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녀

입력 2026. 07. 22   16:18
업데이트 2026. 07. 22   16:47
0 댓글

 

이유진 중사 해병대1사단

카메라를 들고 수많은 순간을 기록해 왔다. 훈련장에서 흘리는 땀도, 전우들의 굳은 눈빛도, 국민과 함께하는 봉사의 시간도 모두 셔터 속에 담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장수사진 봉사를 다녀온 날은 카메라를 내려놓고도 한동안 마음이 조용해지지 않았다.

촬영을 준비하는 동안 어르신들은 “아이고! 늙어서 못생겼는데 대충 찍어”라며 손사래를 치셨다. 카메라를 들기보다 먼저 어르신들 곁으로 다가갔다. 흐트러진 머리를 정성스레 빗어 드리고 한복 저고리의 고름을 가지런히 매어 드렸다. “오늘은 세상에서 제일 예쁜 소녀로 남겨 드릴 테니 마음껏 웃어 주세요.” 쑥스러운 미소를 지으시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다. 사진을 인화해 드리자 한 어르신께서 액자를 두 손으로 꼭 안고는 작은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이렇게 환하게 웃는 내 모습을 남겨 줘 고마워요.” 그 한마디가 마음을 오래 붙잡았다.

그동안 좋은 사진은 선명한 사진이라고 생각했다. 빛을 잘 맞추고 구도를 잡고 표정을 담아내는 게 사진 촬영 부사관의 실력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날 처음으로 좋은 사진은 선명해 오래 남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을 담았기에 오래 남는다는 것을 배웠다. 장수사진은 마지막을 준비하는 사진이 아니라 지금까지 묵묵히 살아온 삶에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라고 말해 드리는 한 장의 감사장이었다.

단순히 장면을 남기는 이가 아니라 해병대의 헌신을, 언젠가는 대한민국의 역사가 될 순간을 기록하는 사람이다. 장수사진 봉사는 사진의 의미를 다시 가르쳐 줬다. 카메라를 다루는 기술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라는 것과 셔터를 누르기 전 건네는 작은 배려와 진심이 한 장의 사진을 평생의 기억으로 만든다는 것을 배웠다. 사진 한 장은 종이 위에 남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은 사람의 기억 속에 아뢰새겨진다. 앞으로도 카메라를 가벼운 마음으로 들지 않을 것이다. 셔터 한번에도 누군가의 인생이 담길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국민의 미소를 가장 따뜻하게 기록하는 촬영 부사관이 되고 싶다. 언젠가 시간이 흘러 내가 남긴 사진을 누군가가 보며 “그 사람은 우리를 진심으로 바라봐 줬다”고 기억한다면 군복을 입고 카메라를 드는 가장 큰 이유가 될 것이다.

언젠가 또 다른 장수사진 봉사현장에서 쑥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늙어서 못생겼는데…”라고 하시는 어르신을 만나게 된다면 변함없이 말씀드릴 것이다. “오늘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녀로 남겨 드리겠습니다.” 그 말이 단순히 웃음을 드리는 인사가 아니라 한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 시대를 살아오신 삶에 보내는 가장 진심 어린 존경이기를 바라면서.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 댓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