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축구가 우리에게 던진 불편한 질문

입력 2026. 07. 24   16:37
업데이트 2026. 07. 26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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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제표 CBS 정치부 선임기자
홍제표 CBS 정치부 선임기자



최근 북중미 월드컵에서 입증된 일본 축구의 실력은 우리에게 부러움과 동시에 뼈아픈 자책감을 안겨 줬다. 과거 한국 축구에 눌려 월드컵 본선 진출도 한참 늦었던 일본은 이제 ‘2050년 우승’ 목표가 허언이 아닐 만큼 세계 정상급에 다가섰다. 그럼에도 우리는 일본 축구의 구조적 성장 배경에는 둔감한 채 감독 개인의 무능을 타박하는 단기 처방에 매몰된 감이 있다. 

한·일 축구가 역전된 근본 원인 중 하나는 두꺼운 선수층의 보유 여부라는 데 다수 전문가가 동의한다. 일본은 고교 축구팀만 해도 4000개 가까이 된다. 최고 권위의 전국 고교선수권대회 결승에는 6만여 명의 관중이 몰릴 만큼 대중적 인기와 관심도 높다.

반면 우리나라의 올해 고교 학생운동부 등록 축구팀은 겨우 108개, 전문클럽과 생활클럽을 합해도 224개(대한체육회 집계)에 불과하다. 그나마 학생운동부 기준으로는 2022년 114개에서 6개 팀이 줄어들었다. 규모가 가장 큰 대통령금배 대회의 올해 참가팀도 68개뿐이다. 한·일 인구 규모를 감안해도 믿기 힘들 정도로 차이가 크다. 이렇게 얇은 저변으로 지금의 실력이나마 발휘하는 게 오히려 신기할 정도다.

이런 사정은 축구에 국한되지 않는다. 야구(고교 학생운동부 80개 팀), 농구(48개 팀), 배구(39개 팀) 등 주요 종목에서도 빈약한 통계가 이어진다. 이렇게 황폐화된 학원 스포츠는 과도한 입시 경쟁의 부산물이다.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면 둘 다 실패하기 십상이라는 게 오랜 경험에서 검증됐다. 프로 선수를 지망하거나 체대 입시 목적이 아니라면 아무리 몸이 근질거려도 꾹 참고 학교·학원·독서실의 쳇바퀴에 창백하게 갇혀 지내야 한다.

학교 체육이 전반적으로 부실해진 후과는 스포츠 경쟁력 하락에 그치지 않는다. 미래 세대의 체력과 건강마저 위협받는 심각한 지경이다. 최근 한 언론이 교육부의 전국 초등학교 학생건강체력평가(PAPS)를 분석한 결과 하위권인 4·5등급 학생 비율이 2015년 4.9%에서 2024년 15.1%로 3배 이상 급증했다. 교육부의 또 다른 조사에선 비만·과체중 초·중·고교생이 지난해 29.7%로 코로나19 발생 이전 25%대와 비교해 역시 크게 늘어났다.

말할 필요도 없이 이는 명문대 입학만을 지상과제로 삼고 ‘공부기계’로 살아온 결과다. 방황의 추억조차 값진 경험이자 평생의 자양분이 될 청소년기의 특권은 그렇게 허무하게 사라지고 있다. 심지어 서울 등 대도시 일부 지역에선 소음 민원에 밀려 학교 체육활동을 제한하는 사례도 있다고 하니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이쯤 되면 “천하를 얻고도 건강을 잃으면 무슨 소용인가”라는 경구를 진지하게 되짚어 보지 않을 수 없다. 학생들은 청춘을 저당 잡힌 채 건강한 신체의 발달마저 저해하는 과도한 학습노동에 내몰린 지 오래다. 달리기 경주에서의 ‘부정출발’과 별로 다를 바 없는 선행학습은 급기야 ‘4세 고시’라는 망국적 병폐로까지 치달았다.

한 재미 유학생의 이야기가 기억난다. 그는 한국 출신 학생들이 일찌감치 공부에서 두각을 나타내지만 점차 사정이 바뀐다고 한다. 공부는 하지 않고 스포츠에만 빠져 살 것 같던 미국 학생들이 막상 대학 입학 후에는 며칠 밤을 새워도 끄떡없는 체력으로 무섭게 치고 올라온다는 것이다. 미국 대학의 막강한 경쟁력을 보면 한 개인의 체험담으로만 치부하기 어렵다.

공부는 대학 입시까지만 하고 끝나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평생의 마라톤이다. 인공지능(AI)을 필두로 한 문명사적 전환 시대에는 과거보다 더 긴 호흡을 요구한다. 멀리 오래가려면 공부와 체력의 순서를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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