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에서 시작해 ○전역으로 끝난 길

입력 2026. 07. 27   15:20
업데이트 2026. 07. 27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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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훈 예비역 육군중위
임재훈 예비역 육군중위



경기 연천군에서 육군 소대장으로 복무를 마치고 전역한 임재훈 예비역 중위다.

전역을 기념하며 ‘전곡역’에서 ‘대전역’까지 총 203㎞를 6일간 걸어 완주했다.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30㎞가 넘는 거리를 걸으며 군 생활의 마지막을 가장 의미 있게 마무리하고 싶었다.

이번 도전은 친형과의 약속에서 시작됐다. 해병대로 복무했던 친형은 전역 당시 약 180㎞를 걸으며 군 생활을 마무리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선 “나라면 더 멀리 걸어 보겠다”고 했고, 전역을 앞두고 그 약속을 실천에 옮겼다.

출발지를 전곡역, 도착지를 대전역으로 정한 이유도 있었다. 출발과 도착 인증사진에 각각 ‘곡’과 ‘대’를 가리면 ‘전역’이라는 단어가 완성된다. 군인의 마지막 걸음이 새로운 출발로 이어진다는 의미를 담고 싶었다. 이번 도전은 단순한 국토대장정이 아니라 군 생활을 마무리하는 의식이었다.

하지만 이 여정이 결코 혼자만의 도전은 아니었다. 같은 부대에서 근무했던 박태용 중사는 자신의 휴가를 내 6일간 곁에서 함께 걸어 줬다. 현역으로 복무 중인 그에게 휴가는 무엇보다 소중한 시간이었지만, 전우의 전역을 함께 축하하겠다는 마음 하나로 기꺼이 동행했다.

203㎞를 걷는 동안 발에는 물집이 잡히고 다리는 점점 무거워졌다. 뜨거운 햇볕과 갑작스러운 국지성 호우도 우리를 힘들게 했다. 그럼에도 하루도 포기하지 않고 계획한 일정을 모두 마치며 완주에 성공했다.

완주의 원동력은 두 사람의 의지만이 아니었다. 표범여단 전우들은 매일같이 안부를 묻고 응원 메시지를 보내 줬다. 가족과 친구, 선후배, 지인들도 한마음으로 힘을 보탰다. 휴대전화로 도착하는 짧은 응원 한마디가 지친 발걸음을 다시 움직이게 했다. 비록 두 사람의 발로 걸었지만, 그 길에는 수많은 사람의 마음이 함께하고 있었다.

걷는 동안 처음 소대장으로 부임했던 날의 긴장감, 장병들과 같이했던 훈련, 웃고 땀 흘렸던 시간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군 생활은 혼자 만들어 갈 수 없었다.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전우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이번 도전 역시 함께였기에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다.

대전역에 도착했을 때 가장 크게 남은 감정은 성취감보다 감사함이었다. 휴가까지 내며 기꺼이 마지막 군인의 길을 동참해 준 박태용 중사와 매일 응원해 준 표범여단 전우, 가족과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한다.

전곡역에서 시작한 203㎞의 군 생활은 대전역에서 끝났지만, 그 길이 남긴 전우애와 책임감은 앞으로도 내 삶을 이끌어 줄 것이다. 군복은 벗었지만 군에서 배운 책임감과 인내, 함께하는 마음은 새로운 출발을 향한 가장 든든한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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