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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과 함께 찾아온 인공지능(AI) 시대는 군조직과 전투 수행방식을 급격히 변화시키고 있다. 우리 군이 추진 중인 디지털 대전환(DX)도 단순히 행정 전산화를 넘어 전장을 데이터와 네트워크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미래 군은 병력 규모나 물리적 장비 수보다 전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디지털화하고, 이를 연결하느냐가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다. 이미 세계 각국은 전장을 누비는 피지컬 AI와 자율드론체계를 적극 개발하고 있다. 디지털 전장 안에서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적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탄약·연료·보급품의 소모 주기를 파악해 최적의 보급시기와 경로를 제시할 수 있다. 정보작전 분야에서도 사이버 위협 탐지, 허위정보 분석, 통신망 보호 등 AI 활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가까운 미래, 기계·로봇·AI가 주도하는 전장 속에서 장병들의 역할은 점차 축소될 수밖에 없다. 인구절벽을 맞고 있는 현재 대한민국 군에 반가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인간이 수행해야 할 역할이 아직 남아 있다. 그것은 바로 판단·결심·책임의 주체로서 역할이다. 우리에게 새롭게 요구되는 역량은 ‘윤리적 판단 능력’일지도 모른다. 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장 효율적인 선택지를 제시할 수 있지만, 효율이 곧 윤리적 정당성을 의미하진 않아서다.
예를 들어 AI는 적의 부상병을 치료한다는 이유로 작전지역 내 의료시설을 폭격하거나 투항한 포로를 잠재적 위협으로 평가해 사살하는 등 ‘효율’이라는 명목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거나 군인의 명예를 저버릴 수 있다.
우리는 AI의 오판을 경계하고, 군을 이끌고 작전을 지휘하는 책임 주체로서 효율보다는 윤리적 판단을 우선해야 한다. 윤리적 판단이 비효율적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국민의 신뢰를 잃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군은 사기 저하와 작전 명분 상실이라는 이중고를 겪어야만 한다. 오늘날과 같은 초연결사회에서는 지구 반대편의 사건도 실시간으로 공유·전파될 수 있기에 단 한 번의 비윤리적 선택이 국제적 비난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윤리적 판단이 결여된 작전은 단기적으로는 효율적으로 보일지라도 장기적으론 군의 사기와 명분, 국가의 외교적 입지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군의 작전 지속 능력 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군수품 보급이다. 다행히 미래 전장에서 활용되는 AI 기반 로봇은 피복·급양·유류 등 다양한 보급품의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가장 중요한 보급품이 남아 있다. 바로 국민의 신뢰와 지지다.
우리 군은 윤리적 판단력을 잃지 말아야 한다. 첨단 무기와 AI가 전장을 가득 메우는 시대일수록 ‘무엇을 할 수 있는가’보다 ‘무엇을 해선 안 되는가’라는 윤리적 질문을 먼저 떠올려야 한다. 윤리야말로 전장 한가운데서 군의 정당성과 존재 목적을 지켜 주는 최후의 기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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