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군의 조건 '민주군대'] ⑤ 전문가 인터뷰: ‘국민의 군대’ 내재화해야

입력 2026. 07. 30   17:13
업데이트 2026. 07. 31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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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일보 심층 기획 강군의 조건 '민주군대'
① 민주군대는 왜 강한가?
② 민주군대의 선택 ‘제복 입은 시민’
③ 군에서 익히는 ‘다양성과 소통 능력’
④ 대한민국 군대의 변화와 성숙
⑤ 전문가 인터뷰/최병욱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

국민이 충성의 대상이기에…
헌법에 충성이 본분이기에…
‘전략적 장병’ 필요한 현대전 권위주의 군대로는 이기기 어려워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공권력 가장 높은 도덕성 필요
불법 부당한 명령에 대한 거부 제도·참여·문화적 통제로 민주주의 가치 기반 강화돼야
군은 국가안보 최후의 보루 시민들의 건설적 조언·지원 필요

강한 안보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군 전투력에 있어 민주주의 가치가 가지는 중요성과 우리 군이 지향해야 할 방향성 등을 조명한 심층기획 ‘강군의 조건 민주군대’ 시리즈를 31일 최병욱 상명대학교 국가안보학과 교수의 인터뷰를 마지막으로 마무리합니다. 최 교수는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30여 년 가까이 야전 부대와 정책 부서에서 복무했고, 전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거쳐 현재 국방부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병욱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는 “군대는 국민에게 받은 공권력을 가진 공공조직인 만큼 가장 도덕적이어야 한다”며 “헌법에 기반해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는 군대가 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 교수가 국방일보와 인터뷰하는 모습. 이경원 기자
최병욱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는 “군대는 국민에게 받은 공권력을 가진 공공조직인 만큼 가장 도덕적이어야 한다”며 “헌법에 기반해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는 군대가 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 교수가 국방일보와 인터뷰하는 모습. 이경원 기자


‘국가에 대한 충성’이란 표현은 익숙하다. 하지만 ‘헌법에 대한 충성’은 생경하다. 차이는 무엇일까? 최병욱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국가에 대한 충성은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지만, 헌법에 대한 충성은 대한민국의 기본질서를 지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군이 충성해야 할 대상은 국민이라는 의미다. 민주주의 가치 기반의 ‘민주군대’가 ‘국민의 군대’로 수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 교수는 “존중과 배려, 신뢰와 소통으로 집단지성이 활발하게 작동하는 군대, 그것이 강한 군대”라고 주장했다.


- 조직 운용과 전시 효율성 측면에서 군 내 민주주의 문화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많다. 권위주의 군대와 비교해 민주군대가 가지는 강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과거에는 고대 그리스에서 발전한 밀접 보병 형태의 ‘팔랑크스’ 전술이 주효했다. 방패를 서로 포개어 두터운 방패벽을 만들고 긴 창으로 적을 압박하는 방식이다. 이때는 대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이탈하는 병사를 아군에서 처단하기도 했다. 적보다 아군이 무섭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것이 권위주의 군대의 모태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얼어 있는 군대이고, 요즘 이러한 군대는 전쟁에서 이기기 어렵게 됐다.

이유는 현대 전쟁 양상이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전장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판단이 중요해졌다. 최근 미군은 ‘전략적 장병(Strategic soldier)’ 개념을 도입해 병사를 전략적 수준으로 어떻게 육성할 것인가에 관심을 두고 있다.

전쟁은 마찰이고,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예전에는 도망가지 않고 자기 자리를 지키는 정도면 됐지만, 이제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 존중과 배려, 신뢰와 소통으로 집단지성이 활발하게 작동하는 군대여야 한다. 그것이 강한 군대다.”


- 전략적 장병이라는 개념이 생소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현대전쟁은 개개인에게 명령의 기계적인 수행자가 아니라 고도의 사고와 판단 역량을 요구하는데, 이것이 전략적 병사의 개념이다. 각 장병이 언제 어떻게 행동하는지가 아군에 끼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무조건 명령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보고와 위로부터의 피드백을 통해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불법 부당한 명령에 대해 법령과 양심에 근거해 조언하고 직언할 수 있는 참군인의 모습이자, 우리가 회복해야 할 군대 문화의 표상이라 할 수 있다. 전략적 장병이 주가 되어, 과거처럼 권위주의와 상관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는 지휘관은 이미 인정받지 못하고 무능력한 존재가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 군에선 ‘상명하복’의 중요성도 강조된다.

“과거 육군사관학교를 다닐 때도 ‘군대는 민주주의 체제 내에 있지만, 군대에 민주주의가 있을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만큼 매우 오래된 담론이다. 플라톤은『국가』에서 ‘지키는 자를 누가 지킬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해 부여된 힘이 공동체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이자, 그 힘의 정당성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성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민주주의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 군의 경우 6·25전쟁과 이후 장기간 남북 간 분단 상태가 지속되는 과정에서 상명하복이 절대적인 가치로 자리매김한 것 같다. 하지만 군이 충성해야 할 대상은 국민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민이 군에게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공권력을 부여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것이 ‘국민의 군대’ 개념이다. 특히 군인들도 이를 내재화할 필요가 있다. 군대는 공권력을 가진 공공조직인 만큼 가장 도덕적이어야 한다고 본다.”


- 2023년 마크 밀리 전 미 합참의장이 자신의 퇴역식에서 “국가에 충성하지 않고, 헌법에 충성한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국가에 충성하는 것과 헌법에 충성하는 것, 두 가지가 어떤 면에서 차이가 있는가?

“밀리 전 합참의장 발언의 정확한 표현은 ‘우리는 국가에 선서하지 않는다. 우리는 헌법에 선서한다’이다. 그는 2020년 당시 조지 플로이드의 억울한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지시를 거부했다. 게다가 지휘서신까지 내리면서 입장을 공고하게 했고, 군복을 벗는 순간까지 신념을 바꾸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밀리 전 합참의장의 이러한 퇴임사에 놀랐다. 발언의 내용이 아니라 군 내부에서 그걸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 반응에 놀랐다. 우리의 경우 선뜻 납득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헌법에 충성하는 것이 군과 군인의 본분이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군대문화로 나아가야 한다.

국가에 충성한다는 건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헌법에 충성한다는 건 대한민국의 기본질서를 지키겠다는 의미다. 국민이 합의해서 권리와 의무, 그리고 국가운영의 기본 틀을 약속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 군대는 헌법에 기반한 법과 규정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 민주주의 가치 기반의 군대를 평가할 때, 그 성숙도를 판단할 수 있는 지표가 있는지 궁금하다. 만약 있다면 우리 군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군대사회학의 기본 개념으로 세 가지 기준을 들 수 있다. 첫째는 법·규정·방침 등으로 불리는 ‘제도적 통제’다. 대한민국 국군에도 현재 일정 부분 갖춰져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부족한 수준이다. 특히 부당한 명령은 거부할 수 있다는 근거가 부족하다. 복종에 대한 처벌을 언급한 부분은 있는데, 명백하게 불법적인 명령에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는 내용이 없다.

두 번째는 국민·시민단체·NGO 등 외부의 활동이 기반이 되는 ‘참여적 통제’다. 역시 지금도 이뤄지고 있지만, 군 관련 정보의 폐쇄성 때문에 활발한 수준은 아니다. 셋째는 ‘문화적 통제’인데, 대부분 병사 위주로 적용되는 캠페인이나 강연 수준이다. 실질적인 효과를 보려면 간부의 솔선수범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간부들의 문화가 중요하다.

앞서 언급한 세 가지 기준 모두 매년 평가하고 결과를 공개하는 것은 물론, 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과정이 대한민국 국군에 필요하다.


- 군 자체의 민주주의 정착 노력도 중요하지만, 외부의 적극적 호응과 응원도 필요할 것 같다.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면? 

“군대는 국가안보의 최후 보루인 아주 소중한 조직이다. 당장이라도 없어져야 하는 것처럼 폄훼해서는 안 된다. 아픈 부분이 있다면 어떻게 고쳐서 되살릴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흠을 내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군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가지고, 군이 우리 대한민국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소중한 집단이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군이 제대로 살아날 수 있도록 영양분을 주는 건 결국 국민이다. 지금 군에는 파괴적인 비판보다는 건설적인 조언과 지원이 필요하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바람직한 군대의 모습은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는 ‘국민의 신뢰를 받는 군대’다. 군이 존재하는 이유가 국민인데,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존재할 가치가 없다.

두 번째는 ‘활력이 넘치는 건강한 군대’다. 권위주의 기반의 얼어 있는 군대는 활력이 넘치지 않는다. 솔선수범하는 지휘관, 납득할 수 있는 투명한 운영, 원활한 소통과 건전한 참여가 이뤄지는 군대문화로 바뀌어야 한다. 세 번째는 ‘싸워 이길 수 있는 전투력이 강한 군대’다.

따지고 보면 세 가지가 모두 연관성이 있다. 예를 들면 전투력이 높다고 해서 다른 잘못된 부분을 덮을 수는 없다. 다른 두 가지 모습도 반드시 충족해야 한다. 전 장병이 고민해서 더 좋은 군대, 더 훌륭한 군대로 거듭나야 한다.”

배지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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