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을 향한 예우도 입을 수 있다면

입력 2026. 07. 29   15:27
업데이트 2026. 07. 29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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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원 뉴스1 외교안보부 기자
김예원 뉴스1 외교안보부 기자


우리 군의 문화가 
일상에 자리 잡은 것은 반가운 일
하지만 군인들 향한 존중과 예우가
녹아 있는지는 되짚어 볼 대목

후텁지근한 여름 날씨가 완연하니 거리에서 ‘로카티’가 자주 눈에 띈다. 대한민국 육군(Republic Of Korea Army)의 영문 줄임말인 ‘R.O.K.A’를 소리 나는 대로 부르는 말이 그대로 육군 로고가 박힌 티셔츠 이름이 됐다.

 

한강 둔치를 거닐거나 집 앞 주택가에서 수시로 흰색 글씨로 ‘KOREA ARMY’가 큼지막하게 새겨진 검은색 티셔츠를 입은 사람과 마주친다. 삼삼오오 몰려다니는 10~20대 남성이 주 소비층인 듯하지만, 장바구니를 든 아주머니나 러닝용품으로 무장한 어르신도 이 티셔츠를 입은 게 꽤 눈에 띈다. 2002년 여름 한국을 달군 월드컵 4강 신화 여파로 등장한 ‘Be the Reds’ 티셔츠 이후 24년 만에 성별과 나이를 가리지 않는 ‘국민 티셔츠’가 등장한 듯하다. 

군인의 전유물이던 로카티는 어떻게 국민 티셔츠가 됐을까. 병역의 의무를 다한 이들이 군 복무를 기다려 준 연인에게 선물하던 게 널리 퍼졌다는 이야기와 방탄소년단(BTS)의 팬클럽 ‘아미(ARMY)’가 군에 간 BTS를 응원하기 위해 입으면서 급격히 유명해졌다는 말도 나오는 등 여러 ‘썰’만 분분하다.

사실 로카티가 몇 년 새 한철 유행을 넘어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게 된 데는 단연 ‘실용성’이 큰 몫을 했다. 푹푹 찌는 더위와 기습적인 폭우가 번갈아 찾아오는 요즘 같은 날씨에 로카티만 한 ‘효자템’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로카티를 입어 보니 몸에 달라붙지 않는 부드러운 재질에 통풍이 잘돼 쾌적했다. 자주 세탁해도 쉽게 늘어나지 않는 내구성도 갖췄다. 심플한 컬러와 디자인으로 요즘 유행인 ‘스포츠룩’으로 매치해도 멋스럽게 어우러지니 자주 손이 간다. 한 유명 온라인 패션 플랫폼이 최근 육군본부와 협업해 만든 한정판 로카 티셔츠는 공개 직후 품절 행렬에 오르기도 했다니 로카티를 향한 대중의 애정과 관심이 실감 난다.

군용 물품, 특히 의류가 민간에서 이토록 사랑받는 건 자연스러운 일로 볼 수도 있다. 극한의 환경에서도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 당대 최고의 기술력과 튼튼한 내구성, 최상의 편안함을 집약해 만드는 군복이 대중의 선택을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예를 들어 한 명품 브랜드의 ‘시그니처 상품’인 트렌치코트는 제1차 세계대전 때 참호 속 진흙탕과 빗물을 막아 내던 군용 우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한때 유행했던 야전 상의나 항공점퍼 역시 군인의 체온과 활동성을 지키기 위해 탄생한 미 육군의 M-65 필드 재킷, 미 공군의 MA-1 점퍼에서 비롯됐다. 미 육군의 체육복이나 해병대(USMC) 재킷이 여전히 빈티지 시장에서 사랑받듯이 우리의 로카티 역시 일상에 자연스레 스며들어 또 하나의 스테디셀러가 돼 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국가와 국민 수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는 우리 군의 문화가 일상에 친숙하게 자리 잡은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그만큼 군인들을 향한 존중과 예우가 우리 삶 속에 자연스레 녹아 있는지는 되짚어 볼 대목이다. 해외에서 로카티를 입은 청년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 “정말 멋지다”며 악수를 청하거나 “당신의 헌신에 감사한다”며 어깨를 두드리는 영상이 알고리즘을 타고 올라올 때마다 우리는 어떤 표정으로 군인을 바라보는지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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