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ANZMIC’에서 찾은 미래 군종의 길

입력 2026. 07. 16   15:44
업데이트 2026. 07. 19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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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성민 중령 <br>육군종합행정학교 군종교육단 목사
형성민 중령 
육군종합행정학교 군종교육단 목사


지난 5월 호주 캔버라 국방부 군종학교(Defence Force Chaplaincy College)를 방문하고 태즈메이니아에서 열린 ‘호주-뉴질랜드 도덕적 손상 콘퍼런스(ANZMIC·Australia and New Zealand Moral Injury Conference)’에 참석했다.

이번 방문은 우리 군에 아직은 생소한 개념인 ‘도덕적 손상(Moral Injury)’의 최신 동향을 파악하고, 이를 치유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배우기 위해 이뤄졌다.

흔히 전장에서의 심리적 고통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만 이해하기 쉽다. 하지만 PTSD의 주된 증상이 두려움과 공포라면 도덕적 손상은 죄책감과 수치심, 그리고 배신감이 핵심이다.

이는 개인이 견지해온 핵심적 도덕 가치나 세계관이 심각한 외상 사건으로 인해 깊은 상처를 입는 것을 의미하며, 호주군은 이를 ‘영혼의 상처’라고 규정한다.

실제로 미군과 호주군의 사례를 보면 전장에서 사망한 장병보다 귀환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살자 수가 월등히 많다는 통계가 있다. 이는 단순한 정신과적 치료를 넘어선 영적 차원의 돌봄(Spiritual Care)이 왜 선행돼야 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번 ANZMIC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민·관·군의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군종병과가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호주군은 도덕적 손상을 단순한 정신 질환이 아닌 ‘신체적-심리적-사회적-영적 증후군’으로 공식 규정하며, 군종장교를 이 문제 해결의 최전선에 배치했다. 특히 호주군이 개발한 ‘PND(Pastoral Narrative Disclosure)’ 프로그램은 매우 체계적이었다.

군종장교라는 안전한 대상 앞에서 사건의 기억을 온전한 이야기로 엮어내고, 이를 ‘자기비난’이 아닌 ‘성장’의 서사로 재구성하는 8단계 프로토콜은 깊은 울림을 줬다.

무엇보다 성직자로서 군종장교가 집전하는 ‘의례(Ritual)’를 통해 장병들에게 실존적 용서와 해방감을 선사하는 과정은 군종병과만이 지닌 고유한 강점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군종장교의 리더십은 언제나 ‘돌봄의 리더십’이어야 한다.

장병들의 고통의 심연에서 함께하는 돌봄으로 그들의 과거 상처가 미래의 선함의 가능성을 가로막지 않도록 돕는 전문가가 돼야 한다. 이번 호주에서의 깨달음을 바탕으로 우리 군종병과가 장병들의 마음과 영혼을 어루만지는 대체 불가능한 선한 영향력을 늘 발휘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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