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강단있게 때론 지조있게…흔들릴수록 단단해진다

입력 2026. 07. 31   16:23
업데이트 2026. 08. 0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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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의 페르소나 - ‘동궁’으로 또다시 성장한 노윤서

‘우리들의 블루스’ ‘일타스캔들’로 백상예술대상 신인상
데뷔 후 짧은 기간동 안 영화·드라마 넘나들며 영역 확장
‘동궁’서 귀신 사연 듣고 소통하는 ‘공감의 주체’ 생강 역
두려움 피하지 않는 능동적 캐릭터…Z세대 청춘의 얼굴

 

넷플릭스 시리즈 ‘동궁’에서 생강 역을 맡은 배우 노윤서.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시리즈 ‘동궁’에서 생강 역을 맡은 배우 노윤서. 사진=넷플릭스



신인 배우들이 성장하는 과정은 때론 꽤 지난한 시간들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이와 달리 단박에 세간의 시선을 집중시키며,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신인 배우들도 있다. 노윤서는 바로 그런 배우다. 2022년 ‘우리들의 블루스’에 혜성처럼 등장한 이 배우는 ‘전교 1등 고등학생의 임신’이라는 결코 쉽지않은 설정의 인물을 제대로 소화해내며 대중들의 시선을 끌었다. 특히 이병헌, 신민아, 고두심 같은 대배우들 사이에서 해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하지만 노윤서의 성장은 그 후에도 거침이 없었다. 2023년 ‘일타스캔들’에서 친모에게 버림받은 상처를 가슴 깊이 갖고 있으면서도 이모(전도연)를 엄마로 받아들이는 어른스러운 면모를 가진 남해이 역할을 소화해내며 신인 배우로서는 이례적으로 두 작품 만에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신인연기상을 거머쥐었다. 또한 2025년에는 영화 ‘청설’로 역시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에서도 신인연기상을 받았다. 드라마와 영화 양 분야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그런데 그 짧은 기간 동안에도 노윤서의 행보는 남다른 면이 있었다. 사실 ‘우리들의 블루스’나 ‘일타스캔들’의 노윤서는 교복이 어울리는 청소년의 이미지가 강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청설’에서는 청각 장애를 가진 수영선수 동생을 위해 자신의 삶을 헌신하는 서여름 역할을 맡아, 대사 대신 수어와 표정, 눈빛 연기로 서사를 끌고 가는 역할을 소화해냈다. 하나의 이미지에 굳어지지 않고 계속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성장하는 Z세대의 당당함을 드러낸 것이다. 그리고 2026년 현재 넷플릭스로 돌아온 노윤서는 ‘동궁’이라는 대작 오컬트 사극으로 또 한 차례의 성장을 보여준다.

 

넷플릭스 시리즈 ‘동궁’에서 생강 역을 맡은 배우 노윤서.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시리즈 ‘동궁’에서 생강 역을 맡은 배우 노윤서.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시리즈 ‘동궁’에서 생강 역을 맡은 배우 노윤서.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시리즈 ‘동궁’에서 생강 역을 맡은 배우 노윤서.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시리즈 ‘동궁’에서 생강 역을 맡은 배우 노윤서.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시리즈 ‘동궁’에서 생강 역을 맡은 배우 노윤서. 사진=넷플릭스



사실 사극은 부담스러울 수 있는 연기의 영역이다. 게다가 ‘동궁’은 현실과 귀계를 넘나드는 오컬트 장르까지 더해져 있다. 그녀가 맡은 생강이라는 인물은 그래서 다양한 장르와 성격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핏줄로는 왕(조승우)의 딸인 옹주지만, 귀신의 소리를 듣는 무녀의 능력을 가졌다는 이유로 궁 밖으로 내쳐진 인물이다. 궁궐에서 벌어지는 연못 귀신과 관련된 연쇄적인 죽음의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 왕이 그녀를 다시 부르고, 궁녀로 위장해 궁으로 돌아온 그녀는 구천(남주혁)과 함께 이 미스터리한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게 된다. 자신의 엄마를 죽음으로 내몬 대비(장영남) 앞에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는 모습으로 상대를 말로 무너뜨리는 강렬한 카리스마를 선보이는 이 인물은, 구천과 때론 멜로적인 감성으로 때론 동지적인 감성으로 엮이는 다채로운 매력을 드러낸다.

생강이라는 캐릭터의 독창성은 서사의 축을 양분하는 구천과의 완벽한 기능적 대비로부터 나온다. 즉 구천이 귀신을 눈으로 보고 칼로 베는 무력과 시각의 주체라면, 생강은 보이지 않는 귀신 같은 존재들의 고통과 사연을 귀로 듣는 ‘공감의 주체’다. 이 기막힌 공조의 관계 속에서 생강은 남성 히어로를 보조하는 전통적인 여성 조력자의 위치를 탈피한다. 권력의 정점에 선 왕조차 보이지 않는 공포 앞에서 나약하게 무너질 때, 생강은 두려움을 피하지 않고 진실에서 눈을 떼지 않는 능동성을 보여준다. 활을 쏘고, 물속으로 들어가는 등 쉽지 않은 액션 연기까지 스스럼없이 소화해낸 노윤서의 남다른 도전의식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물론 드라마 초반에 노윤서는 특유의 사극 톤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일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아직은 사극이 익숙하지 않아 나오는 현대적인 발성과 딕션의 부조화가 만들어낸 비판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에 대해서도 노윤서는 인터뷰를 통해 회피가 아닌 수용하는 자세를 드러냈다. “도전적인 마음으로 임해 부담감이 컸다. 공개된 이후의 반응을 충분히 인지하고 귀 기울여 듣고 있다. 저조차도 처음 하다 보니 아쉬움이 있었고, 시청자들이 인지한 부분에 대해 지적해 주신 것이 오히려 감사하다.” 비판도 자양분으로 삼을 줄 아는 이러한 건강한 면모는 드라마 후반부에서 좀 더 적응된 연기들에 대한 호평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 작품에 대한 도전을 통해 선배들의 조언을 하나하나 흡수해가며 안정을 찾아가는 과정을 자신의 연기 필모 서사로 만들어낸 것이다.

‘우리들의 블루스’나 ‘일타스캔들’이 작품 속의 일부로서 자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낸 정도였다면, ‘청설’은 노윤서가 좀 더 주도적인 위치를 갖게 한 작품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동궁’에 이르러 작품 전체를 끌고 가는 경험을 하게 된 그녀는 훨씬 큰 그림을 이해하는 배우로 성장하게 됐다. 특히 ‘동궁’의 생강이라는 인물은 현 시대의 청춘들이 느끼는 ‘불안감’ 같은 것들 앞에서 피하지 않고 맞서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또한 왕과의 관계에서 혈연으로서 왕과 협력하면서도 부조리한 세계를 물려준 기성세대의 한계와 결핍을 직시하는 모습을 보인다. 과거에 한 번 버려졌던 트라우마를 갖고 있지만, 거기 머물러 있지 않고 스스로 미래를 개척해가는 당찬 Z세대들의 실용적인 마인드를 드러내는 인물이다.

어떤 결과를 성취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들은 당연히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과정들이 그저 해야 하기 때문에 하는 관습적인 차원에 머물러 있다면 진정한 성장은 어려울 수도 있다. 쉽지 않아도 계속 해서 한 단계씩 어려운 영역들에 도전하는 건 의외로 그 성장 과정에 가속도를 붙일 수 있다. Z세대의 당당한 면들을 연기의 영역에서 보여주는 노윤서의 페르소나가 현재의 성장하고픈 청춘들에게 던지는 인사이트는 바로 그것이 아닐까 싶다.


필자 정덕현은 대중문화평론가로 기고·방송·강연을 통해 대중문화의 가치를 알리고 있다. MBC·JTBC 시청자위원을 역임했고 백상예술대상·대한민국 예술상 심사위원이다.
필자 정덕현은 대중문화평론가로 기고·방송·강연을 통해 대중문화의 가치를 알리고 있다. MBC·JTBC 시청자위원을 역임했고 백상예술대상·대한민국 예술상 심사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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