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시작되면 군이 가장 먼저 경계해야 할 것은 비가 아니라 대비의 빈틈이다. 최근 기후변화로 장마와 집중호우는 더 예측하기 어려워졌고, 기상은 작전환경에도 새로운 변수가 됐다. 자연은 통제할 수 없지만 준비는 우리의 몫이다. 그래서 장마 대비는 단순한 계절성 업무가 아니라 전투력을 지키기 위한 준비로 이어져야 한다.
군은 사후 조치보다 사전 대비를 우선하는 조직이다. 비가 내린 뒤 배수로를 정비하고, 침수된 장비를 옮기는 것은 대응일 뿐 대비가 아니다. 준비의 목적은 문제가 생긴 뒤 수습하는 데 있지 않다. 위험을 미리 찾아내고 제거하는 것이 대비의 본질이다.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에서 관찰통제관 임무를 수행하면서 기상환경이 전투력에 미치는 영향을 경험했다. 강원도 산악지역에서 많은 비가 내리던 날, 평소엔 문제가 없던 산길과 암반이 위험지역으로 변했다.
기상은 전장 양상도 바꿔 놨다. 주간에는 폭염 때문에 비전투력 손실이 발생했고, 야간엔 비와 큰 일교차로 인해 저체온 증상을 보이는 장병이 생겼다. 즉시 응급조치가 이뤄졌지만, 적과 마주하기도 전 전투력이 약화하는 현실은 절대 가볍지 않았다.
짙은 안개는 또 다른 위협이었다. 제한된 시야 속에서 일부 대항군은 경계진지를 피해 이동했고, 교전 시에는 피아가 혼재됐다. 장병들은 마일즈 장비의 진동과 음성 통보로 교전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첨단 장비도 시야를 대신할 수 없었다. 그날의 전장은 적뿐만 아니라 환경과도 싸우는 공간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줬다.
장마철 위험은 대부분 갑자기 찾아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작은 빈틈에서 시작된다. 배수가 원활하지 않은 시설, 누전 위험이 있는 전기설비, 침수가 우려되는 창고와 차고, 습기에 취약한 장비 관리상태는 모두 사전에 확인하고 개선할 수 있는 요소다. 위험은 자연이 만들지만 피해는 준비 부족이 키운다.
효과적인 대비는 특정 부서만의 책임이 아니다. 지휘관은 위험요소를 선제적으로 식별하고, 참모는 행동계획을 구체화해야 한다. 장병들은 자신이 생활하고 근무하는 공간의 위험요인을 먼저 발견하고 조치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비는 적도, 아군도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준비는 부대를 구분한다. 전투력은 위기 속에서 갑자기 만들어지지 않는다. 평소 보이지 않는 준비가 위기의 순간 눈에 보이는 전투력이 된다. 장마 대비는 계절성 부수 업무가 아니라 전투준비태세를 완성하는 과정이다. 결국 강한 부대는 비를 피하는 부대가 아니라 빗속에서도 임무를 완수할 준비가 된 부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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