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 자체로 사랑받는 행복

입력 2026. 07. 28   15:39
업데이트 2026. 07. 28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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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기 소령 육군특수전사령부 천마부대 목사
이병기 소령 육군특수전사령부 천마부대 목사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 에릭은 어머니에게 버림받을 정도로 흉측한 얼굴을 갖고 태어난다. 그러나 음악 천재였던 에릭은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채 극장 지하에 숨어 자신만의 은신처를 마련하고, 오페라의 유령으로 불린다. 크리스틴은 이런 에릭을 음악의 천사로 여기는데, 크리스틴을 에릭이 사랑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뮤지컬 후반부에서 크리스틴은 에릭의 가면을 벗긴다. 평생 감춰 온 자신의 수치와 상처가 드러나는 순간, 에릭은 이성을 잃고 절규한다. 바로 그 순간 크리스틴은 눈물을 흘리며 에릭에게 다가가 입을 맞춘다. 누구에게도 드러낸 적 없던 흉측한 얼굴, 아니 그 가면 뒤에 감춰져 있던 그의 깊은 상처와 아픔을 진심으로 끌어안고 수용한 것이다.

그렇게 에릭은 무조건적인 사랑을 경험한다. 평생 가면 뒤에 자신의 아픔을 숨긴 채 강한 척 살아왔지만, 그의 영혼 가장 깊은 곳에는 존재 자체로 사랑받고 받아들여지기를 갈망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일까. 에릭을 연기하는 배우들은 이 장면에서 조건 없는 사랑을 처음으로 마주한 이의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담아내고자 혼신의 힘을 다한다.

이 작품은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한 영혼의 회복과 구원을 그린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모든 인간은 있는 그대로 사랑받고 싶어 하면서도, 그렇게 사랑받을 수 없다는 두려움을 느낀다. 사랑을 갈망하는 마음과 그런 사랑을 얻을 수 없을 듯한 절망감이 한 사람의 영혼 속에 공존하는 것이다.

성경은 말한다. “하나님은 사랑이심이라.”(요일 4:8)

자칫 진부하게 들릴 수 있겠으나 이 짧은 문장엔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진실이 담겨 있다. 그것은 바로 나를 향한 진실이다.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신단다. 왜일까? 그저 나이기 때문이다. 이 사랑은 받아들이기 어려울 뿐 아니라 그 의미를 이해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현실세계에서 이러한 사랑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본 적도 없고 경험한 적도 없는 사랑이 잘 와닿지 않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다.

성경은 선악과를 먹은 아담과 하와의 타락 이야기를 전한다. 선악과를 먹은 직후 아담과 하와에게 가장 먼저 찾아온 것은 자기 혐오였다. 사랑받을 수 없다는 확신이었다. “내 진짜 모습을 보여 줄 순 없어. 실망할 테니까.” 이로 인해 아담과 하와는 무화과나무 잎으로 자신들을 가린다. 가면을 쓴 것이다. 자신들의 수치와 상처를 가려서라도 사랑받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랑은 인간의 영혼을 결코 만족시키지 못한다. 인간의 가장 깊은 갈망은 가면이 아니라 존재 자체로 사랑받는 것이어서다. 이 갈망은 무뎌질 순 있어도 거세되지 않는다.

원해서 가면을 벗는 사람은 없다. 가면은 벗는 게 아니라 벗겨지는 것이다. 가면이 벗겨지는 경험을 한 이들은 안다. 그것이 얼마나 치욕스럽고 비참한 일인지를. 역설적으로 가면이 벗겨져야 무조건적인 사랑을 경험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누구 앞에서 벗겨지느냐다. “나는 네 가면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너의 상처와 연약함, 숨기고 싶은 모습을 다 알면서도 너를 사랑한다.”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의 사랑은 나의 존재 자체를 끌어안는 사랑이다.

당신은 누구 앞에서 가면을 벗을 수 있는가? 당신은 있는 그대로 사랑받는다는 게 무엇인지 경험해 본 적이 있는가? 우리에게 그런 존재가 있기를, 그래서 참된 행복을 누릴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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