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와 토론과 실패 속에서 교육하라

입력 2026. 07. 29   17:07
업데이트 2026. 07. 2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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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군사명저를 찾아서
『위험한 교훈: 군사전술 교육의 예술과 과학』 
찰스 올리비에로, 필 홀턴. 2025. 『위험한 교훈: 군사전술 교육의 예술과 과학』. 187쪽. 더블대거.
Charles S. Oliviero & Phil Halton. 2025. Dangerous Lessons: The Art and Science of Teaching Military Tactics. pp.187. Double Dagger. 

예측불가 전장에서 필요한 건 
상황에 맞는 결정 내리는 능력
실패를 성찰하는 과정 거쳐야
진정한 전술적 판단력 함양 가능

 



전술교육의 본질은 생각하는 군인 양성

오늘날 군대는 첨단 무기체계와 인공지능(AI), 네트워크 중심전, 다영역작전 등 새로운 전쟁양상에 대응하기 위해 교육훈련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우수한 무기와 체계를 갖추더라도 이를 운용하는 지휘관이 올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면 전투력은 기대만큼 발휘될 수 없다. 이 책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책은 전술 자체를 설명하는 교범이 아니라 ‘전술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저자들은 현대 군사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전술 지식의 부족이 아니라 전술적 사고를 길러주는 교육의 부재에 있다고 진단한다.

책의 가장 인상적인 주장은 ‘대부분의 군대는 전술을 가르치지 않는다’는 도발적인 문장이다. 처음에는 다소 과장된 주장처럼 들리지만 저자의 논지를 따르면 충분한 설득력을 갖는다. 군대는 각종 교리와 절차, 표준운용절차(SOP), 규정과 체크리스트를 체계적으로 교육한다. 장교와 부사관은 이러한 내용을 숙지하고 반복 숙달하며 평가를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달성한다. 그러나 실제 전장에서 필요한 것은 정답을 암기하는 능력이 아니라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적절한 결정을 내리는 능력이다. 따라서 절차를 숙달하는 것과 전술을 이해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며, 현대 군사교육은 이 둘을 혼동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들의 핵심 비판이다.

저자들이 강조하는 첫 번째 주제는 ‘판단력’의 중요성이다. 전술은 정답을 찾는 학문이 아니라 최선의 선택을 하는 과정이다. 전장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동일한 상황이 반복되지 않는다. 따라서 훌륭한 지휘관은 교리를 그대로 적용하는 사람이 아니라 교리를 이해한 후 상황에 맞게 응용하는 사람이다. 이러한 능력은 단순한 강의나 암기식 교육으로는 길러질 수 없다. 다양한 전술적 딜레마에 노출시키며 스스로 고민하고 자신의 판단을 검증하는 과정을 반복해야만 형성된다. 저자들은 초급지휘관 교육의 목표를 절차 중심 교육에서 판단 중심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이 전술을 ‘의도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올바른 시점에 올바른 행동을 취하는 술(術)’로 이해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올바른 판단만큼 중요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드론과 로봇이 지배하는 전장에서도 전술적 의미는 달라질 수 없다.

 

 



두 번째 핵심 내용은 잘못된 교훈에 대한 경고다. 모든 훈련이 올바른 교훈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잘못 설계된 훈련은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상황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해 왜곡된 사고를 형성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적이 항상 예상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상급자가 언제나 정답을 제시하며 계획대로만 작전이 진행되는 훈련이 반복된다면 참가자들은 실제 전장에서 발생하는 혼란과 불확실성에 대응할 능력을 갖추기 어렵다. 저자들은 이러한 환경에서 학습된 성공 경험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실패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교육자는 학생이 무엇을 배웠는지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무엇을 잘못 배우고 있는지도 지속 점검해야 한다.

세 번째로 저자들은 실패를 활용하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대부분의 군 조직은 실패를 최소화하고 실수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교육의 목적은 실패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통해 학습하는 것이다. 훈련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는 처벌 대상이 아니라 학습의 자산이 돼야 한다. 실패한 의사결정을 분석하고 왜 그런 판단이 이뤄졌는지를 토론하며 다른 대안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전술적 사고력이 성장한다. 이러한 접근은 사후강평(AAR)과 성찰 중심 학습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환기한다.

네 번째 주제는 불확실성에 대한 적응 능력이다. 전쟁은 본질적으로 예측 불가능하다. 적은 우리의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으며 정보는 항상 불완전하고 시간은 부족하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정답을 기억하는 능력보다 제한된 정보를 바탕으로 신속하게 판단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 따라서 훈련 역시 통제된 환경보다는 불확실성을 적극적으로 포함해야 한다. 저자들은 지나치게 각본화된 훈련이 오히려 실전 대응 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비판하며 예상하지 못한 변수와 돌발 상황을 포함한 자유로운 훈련이야말로 진정한 전술교육이라고 주장한다.

이와 연결되는 주제는 현실적인 훈련의 가치다. 저자들은 ‘병사에게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복지는 좋은 훈련’이라는 강한 표현을 사용한다. 이는 엄격한 훈련 자체를 미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실제 전투에서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현실과 유사한 환경에서 충분히 훈련받는 것이라는 의미다. 훈련은 단순히 기술을 숙달하는 과정이 아니라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과정이며, 실전에 가까운 교육일수록 장병의 생명을 보호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전술을 기술이나 절차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방법의 문제로 접근한다는 데 있다. 군사학과 교육학을 연결해 지휘관이 어떻게 사고를 배우는지 설명하려는 시도는 기존 전술서와 차별성을 갖는다. 특히 임무형 지휘, 전술적 의사결정훈련, 자유대항훈련, 시뮬레이션 등 현대 군사교육의 핵심 개념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는 점에서 실천적 가치가 높다.

그런 맥락에서 저자들은 전술교육에서 공통적으로 범하는 세 가지 오류를 지적한다. 하나는 예비전력을 실질적으로 운용하지 않는 것이다. 예비전력은 전투에서의 승리를 가져오는 가장 중요한 요소임에도 훈련에서 가상으로만 배치하는 경우가 많다. 예비전력을 운용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면 결정적 상황에서 승리를 확보할 수 없다. 두 번째는 형식적인 사후강평이다.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사후강평으로는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세 번째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분위기다. 실패는 승리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이 책이 제시하는 교육 철학을 실제 군 조직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도 존재한다. 판단 중심 교육은 상당한 수준의 교관 역량과 충분한 토론 시간, 실패를 허용하는 조직문화가 전제돼야 한다. 또한 표준화된 평가체계에 익숙한 조직에서는 이러한 교육방법을 제도화하는 데 적지 않은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결국 교육방법의 혁신은 교육과정뿐만 아니라 조직문화와 평가체계의 변화까지 함께 요구한다.

『위험한 교훈』은 전술을 설명하는 책이라기보다 전술교육의 본질을 다시 묻는 책이다. 저자들은 군사교육의 목적이 교리를 암기하는 지휘관이 아니라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지휘관을 양성하는 데 있음을 일관되게 강조한다. ‘생각하는 군인이 잘 싸운다’는 말이다. 첨단기술과 AI가 전장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는 오늘날에도 최종적인 승패는 인간의 판단에 의해 결정된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은 장교 양성기관, 지휘참모교육, 초군·고군반 교육, 사관학교 교육혁신을 고민하는 모든 군사교육 관계자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전술은 지식을 전달하는 방식으로는 충분히 가르칠 수 없으며, 사고하고 토론하며 실패를 성찰하는 과정을 통해서만 진정한 전술적 판단력이 형성된다는 저자들의 메시지는 현대 군사교육이 다시 새겨야 할 중요한 교훈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 최영진은 국방전문가로 전쟁사, 전략론, 정신전력, 병력구조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필자 최영진은 국방전문가로 전쟁사, 전략론, 정신전력, 병력구조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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