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 우위, 미래전의 핵심 경쟁력

입력 2026. 07. 29   15:28
업데이트 2026. 07. 29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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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익준 소령 육군9보병사단 작전참모처
정익준 소령 육군9보병사단 작전참모처



“병자(兵者), 궤도야(詭道也).” 손자는 2500여 년 전 전쟁의 본질을 ‘속임수’라고 정의했다. 적을 오판하게 만들고, 잘못된 결심을 유도하는 게 승리의 핵심이라는 의미다. 시대는 창과 활에서 인공지능(AI)과 드론으로 발전했지만, 전쟁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미래전의 승패 역시 누가 더 많은 첨단 무기를 보유했는지가 아니라 누가 상대의 인식과 판단을 먼저 지배하느냐에 달려 있다.


최근 『넥스트 워(Next War)』를 비롯한 미래전 관련 서적과 연구 결과 등을 쉽게 접할 수 있는데 AI와 드론, 유·무인 복합체계, 데이터, 네트워크, 분산작전 등 미래 전장의 다양한 변화를 제시한다. 이런 내용을 읽은 독자들은 AI와 드론이 미래전의 핵심이라고 인식하기 쉽다. AI는 방대한 정보를 분석하고, 드론은 정찰과 타격의 효율을 높이는 중요한 수단이다. 하지만 전쟁의 승패는 이러한 무기체계와 기술을 어떻게 활용해 적의 의사결정을 흔들고 원하는 방향으로 전장을 주도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미래 전장은 발전된 무기체계를 활용해 속고 속이는 인지전의 경쟁이며 기만작전, 마스킹은 이를 구현하는 가장 핵심적인 수단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나타난 인지전의 양상을 살펴보면 우크라이나는 실제와 구별하기 어려운 가짜 전차, 자주포, 방공체계를 전장 곳곳에 배치해 러시아의 고가 정밀유도무기를 허위표적에 소모시켰다. 또한 전자기만과 허위교신, 전파방출 통제로 실제 지휘소와 전력의 위치를 은폐하며 적의 정보·감시·정찰 능력을 혼란에 빠지게 했다. 반대로 러시아는 전지구위성항법시스템(GNSS) 교란과 전자기전을 활용해 우크라이나의 지휘 통제와 작전 수행을 방해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역시 같은 교훈을 남겼다. 하마스는 2023년 10월 기습공격 당시 상용드론으로 감시카메라와 원격사격체계를 무력화한 뒤 로켓과 지상침투를 연계해 초기 대응을 지연시켰다. 이후 SNS와 영상매체를 활용한 심리전으로 국제사회와 여론에도 영향을 미치려 했다. 이스라엘도 실시간 정보 융합과 전자기전, 허위목표물 운용 등을 결합해 하마스의 표적획득과 의사결정을 지속적으로 교란했다.

이처럼 현대전은 드론과 AI를 포함한 다양한 전력을 인지전과 기만전으로 얼마나 효과적으로 융합하느냐가 승패를 좌우하는 시대로 진화하고 있다.

우리 군도 AI 기반 유·무인 복합체계와 드론봇 전투체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첨단 장비만으로 미래전을 준비할 순 없다. 기만작전과 관련된 교리 발전, 디코이와 전자기만 능력 확충, AI 기만기술 연구, 인지전 전문인력 양성 등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 교육훈련 또한 ‘적을 어떻게 탐지하고 타격할 것인가’를 넘어 ‘적이 무엇을 보고, 무엇을 믿으며, 어떤 결심을 내리도록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손자가 말한 “병자, 궤도야”는 과거의 병법이 아니라 오늘날 AI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전쟁의 본질이다. 미래전의 승패는 더 많은 드론을 보유한 군대가 아니라 드론과 AI를 기반으로 적의 인식을 지배하고 판단을 선도하는 군대가 결정할 것이다. 인지 우위 확보야말로 대한민국 육군이 준비해야 할 미래전의 새로운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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