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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군이 제공권을 장악했다.”
과거의 전장에서 이 선언은 곧 전장의 주도권이 아군에 넘어왔음을 알리는 상징과도 같은 말이었다. 적의 주력 전투기가 격추되고 방공망이 침묵하면 지상기지 요원들은 방공호 밖으로 나와 활주로, 격납고, 탄약고와 정비구역에서 다시 활동할 수 있었다. 하늘을 장악하는 자가 전장을 지배하던 시대의 익숙한 풍경이었다.
오늘날 전장에서 제공권 장악 선언은 더 이상 기지의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활주로, 중동의 군사기지들이 보여 줬듯이 아군의 첨단 전투기가 적진 상공에서 우세를 확보하는 순간에도 후방 기지에는 여전히 공습경보가 울릴 수 있다. 적 항공기가 억제됐더라도 상용 부품으로 조립된 자폭드론과 이동식 발사대에서 기습적으로 발사되는 미사일은 여전히 활주로와 지휘시설, 유류·탄약·항공기들을 향해 날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하늘은 더는 전투기가 지배하는 공간이 아니다. 유인기, 무인기, 순항미사일부터 탄도미사일, 로켓과 드론이 동시에 존재한다. 강대국만이 독점하던 공중 타격 능력은 이제 테러리스트와 소규모 무장세력에까지 확산하고 있다. 이른바 ‘비대칭 위협의 대중화’가 이뤄진 것이다. 더 이상 ‘제공권 확보’라는 익숙한 표현이 주는 안도감에 머무르면 안 된다.
미사일과 드론의 위협이 남아 있는 현대전에서 제공권이란 무엇인가. 그 해답은 역설적으로 맑게 갠 하늘이 아니라 피격과 오염, 혼란 속에서도 작전을 지속해야 하는 지상에 있다.
아무리 고도화한 5세대 전투기와 압도적인 대공 무장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그것을 띄워 올릴 기지가 마비된다면 항공력은 그 순간 기능을 상실한다. 화학탄 낙하로 인한 오염 통제구역에서 신속히 제독을 하고, 파괴된 활주로를 복구하며, 분산된 기지환경에서도 다음 소티를 창출해 내는 지상작전 지속 능력이 없다면 하늘의 우세는 단 하룻밤도 유지될 수 없다.
제공권은 하늘에서 전투기 조종사들만이 쟁취하는 전리품이 아니다. 현대전의 제공권은 적 항공기를 격파하는 능력을 넘어 드론과 미사일의 위협 속에서도 기지를 방호하고, 오염을 통제하며, 활주로를 복구하고, 항공작전을 계속 만들어 내는 회복탄력성 위에서 완성된다.
결국 제공권은 하늘에서 시작될지 몰라도 지상에서 유지된다. 그 지상을 지켜 내는 능력이 없다면 어떤 공중 우세도 지속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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