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장의 마에스트로

입력 2026. 07. 30   16:00
업데이트 2026. 07. 30   16:03
0 댓글
오하늘 소령 육군11기동사단 사자여단
오하늘 소령 육군11기동사단 사자여단



인류의 치열한 전쟁사는 도구 진화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청동검에서 화승총으로, 다시 전차와 전투기로 이어지는 무기체계의 비약적인 발전은 인간 ‘신체의 확장’을 의미했다. 더 멀리 보고, 더 빠르게 이동하며, 더 강하게 타격하기 위해 물리적 한계를 극복해 온 과정이었다. 최근 전장에서 목격되는 드론의 활약과 초연결 네트워크 중심전은 이런 흐름의 정점을 보여 준다.

그러나 국방혁신 4.0의 핵심인 인공지능(AI)은 그 성격이 판이하다. AI는 단순한 팔다리의 연장이 아닌 인류 전사 최초로 등장한 ‘지능과 판단의 확장’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AI를 행정업무를 줄여 주거나 경계근무의 피로도를 덜어 주는 편리한 보조수단 정도로 치부하곤 한다. 이는 AI가 가져올 거대한 변화의 절반만 보는 것이다. 신체 확장을 넘어 사고 확장이 이뤄지는 패러다임의 전환기 속에서 국가안보의 최전선을 수호하는 우리 군이 결코 놓치지 말아야 할 군인정신의 본질은 뭘까.

미래 전장에서 요구되는 첫 번째 본질은 질문하는 통찰력이다. 초거대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순식간에 처리하며 전지전능한 위용을 뽐내지만, 이 첨단 지능에는 치명적 결함이 존재한다. 바로 스스로 목적을 창출하는 ‘욕망’과 국가에 헌신하는 ‘비전’이 없다는 점이다. AI는 수만 가지의 전술데이터 중 최적의 경로는 찾아낼 수 있으나 우리가 왜 ‘이 고지를 점령해야 하는가’에 대한 철학적 당위성은 오직 인간만이 부여할 수 있다. 기계의 냉혹한 연산을 압도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기획력이다. 전장상황의 이면을 꿰뚫어 보고 무엇을, 왜 이뤄 내야 하는지를 명확히 정의하는 통찰이야말로 AI 시대 군인의 가장 예리한 무기다.

두 번째 본질은 책임지는 지휘력이다. 정치철학자 해나 아렌트는 생존을 위한 기계적 노동과 가치관이 투영된 실천적 행위를 구분했다. 군에서도 마찬가지다. 현재 우리 군에 도입 중인 ‘AI 기반 표적 식별’이나 ‘지능형 군수시스템’은 복잡한 실무적 잡무를 인간보다 완벽히 수행한다. 그러나 생사가 걸린 전술적 행위는 알고리즘에 위임할 수 없다. 기계의 환각이나 데이터 오류에 따른 참혹한 결과는 물론 알고리즘의 판단 뒤에 숨으려는 ‘도덕적 회피’의 유혹을 이겨 내고 국가안보라는 무거운 책임을 온전히 짊어지는 것은 오직 현장의 군인뿐이다.

과거의 경직된 군사체계 속에서 군인은 거대한 기계장치를 굴리는 성실한 톱니바퀴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국방혁신 4.0이 현실이 된 지금 국군은 더 이상 수동적인 존재로 머물러선 안 된다.

이제 우리 군인은 AI라는 강력한 악기들이 뿜어내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기계의 오판과 알고리즘의 불협화음을 철저히 통제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진화해야 한다. 치열하게 고민해 날카롭게 질문하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묵직하게 책임지는 마에스트로의 결연한 지휘봉 아래서 국군은 첨단 기술과 인간의 영지가 결합된 최강의 지능형 협력체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이것이 바로 기술이 대신할 수 없는 우리 군인의 영원한 본질이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 댓글

오늘의 뉴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