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포스 언박싱
⑭ 전장의 마법사 ‘전자전기’
적군 레이다·지휘통신망 무력화
아군 공중작전 돕는 전력 증폭기
F-15K 성능개량 EPAWSS 탑재
우리 군 전용 전자전기 도입 추진
전투기 생존성·타격 효과 극대화
최근 공군 주력 전투기 F-15K가 최신형 전자전 장비를 장착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전투기에 값비싼 전자전 장비를 추가하는 이유는 적의 현대식 방공망과 다양한 전파위협을 능동적으로 탐지·분석·교란해 조종사와 기체의 생존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우리 군은 여기에 머물지 않고 전자전을 전담하는 특수목적 항공기인 ‘전자전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오늘 에어포스 언박싱에서는 현대 공중전의 승패를 좌우하는 보이지 않는 창과 방패, 전자전기를 파헤쳐 본다. 임채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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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귀를 멀게 하는 ‘전자 공격’
전자전기란 전자공격·전자방호 등으로 적의 레이다와 지휘통신망을 무력화하고, 아군 전력을 보호하는 특수 군용 항공기다. 전자전기는 전투기와 단독으로 싸우기보다 여러 공중전력 작전을 돕는 ‘전력 증폭기’ 역할을 한다. 전자전기가 적 방공레이다와 지휘·통신망을 먼저 교란하면 스텔스 전투기와 장거리 타격기가 진입하는 방식이다.
작전반경에 따라 아군 전투기 편대와 함께 최전선으로 침투하는 ‘근접전자전(Escort Jammer·에스코트 재머)’과 후방의 비교적 안전한 공역에서 광범위한 전파교란을 가하는 대형 ‘원거리 전자전(Stand-off Jammer·스탠드오프 재머)’으로 구분된다.
특히 스탠드오프 재머는 대공무기의 사거리 밖에서 적의 눈과 귀를 완전히 가려 아군 공중전력의 생존성뿐만 아니라 작전 성공률을 비약적으로 높이는 핵심 자산으로 꼽힌다.
미국이 증명한 압도적 실전 성능
이미 전 세계 주요 군사 강국은 전자전기의 전략적 가치를 간파하고 여러 기종을 운용 중이다. 가장 대표적인 국가는 미국이다. 미 공군은 C-130 수송기를 개조한 ‘EC-130H 컴패스콜(Compass Call)’을 통해 스탠드오프 임무를 수행해 왔다. 미 해군의 경우 F/A-18F 전투기를 기반으로 제작된 ‘EA-18G 그라울러(Growler)’를 운용 중이다. 그라울러는 아군 전투기 편대와 함께 최전선으로 날아가 적 방공망을 직접 제압(SEAD)하는 에스코트 재머 능력을 자랑한다.
전자전기 위력은 실전에서 입증됐다. 2011년 3월 다국적군이 리비아 공습을 단행한 ‘오디세이 새벽(Odyssey Dawn)’ 작전 당시 그라울러가 리비아 영공으로 진입해 적 방공망과 통신망을 완전히 마비시켰다. 그라울러가 열어준 길을 따라 다국적군 전투기들이 안전하게 진입해 폭격을 가함으로써 단숨에 공중 우위를 장악할 수 있었다.
새롭게 태어나는 F-15K
우리 군 역시 현대전 흐름에 발맞춰 전자전 능력을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 현재는 개별 전투기에 전자전 장비를 장착해 자체적인 탐지와 교란 능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34년까지 진행하는 F-15K 성능 개량 사업을 통해 최신형 전자전 통합체계인 EPAWSS를 탑재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번 개량으로 F-15K는 기존 4개의 구형 전자전 장비를 EPAWSS 하나로 단일화하게 된다. 이를 토대로 다수의 표적을 동시 탐지하고 전파를 방해하는 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해 미 공군 최신형 F-15EX 수준의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성공적으로 전력화를 이어가는 국산 차세대 전투기 KF-21 역시 첨단 융합 센서를 기반으로 고도화된 자체 전자전 능력을 구비해 고위험 환경에서의 생존성을 대폭 끌어올렸다.
국산 ‘전자전기’ 체계개발 닻 올랐다
나아가 우리 군은 전용 ‘전자전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전투기용 전자전 장비는 주변 기체를 제한적으로 보호하지만 대형 전자전기는 더 높은 고도에서, 더 오래 비행하며, 더 넓은 지역에서 방해전파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자전기가 적 레이다와 통신체계를 흔들면 아군 전투기의 생존성과 타격 효과도 함께 높아진다.
이에 방위사업청은 지난해 4월 30일 제168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고 ‘전자전기(Block-I) 체계개발기본계획안’을 심의·의결하며 도입을 확정 지었다. 이어 올해 1월 20일에는 1조9000억 원 규모의 체계개발사업 착수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닻을 올렸다.
사업은 캐나다 봄바르디어의 비즈니스 제트기 ‘글로벌 6500’을 기반으로 진행된다.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가 연구개발을 주관하고, 대한항공이 기체 개조와 체계종합을 맡았다. 현재까지 계획으로는 개발과 시험평가를 거쳐 2034년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기술로 빚어낸 전자전기가 향후 KF-21·F-15K 등 주력 전투기와 연계해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면 우리 공군은 ‘보이는 적’을 타격하는 수준을 넘어 ‘보이지 않는 전장’까지 완벽히 지배하는 진정한 항공우주군으로 도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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