실성은 조직 내부로 불안을 전염시킨다. 리더가 자신의 불안함을 전략 없이 바깥으로 그대로 퍼뜨리거나 반대로 “그 정도로 왜 호들갑인가”라며 구성원을 묵살해선 안 된다. 구성원의 감정을 외면하거나 축소하지 말고 읽어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고 난 뒤 고심해야 할 행동방식을 판단기준과 함께 공유해야 한다. “갑작스러운 조직 개편으로 혼란스럽고 불안할 겁니다. 그 마음은 당연하고 충분히 이해합니다.” 이 한마디가 있고 없음의 차이는 확연하다. 그 이후 조직이 왜 그런 판단을 내렸는지 명확한 근거와 우리 목표가 어디에 있는지 향후 방향을 결합해 말하고, 그에 따른 구체적 행동 기준까지 제시하는 게 좋다.

리더가 미래를 ‘장담’할 순 없다. 그러나 조직이 길을 잃지 않도록, 오늘의 현실과 다음 걸음을 정확히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모름지기 리더는 자신의 말이 구성원에게 명확한 이정표 역할을 하는지, 안정감과 해결의지를 갖게 하는지를 늘 살펴야 한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 댓글

오늘의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