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슈 돋보기
트럼프 2기 미국의 서반구 우선주의 구현 동향 ④ 멕시코
마약·불법 이민 일삼는 카르텔 겨냥
테러조직 지정 이어 군사 개입까지
강압적 조치가 내정간섭 논란으로
초국가 범죄조직 해체 협력 강화
양국 고위급 안보이행그룹 창설
中 역내 영향력 견제 의도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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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월 20일 취임 즉시 발표한 행정명령에서 남부 국경에 ‘국가적 비상사태(national emergency)’를 선포했다. 남부 국경이 통제력을 상실할 정도로 침범(overrun)당했다는 평가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부 국경을 통한 제반 범죄활동을 침략(invasion)으로 규정했다. 본토 안보 관점에서 남부 국경의 상황을 재규정한 것이다.
이러한 위협 인식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남부 국경에서의 침략 격퇴 임무를 북부사령부(NORTHCOM)에 부여했다. 또한 미군이 국토안보부를 지원해 남부 국경의 ‘완전한 작전적 통제(complete operational control)’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이 남부 국경을 관세·이민 차원을 넘어 군사적 방어선으로 규정했다는 점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지난해 4월 국가안보대통령각서(NSPM)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남부 국경을 봉쇄하고 침략을 격퇴하기 위한 군사적 임무를 구체화했기 때문이다. 미군이 국경 일대 연방 토지를 군사활동에 활용하고, 필요할 경우 해당 지역을 국가방어구역(National Defense Area)으로 지정해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병력 운용도 확대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1500명의 현역 병력이 남부 국경에 추가 배치됐다. 이후 4400명 규모의 스트라이커여단 전투단과 650명 규모의 항공지원대대를 투입하는 등 약 9000명 수준의 병력으로 늘렸다. 이들은 국경장벽 설치, 실시간 감시, 관세국경보호청(CBP)의 차단작전 지원 등의 임무를 담당한다.
멕시코 기반 카르텔은 남부 국경에 대한 미국의 접근법 변화를 초래한 핵심 원인이다. 불법 월경을 비롯해 불법 마약 유입, 불법 이주 촉진, 인신매매, 국경 접근로 장악 등 제반 위협을 초래해 온 배후여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 기반 카르텔을 포함한 국제 카르텔과 기타 조직을 외국테러조직(FTO) 혹은 ‘특별지정 국제테러리스트(SDGT)’로 지정하는 절차를 마련했다. 특히 멕시코 기반 카르텔이 준정부 실체로서 사회 대부분을 통제해 왔다고 평가했다.
미 국무부는 2025년 2월부로 시날로아 카르텔을 비롯한 멕시코 기반 주요 카르텔을 포함한 8개 조직을 FTO 및 SDGT로 지정했다. 이 조치는 3가지 정책 효과를 의도한 것이다. 첫째, 카르텔의 지원·거래·세탁자금을 제재와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하려는 의도다. 둘째, 본토 안보와 군사·정보기관 등 범정부적 관점에서 카르텔 문제에 대응할 필요성을 강조하려는 목적이다. 셋째, 멕시코 정부가 카르텔 문제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면 미국이 더욱 강한 수단을 동원해 압박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여 준 것이다.
멕시코 기반 카르텔 제재도 이어졌다. 예를 들어 미 재무부는 시날로아 카르텔 산하 파벌과 관련 네트워크를 제재했다. 이 파벌이 멕시코 북서부에서 펜타닐, 코카인, 헤로인 등 불법 마약을 생산·밀매하고 미국으로 반입시키는 데 관여해 왔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이 카르텔이 미국으로 유입된 불법 펜타닐 상당 부분에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올 4월에는 인도·과테말라·멕시코를 잇는 전구체 화학물질 공급망을 제재 대상에 포함했다. 시날로아 카르텔이 이 공급망을 거쳐 멕시코 내 비밀실험실에 펜타닐 전구체를 공급해 왔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멕시코 정부에 가하는 미국의 압박도 본격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2월 1일의 행정명령을 통해 멕시코가 불법 이민·마약 문제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 책임을 추궁하는 차원에서 멕시코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멕시코 정부가 미국과 접경한 북부 국경의 감시·단속 강화를 위해 1만여 명의 국가방위군을 배치하겠다고 발표하자 관세 부과를 유예했다. 멕시코 정부의 조치로 남부 국경에서의 위협이 충분히 완화됐는지를 평가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강압에 따른 멕시코 내 반발도 이어졌다. 멕시코 기반 카르텔의 테러조직 지정에 따른 미군의 군사개입으로 인해 주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멕시코 정부는 미국에 “협력은 하되 간섭과 침략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멕시코 내 카르텔 조직 동향 파악을 명분으로 미국의 첩보자산이 자국 영토를 광범위하게 감시해 왔다는 논란 역시 주권 침해 비판으로 이어졌다.
미 중앙정보국(CIA)의 비밀작전과 관련한 진실 공방도 주권 논란의 빌미를 제공했다. 올 4월 멕시코 북부지역에서의 작전과정에서 CIA 요원 2명이 사망하는 사건 때문이다. 멕시코 정부는 해당 작전을 사전 승인하지 않았다면서 “미 정부요원의 독자적인 자국 내 활동은 결코 허용될 수 없으며 CIA 관여가 확인될 경우 미국 정부에 공식 항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절차적 위법성과 주권 침해 여부와 관련한 공식 조사에도 착수했다.
양국의 무역·노동협정을 둘러싼 내정간섭 논란도 발생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 체재 내에서 미국이 멕시코의 국내 제도를 검열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해서다. 미국이 USMCA 이행을 명분으로 멕시코 내 공장들의 노동권 개혁 감시를 위한 노동담당 감독관을 파견하려 하자 멕시코 정부는 이를 주권 침해행위로 규정하는 동시에 외교부 차관을 워싱턴에 급파해 항의의사를 전달했다. 멕시코 정부의 사법부 개혁 추진을 둘러싼 갈등도 표출됐다. 미국 정부와 대사관 측에서 우려를 표명하자 멕시코 정부는 이를 내정간섭으로 규정하면서 항의했다.
이런 논란을 배경으로 양국은 주권 존중의 원칙에 기반한 안보협력을 강조했다. 2025년 9월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의 멕시코 방문을 통해서다. 이 방문 중 발표된 공동성명은 양국의 안보협력 방침을 확인하면서 카르텔과 같은 초국가 범죄조직 해체를 위한 범정부적 차원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협력이 호혜성, 주권과 영토 보존 존중, 공유되면서도 차별화된 책임, 상호신뢰 등의 원칙에 기반한다는 점도 명시했다. 양국 안보협력 제도화를 위한 고위급 안보이행그룹도 창설했다. 특히 올 1월 회의의 공동성명에선 카르텔, 펜타닐, 무기 밀매 등 제반 현안 대응에서 실질적 성과를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멕시코를 중국 의존을 줄이면서 북미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한 역내 거점으로 규정했다. 동시에 중국산 제품의 대미 우회수출 경로로도 지목했다. 이러한 양면성은 경제안보 관점에서 중국의 역내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전략 경쟁의 의도를 보여 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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