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항법시스템 전자전과 우리의 생존법
현대 전장서 일상이 된 전자전
신호 수신 지연·가짜 신호 유도…
무인기·정밀무기 모두 무력화
검증된 상용 기술 빠른 도입과
핵심 연구개발 독자 설계 시급
2024년 가을 러시아의 샤헤드 자폭드론은 밤마다 우크라이나 하늘을 메웠다. 반대로 단 한 발의 미사일도 쓰지 않고, 이 드론들이 길을 잃게 만드는 방어 전술도 전공을 세웠다. 미국 전쟁연구소(ISW)에 따르면 2024년 10월 2일 야간 공습에서 러시아가 띄운 드론 105대 가운데 23대(22%)가 전자전 교란으로 ‘소실’됐다. 그런데 두 달 뒤인 12월 초에는 그 비율이 45%까지 올랐다. 어느 일요일 밤에는 110대 중 52대가 격추되고, 50대가 표적에 닿지 못한 채 사라졌다.
우크라이나가 ‘포크로바(Pokrova·보호의 베일)’라 부르는 전자전체계는 러시아 위성항법 신호에 아주 약간 다른 가짜 좌표를 덧씌우는 방식을 사용한다. 포크로바에 당하면 재밍(Jamming) 대비용 관성항법조차 간섭을 알아채지 못한 채 드론이 서서히 엉뚱한 방향으로 끌려간다. 적의 무기에 손 한 번 대지 않고 표적을 비트는 이 장면이 오늘날 전자기전의 본질을 보여준다.
위성항법시스템(GNSS)은 지구 상공의 위성이 쏘는 신호로 위치·항법·시각(Positioning·Navigation·Timing) 정보를 제공하는 체계다. 흔히 ‘GPS’로 통칭하지만 GPS는 사실 미국 체계의 이름일 뿐이다. 현재 전 지구를 담당하는 항법위성체계는 미국 GPS, 러시아 글로나스(GLONASS), 유럽 갈릴레오(Galileo), 중국 베이더우(BeiDou) 등 네 가지다. 일본 QZSS와 인도 NavIC이 지역 범위를 보탠다. 1978년 군사용으로 출발한 GPS가 가장 오래되고 널리 쓰이며, 글로나스·베이더우 역시 군이 운용한다. 어느 위성 신호에 의존하느냐가 전자전의 표적과 방패를 함께 규정한다.
GNSS 전자공격은 크게 세 갈래다. 재밍은 같은 대역에 강한 잡음을 쏟아 미약한 위성 신호를 덮는다. 미코닝(Meaconing)은 정상 신호를 받아 시간만 지연시켜 되쏘아 수신기를 엉뚱한 위치로 끌고 간다. 스푸핑(Spoofing)은 가짜 신호를 만들어 의도한 좌표·시각으로 유도하는데, 수신기 화면에는 정상으로 표시된다. 우크라이나가 샤헤드를 돌려보낸 것이 바로 스푸핑이다. 강한 재밍으로 신호를 무력화한 뒤 미코닝·스푸핑으로 가짜 정보를 주입하는 결합 운용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일상적으로 관찰된다.
이 위협은 두 표면에서 동시에 작동한다. 하나는 무인기·정밀유도무기·전술차량이 의존하는 이동체 PNT 영역이고, 다른 하나는 정찰·통신을 떠받치는 위성 영역이다. 위성이 마비되면 정찰·통신이 끊기고, PNT가 교란되면 무인기·정밀무기의 항법이 무너진다. 서로 다른 표면에서 같은 신경망을 약화하는 구조다.
이는 추상적 우려가 아니라는 것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수치로 드러났다. 미국이 제공한 155㎜ 엑스칼리버 GPS 유도포탄은 강한 전자전 환경에서 명중률이 19발 중 1발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보고됐다. 미군은 이를 이유로 추가 공급을 중단했다. 배경에는 러시아가 약 1200㎞ 전선에 약 10㎞ 간격으로 배치한 폴례-21, 토볼 등이 있다. 특히 토볼은 GNSS와 위성통신을 동시에 교란하는 광역 체계로, 양면을 한묶음으로 노린다. 교란은 군용에 머물지 않고 발트해 민항·해상으로 번졌다. 2025년에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탑승기도 영향을 받았다.
같은 흐름이 한반도로 옮겨오고 있다. 2025년 5월 다국적 제재 모니터링팀(MSMT) 보고서는 러시아가 북한에 방공 장비와 함께 선진 전자전체계를 제공한 것으로 평가했다. 국가정보원도 2024년 6월 국회 보고에서 파병 대가로 전파교란 장비와 기술자문이 제공됐음을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에 투입된 KN-23(화성-11A)의 명중 정확도가 2025년 들어 표적 50~100m 이내로 개선된 것으로 평가된 점도 같은 맥락이다.
이전된 것으로 보이는 기술은 이미 양방향으로 한국을 겨눈다. 2026년 4월 군 당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북한이 2010년대 초반부터 2024년 중반까지 한국의 영상레이다(SAR) 위성, 정찰위성, 통신위성을 상대로 여러 차례 전파공격을 가한 사실이 확인됐다. 위성 영역의 공격이 PNT 교란과 나란히 진행되고 있다.
대응 방향은 두 영역의 성격 차이에서 갈린다. 이동체 PNT 영역에는 이미 실증을 거친 해법이 있다. 모든 대역을 동시 추적해 한 대역이 막히면 우회하는 다중 대역 수신, 연산 실패 전 단계에서 재밍을 탐지·완화하는 기술, 신호가 끊긴 순간 관성센서로 위치를 잇는 추측 항법, 갈릴레오 OSNMA 같은 메시지 인증으로 가짜 신호를 거부하는 방식 등이다. 다국적 수신기들은 2025년 9월 노르웨이에서 열린 ‘재머테스트(Jammertest) 2025’ 같은 국제 공개 실증에서 실제 재밍·미코닝·스푸핑 환경을 극복했다. 강점은 검증 가능성과 도입 속도다. 해안 감시 드론, 경비정, 전술차량 같은 범용 플랫폼에는 이 상용 해법을 신속히 얹는 편이 합리적이다.
반면 위성 자산을 지키는 일은 상용 시장 밖에 있다. 위성의 항재밍 능력을 높이려면 다중 빔 위상배열 안테나, 적응형 빔 형성, 군 전용 암호화 신호 페이로드가 필요하다. 교란 원점 탐지·타격, 우주영역인식(SDA) 기반 상시 감시, 위성 다중화와 회복탄력성 설계도 함께 요구된다. 이는 외국 상용기술에 기대기 어렵기 때문에 독자 설계가 필요한 ‘딥테크’ 영역이다. 결국 범용 시스템은 검증된 상용기술에 맡기되 핵심 연구개발(R&D)은 위성·정밀무기 영역에 집중하는 투 트랙 접근이 현실적 균형점이 된다. 이는 양자택일이 아니라 우선순위의 문제다.
위협의 시계는 무기체계 획득 절차보다 빠르게 돈다. 다중 영역에서 움직이는 무인체계와 자율주행 모빌리티가 보편화될수록 짧은 위치·시간 정보의 단절도 작전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우크라이나가 보여줬듯 좌표와 시간을 지키는 쪽과 비트는 쪽 가운데 누가 우위를 쥐느냐가 승패를 가른다. 검증된 상용 기술의 단기 결합과 핵심 영역의 장기 국산화를 나란히 끌고 가는 일이 균형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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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형석 한성대학교 국방과학대학원 국방전력학과 교수는 한국대드론산업협회 드론센터장,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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