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과 저작권 침해를 구별해야 하는 이유

입력 2026. 07. 30   15:58
업데이트 2026. 07. 3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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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세명대학교 미디어콘텐츠창작학과 교수
김기태 세명대학교 미디어콘텐츠창작학과 교수



표절(剽竊·plagiarism)이란 한마디로 ‘저작물 도둑질’이다. 특히 글쓰기에서 남의 글을 마치 자기 글인 양 속이는 행위가 대표적인 표절 유형이다. 원전이 따로 존재함에도 마치 자기가 최초로 창작한 것처럼 꾸미는 행위를 가리킨다. 이처럼 표절은 최소한의 인용(引用) 원칙이라고 할 수 있는 출처 명시가 이뤄지지 않음으로써 다른 사람의 저작행위에 따르는 노고를 무시했다는 점에서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에 표절은 주로 학술·예술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윤리와 관련된 개념으로 여겨져 왔다. 

저작권 침해의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되는 저작물을 창작한 사람이 정당하게 부여받은 권리를 침해한 법률적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되는 ‘저작물’이란 특별한 요건을 갖춘 것이라기보다 문학적이든, 학술적이든, 예술적이든 개인의 독창성이 엿보이는 것으로서 이용 가능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을 이른다. 이러한 저작물을 창작한 사람을 가리켜 ‘저작자’라고 하며, 저작자에게 주어지는 법적 권리가 바로 ‘저작권’이다. 요컨대 저작권은 저작물의 질적 수준과 관계없이, 어떤 절차나 방식을 이행할 필요 없이 창작과 동시에 생긴다. 또 저작물은 저작자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이 그것을 원저작물로 해 2차적 저작물, 즉 번역·편곡·변형·각색·영상 제작 등의 방법으로 재창작할 수 있으며 여러 저작물을 선택해 창작적으로 배열함으로써 편집저작물을 만들 수도 있다. 이러한 2차적 저작물이나 편집저작물도 엄연한 저작물이므로 그것을 작성한 사람 역시 별개의 저작자가 될 수 있다. 저작자에게는 기본적으로 저작자에게 주어지는 정신적 권리로서의 저작인격권과 경제적 권리로서의 저작재산권이 부여된다. 이러한 저작인격권과 저작재산권을 합쳐 ‘저작권’이라고 한다.

이처럼 표절은 다른 사람의 저작으로부터 전거(典據)를 충분히 밝히지 않고 내용을 인용하거나 차용(借用)하는 행위를, 저작권 침해는 다른 사람의 저술로부터 상당한 부분을 저자의 동의 또는 이용 허락 없이 임의로 자신의 저술에서 사용한 행위를 말한다. 그러므로 지식 확산을 위해 공정하게 사용될 수 있는 정도를 넘는 경우라면 설사 전거를 밝혔더라도 저자의 동의가 없었으면 저작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 표절도 출전을 밝히기만 하는 것으로 전부 방지되는 일은 아니다. 자기 이름으로 내는 보고서나 논문에서 핵심 내용이나 분량의 대부분이 남의 글에서 따온 것이라면 출전을 밝히더라도 저작권 침해 또는 표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남의 글이나 생각을 베끼거나 짜깁기해 마치 자신의 업적인 것처럼 공표한 셈이 되기 때문이다.

저작권 보호가 엄격하게 유지되는 사회일수록 표절의 사회적 규제도 엄격하며, 저작권 보호가 느슨한 사회에서는 표절 규제도 느슨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저작권 침해와 표절은 어쩌면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표절이란 흔히 지식재산에 대한 ‘도둑질’ 또는 ‘절도’로 불리지만, 사법적 의미에서 형사 문제로 다루는 관행은 확립돼 있지 않다. 표절이 형사상 범죄로 간주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표절에 해당하는 행위가 때때로 저작권 침해, 불공정 경쟁, 도덕적 권리 침해 등과 같은 명목 아래 법정에서 다뤄지기도 하지만 그것은 매우 예외적인 일이다. 앞으로는 지식재산의 활용도가 높아지는 추세에 맞춰 표절 또한 형사범죄로 다뤄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논쟁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

결국 연구자나 작가 등 글을 쓰는 사람뿐만 아니라 음악·미술 등 창작활동을 전문으로 하는 이라면 표절 또는 저작권 침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므로 항상 출처 표시 등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나아가 실질적 유사성이 저작물의 종류나 그에 포함된 아이디어 종류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표절 또는 무단복제를 최종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선 사례별로 인용 정도와 범위, 표현방법, 전문 분야에 따라 기준을 명확하게 확립할 필요가 있다. 문학작품 등 특정 저작물의 저작물성 및 창작성, 나아가 저작권 침해 여부 등을 판단하는 기준 역시 구체적인 저작물을 통해 개별적으로 살피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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