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미 월드컵이 지난 20일 스페인과 아르헨티나의 결승전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대한민국은 국민이 기대했던 16강이나 8강 진출은커녕 조별리그도 통과하지 못했다.
우리 대표팀은 전략·전술 부재와 경기 운영의 무기력을 드러내며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대회 전체를 보면 이번 월드컵은 수준 높은 경기와 감동을 선사하며 또 하나의 성공적인 월드컵으로 기록됐다.
축구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스포츠로 알려져 있다. 승리와 패배, 환희와 좌절, 도전과 협력 등 인간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극적으로 보여 주는 축소판이라는 점도 축구의 매력요소다. 외교·안보를 연구하는 이에게도 축구는 많은 영감을 준다. 국가 간 경쟁과 협력 원리를 축구만큼 쉽게 설명해 주는 사례도 드물다. 축구는 외교·안보를 이해하는 데 새로운 통찰을 제공할 수 있다.
축구와 외교·안보의 가장 큰 공통점은 공격과 수비라는 상반된 기능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유기적이고 통합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축구에서 공격수는 득점이라는 기회를 창출하고, 수비수는 단 한 번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으며 실점을 막아 내야 한다.
외교·안보 역시 마찬가지다. 외교가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국익을 확장하는 ‘창(공격)’이라면 안보는 외부 위협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지켜 내는 ‘방패(수비)’다. 공격 없는 수비는 승리할 수 없고, 수비 없는 공격은 한순간에 무너진다. 역할은 다르지만 나라가 잘되려면 2가지 모두가 동시에 필요하다.
축구에서 강팀이 되기 위해선 선수들의 기본기가 탄탄해야 하고, 선수 간 패스와 협력 플레이가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한다. 선수들이 개인의 명성이나 존재감을 앞세우면 강팀이 되기 어렵다. 감독은 상대와 경기상황에 따라 전략·전술을 유연하게 조정하고, 구단이나 협회는 선수들이 최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육성과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외교·안보도 다르지 않다. 담당요원들은 애국심을 바탕으로 외국어와 협상력, 국제정세를 읽는 통찰력, 정보 분석역량과 정책 수행역량 등 기본기가 탄탄해야 한다. 여기에 외교·안보조직이 긴밀하게 협력하고, 지도자는 장기적인 전략 아래 매번 작전을 재조정하며, 각 개인과 조직의 역량을 하나로 결집해야 한다. 특히 지도자가 편견이나 진영논리에 사로잡혀 국가 전체의 이익 대신 소집단의 정체성이나 사익에 매몰되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
축구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교훈은 승리만큼 중요한 것이 인류의 평화적 공존에 기여해야 한다는 점이다. 선수들은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경기 후에는 승자는 패자를 배려하고, 패자는 승자를 인정하며, 팬들은 뛰어난 플레이와 진지한 태도에 박수를 보낸다. 승리만큼 스포츠맨십도 중요하다. 이번에 아르헨티나는 리오넬 메시의 활약으로 열광적인 박수를 받았지만, 결승전 패배 이후 일부 선수의 폭력행위로 국가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외교·안보도 크게 다를 바 없다. 자국 안전보장과 국익을 도모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다른 나라를 무시하고 압박하는 일방주의적 정책은 결국 더 큰 갈등과 보복을 부를 뿐이다. 축구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이유가 승패를 넘어 ‘공존과 존중’의 가치를 증명하기 때문이듯이 외교·안보 역시 상호존중이라는 성숙한 원칙을 견지할 때 지속 가능한 국익과 지구촌의 평화를 동시에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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