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 스타를 만나다
걸그룹 트와이스의 재계약 이슈
10년간 국내외서 큰 사랑…‘케데헌’ 업고 인기 최정점
소속사 “재계약 논의 중” 결별설 일축했지만 소문 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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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이스의 한 시대가 막을 내리는 걸까. 7월의 K팝 뉴스 중 단연 화제는 트와이스 멤버들의 원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와의 재계약 유무였다. 총 19개국 81회 공연을 하는 ‘디스 이즈 포(THIS IS FOR)’ 월드투어 도중 일부 멤버의 재계약 종료 소식이 전해지며 향후 그룹 활동과 관련한 전망이 쏟아졌다. 소속사 측은 논의 기간이라면서 사안이 확정되는 대로 소식을 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휴지기나 결별에 관한 무성한 소문을 일축했다. 2022년 완전체 재계약을 맺은 뒤 순항하던 트와이스호(號)의 항로 변경 가능성이 생겼다.
행운의 숫자 7은 K팝에선 달갑지 않은 수다. 아이돌 7년 징크스 때문이다. 활동 7년 차에 접어들면 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그룹이 계속 좋아하는 그 모습 그대로 활동을 이어 갈지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2009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제정한 표준계약서에 연예인의 최대 전속계약 기간이 7년으로 명시돼 있는 탓이다. 이 7년이란 기간이 생각보다 길지 않다. 치열한 연습생 사이의 경쟁을 거쳐 마침내 무대에 올라 대중의 주목을 받고 우상향곡선을 그리며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때쯤이면 따로, 또 같이, 같이 또 따로에 대한 소문이 무성해진다.
이미 충분한 인지도를 쌓았고 그룹 활동으로 누릴 수 있는 모든 성과와 명예를 거머쥐었다는 판단이 선다면 홀로서기에 도전하는 선택지가 합리적이다. 독립하더라도 그룹 활동은 원소속사에서 진행하면서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는 블랙핑크 같은 경우도 있다. 반면 입방아에 오르는 그룹은 극소수다. 레드오션 K팝 시장에서 처음 이름을 들어봤을 대다수 그룹은 7년의 계약 기간 이전, 혹은 계약 기간을 채우고 나서 아이돌그룹으로의 추억을 남기고 사라진다.
K팝 산업에서 7이 얼마나 불길한 숫자인지 알고 싶다면 지난해 빅히트뮤직과 재계약을 체결하고 올해 멤버들과 팬들의 불안한 심리를 입체적인 시각으로 담아낸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세븐스 이어(7TH YEAR): 가시덤불에 잠시 바람이 멈췄을 때’ 앨범을 들어보길 권한다. 시간을 노래하고 영원과 내일을 꿈꾸던 소년이 ‘하루에 하루만 더’ 찰나의 순간을 갈구하는 청년으로 성숙해 가는 과정을 처연하게 그린 수작이다.
트와이스의 경우엔 상황이 더 복잡하다. 활동 10주년을 맞이하는 그들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인기를 누리는 K팝 걸그룹이다. 데뷔곡 ‘OOH-AHH하게(우아하게)’가 음원차트 역주행을 하면서 순식간에 한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걸그룹으로 뛰어올랐고, 코로나19 팬데믹을 관통하면서도 정상의 지위를 놓치지 않았다. 해외 국적 멤버 미나, 사나, 모모, 쯔위의 활약으로 한국을 넘어 대만과 일본에서도 연일 화제를 모으며 우상으로 군림했다.
리퍼블릭레코즈와 계약을 맺고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 도전을 선언한 싱글 ‘더 필스(The Feels)’ 이후의 행보도 상승곡선을 그렸다. 2024년 ‘위드 유스(With YOU-th)’로 빌보드 200 차트 정상에 올랐고, 지난해에는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2025년 처음으로 50위권에 2곡을 진입시켰다. 이 중 ‘스트래티지(Strategy)’는 미국 음반산업협회에서 K팝 걸그룹 최초로 싱글 판매량 플래티넘 인증을 받기도 했다.
그룹의 글로벌 위상은 지난해 지구촌의 악령을 K팝으로 퇴마했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참여로 더욱 공고해졌다. 수많은 K팝 아이돌을 오마주해 완성한 극 중 가상의 걸그룹 헌트릭스의 대표곡 ‘골든(Golden)’은 한국계 미국인 가수 이재, 레이 아미, 오드리 누나가 불렀지만 또 다른 히트곡 ‘테이크다운(Takedown)’의 주인공은 트와이스의 정연, 지효, 채영이었다. 멤버들에게 모든 곡의 선택권이 주어진 가운데 강렬하고 카리스마 있는 노래를 결정한 결과는 최고의 결실로 돌아왔다. 미국 진출 이후 블록버스터 영화를 방불케 하는 화려한 투어 무대를 누비며 단단히 다져 온 라이브 실력과 무대를 휘어잡는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는 신무기를 장착했다.
트와이스는 K팝의 서사를 온몸으로 겪는 중에도 아이돌의 역할을 모범적으로 해냈다.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 ‘식스틴’으로 대중의 관심을 환기하며 등장한 그룹은 데뷔 직후 미묘한 노래 반응을 멤버 개인의 개성과 매력으로 과감하게 돌파했다. 다인원 걸그룹으로 오랜 시간 시장을 지배하던 소녀시대의 바통을 트와이스가 자연스레 건네받았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랑을 주제로 사랑해 달라고 노래하는 멤버들을 거절하기란 불가능했다.
1차원적으로 소비될 수 있는 기획의 한계는 시간이 메웠다. 불안과 긴장 증세로 활동을 쉬고 있던 미나를 위해 멤버들이 마음을 모아 노래한 ‘필 스페셜(Feel Special)’은 화려한 무대 위 조명 아래의 그림자에도 아이돌이 지치지 않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 K팝의 복무신조다. 연차가 쌓이면서 특정집단을 향하던 애교는 줄어들었다. 모든 K팝 팬, 특히 전 세계 여성에게 우리처럼 될 수 있다는 격려와 당찬 태도의 노래가 K팝 임파워링의 목적을 충실히 구현했다. 불만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며 무대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선보인 노력의 결과는 세계 시장에서의 대성공이라는 결실로 돌아왔다. 큰 불화나 분열 조짐 없이 활동을 이어 왔고, 멤버 개인의 솔로 활동도 그룹의 성공과 함께 주목할 결실을 봤다. 재계약 불발 소식이 놀라웠던 이유다.
가장 좋아하는 트와이스 노래는 ‘BDZ’다. 복잡한 축약어가 아니다. 불도저다. 불도저처럼, 탱크처럼, 군인처럼 마음을 무너뜨리고 모든 사랑을 다 뺏어 버리겠다는 당돌한 K팝 진군가다. 의외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K팝 아이돌이 어떤 직업인지 돌아보라고 한다. 요즘은 2분, 길어야 3분 이내에 모든 관심을 그들에게 둘 수 없도록 시선을 사로잡는 게 아이돌의 의무다. 현학적인 수사, 음악실험, 기획보다 과장된 의미 부여는 부차적인 문제다. 따로 또 같이라도 트와이스의 전진을 계속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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