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강군의 조건

입력 2026. 07. 27   15:05
업데이트 2026. 07. 27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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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홍식 육군정훈연구위원 예비역 육군준장
문홍식 육군정훈연구위원 예비역 육군준장



“도대체 하사관이 1년 남짓 근무하면서 1000만 원 가까운 빚을 졌다니. (중략) 그는 지휘관을 위해 상급부대 상납용으로 동해 특산품인 해산물을 구입하는 데 사용했다고 한다.” 김환태의 『육두품 소령의 군대 이야기』(1993)에 나오는 대목이다.

2021년 한 중앙일간지는 육군의 한 지휘관이 장성을 상대로 “억울하게 보직해임을 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일을 보도했다. 당시 정치권 관계자는 지휘관들이 조금만 문제가 있어도 ‘묻지 마 보직해임’을 당하던 시기였고, 앞으로 지휘관들의 소송 제기가 잦아질 것이라고 했다.

두 장면이 교차하면서 문득 “인공지능(AI) 시대 바람직한 군 조직문화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날 병영에서 앞 장면과 같은 노골적인 권위주의 문화는 사라졌다. 그렇다고 뒤 장면이 바람직한 군대 모습이라고는 할 수 없다.

군은 AI와 첨단 무기로 군을 정예화하겠다고 이야기한다. 이를 위해 AI 시대 어떤 군 조직문화가 적합한지에 관한 고민도 필수적이다.

‘솔로의 역설’이라는 말이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솔로는 1987년 “컴퓨터 시대는 어디서나 보이지만 생산성 통계에선 보이지 않는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기술이 있다고 곧바로 생산성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경제학자 에릭 브리뇰프슨은 생성형 AI를 고객 지원업무에 도입한 연구에서 기술의 생산성 효과는 장비 교체 자체가 아니라 사람이 배우고 판단하며 일하는 방식이 함께 바뀔 때 비로소 나타난다는 점을 확인했다.

우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전쟁에서 AI와 드론이 전장 판도를 바꾸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다. AI는 수천 개의 복잡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수십 쪽의 보고서를 단 몇 초 만에 작성한다. 하지만 어떤 보고서가 필요한지,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할지는 결국 사람이 결정한다. 기술은 준비됐는데, 사람이 과거 방식에 머물러 있다면 그 기술은 무용지물이다. 솔로의 역설이 말하는 바가 그것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등 국내외 다수 기관의 연구 결과를 보면 AI가 의사결정을 보조하는 시대일수록 인간의 책임은 줄어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무거워진다는 점을 확인했다. 인간의 주체적 판단 능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방혁신 4.0의 핵심 전략인 AI 기반 유·무인 복합체계는 말 그대로 인간과 기계가 함께 싸우는, 인간·AI의 조화를 요구한다. AI 시대의 국방혁신은 기술혁신과 문화혁신이 병행될 때 그 실효성을 갖는다.

군대문화 혁신의 중심은 사람이다. 장병을 통제 대상으로 바라보는 문화는 AI 시대에 적합하지 않다. 단순히 복지 문제가 아니고 지휘관의 권위를 무너뜨리자는 말도 더더욱 아니다. 개인의 존엄을 인정하고 임무 수행의 주체로 세우자는 것이다. 그 출발점은 어디까지가 정당한 명령이고, 어디서부터가 인격 침해인지 지휘권의 개념을 분명히 세우는 일이다. 이 점에서 장병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독일 연방군의 ‘내적 지휘(innere F●hrung)’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AI 시대에 맞는 군대문화는 인재 확보와도 직결된다. 군대문화가 낡아 보이면 우수 인재는 군을 선택하지 않는다. 좋은 사람이 들어오지 않는 군대는 아무리 좋은 AI 장비를 갖춰도 미래 전쟁에서 승리하기 어렵다.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문화는 전략을 아침식사로 먹어 치운다. AI 강군이라는 전략도 예외가 아니다. 사람을 수단으로 여기고 통제 대상으로 바라보는 문화 위에서는 어떤 첨단 기술도 전투력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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