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권 잡은 美, 주권 침해 논란은 숙제

입력 2026. 07. 16   17:31
업데이트 2026. 07. 19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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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미국의 서반구 우선주의 구현 동향 ③ 파나마 운하

中 영향력 확대 우려한 美 압박
파나마 정부, 미국에 우호적 행보
합동훈련 등 파트너십 점차 확대
운하 방어 위한 다영역 훈련 발전
군사 접근권 확대 거센 반발 초래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의 모습. EPA·연합뉴스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의 모습. EPA·연합뉴스



중국은 광업·에너지·통신 분야를 넘어 해상 기반시설 분야에서의 해외투자에도 적극적 행보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 결과 중국의 국유·민간 기업들은 전 세계 100개 이상의 항구 운영에 관여해 왔다. 특히 이러한 영향력이 중남미 지역까지 확장되면서 미국의 안보·이익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한 전략경쟁에서 정부의 재정 지원, 고품질의 저렴한 기술, 그리고 정치적 후원을 갖춘 해외 기업들을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 때문이다.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지름길인 파나마 운하는 중국의 서반구 지역 투자를 통한 영향력 확장에 따른 우려가 제기된 대표적 사례다. 미국은 1903년 당시 신생 독립국이던 파나마로부터 운하의 운영·통제권을 영구 임대하면서 공병대를 동원해 완공했다. 미국은 1977년에 체결된 토리호스-카터 조약에 따라 1999년 12월 31일부로 운하 통제권을 파나마 정부에 이양했다. 파나마 정부가 전면 통제한 이래 파나마 운하를 통한 매출은 국내총생산(GDP)의 3~4%를 차지하고 있다.

파나마 운하에는 총 5개의 주요 항구가 있다. 그중에서 태평양 쪽의 발보아 항구와 대서양 쪽의 크리스토발 항구는 1997년의 운하 운영권 입찰을 통해 홍콩 기반의 기업인 CK 허치슨 지주회사가 운영을 맡게 되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25년 1월, 취임사를 통해 이 회사의 활동으로 파나마 운하가 사실상 중국의 영향력에 놓였다고 주장하면서 파나마 정부에 이양한 운하 통제권을 환수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러한 미국의 압박에 따라 CK 허치슨 지주회사는 파나마 운하를 포함한 중국·홍콩 지역 이 외의 43개 항구 지분 중 80%를 미국 투자회사 블랙록(BlackRock)이 이끄는 컨소시엄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합의는 철회됐다. 중국 당국이 “국가 주권, 안보 및 발전 이익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반독점 조사를 개시하면서 CK 허치슨 지주회사를 압박했기 때문이다. 이는 경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합병·인수를 거부하는 권한을 정부에 부여한 독점 금지법에 따른 조치였다. 동시에 2020년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홍콩 민간 기업에 대한 중국 당국의 통제력이 강화되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도 주목받았다.

이러한 영향력 경쟁의 구도는 2025년 2월,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의 파나마 순방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루비오 장관은 중국의 운하 주변 영향력이 파나마 운하 중립조약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면서 미국이 조약상 권리를 보호하려는 조치를 단행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미국의 압박에 파나마 정부는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과 관련한 협정을 갱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는 파나마 운하를 둘러싼 미국의 대중국 압박이 성공을 거둔 사례로 평가되었다. 파나마 운하를 둘러싼 미국의 중국의 경쟁적 행보가 치열해질 것임을 시사해준 대목이기도 하다.

파마나 운하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경쟁적 행보가 본격화한 가운데 파나마 정부도 CK 허치슨 지주회사를 상대로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양측이 2021년에 체결한 항구 운영권을 둘러싼 논란이 초래되면서다.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2025년 8월의 정례 기자회견에서 양측의 항구 운영권 양허 연장 계약의 효력에 대해 감사원이 대법원에 무효화를 청구했다면서 법원의 무효 결정이 나오면 공공·민간 파트너십을 통해 운영권을 인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올해 2월 파나마 대법원의 항구 운영권 계약을 위헌으로 판단했으며, 미국은 운영권을 박탈했다. 이에 CK 허치슨 지주회사는 손해배상 청구와 함께 국제 중재도 신청했다.

파마나 운하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경쟁적 행보가 본격화하고 있다. 사진은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기 위해 대기 중인 선박들. AFP·연합뉴스
파마나 운하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경쟁적 행보가 본격화하고 있다. 사진은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기 위해 대기 중인 선박들. AFP·연합뉴스



이러한 파나마 정부의 방침은 파나마 운하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경쟁 구도에서 미국에 우호적인 행보를 견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특히 양국의 군사 분야 협력이 확대되는 추세다.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국방부) 장관의 2025년 4월 파나마 순방이 그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헤그세스 장관은 파나마 운하의 영향력 확대를 매개로 한 중국의 안보위협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중국으로부터 운하를 안전하게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공약을 뒷받침하기 위한 양국의 파트너십 확대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이 양해각서에 따른 안보협력은 합동훈련 확대, 상호운용성 증진, 과거 미국이 사용했던 파나마 내 해군·공군 기지에 대한 순환 주둔 및 접근, 정보공유, 사이버 협력, 양자 안보대화, 운하 기반시설 개선 등 광범위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한편 미 남부사령부(SOUTHCOM)는 2025년 2월부로 파나마 운하청과 사이버 협력 약정을 체결하면서 신흥 사이버 위협에 대비하는 동시에 운하 핵심 기반시설의 운용 지속성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2026년 1월에는 파나마 공공안전부의 감시 작전 역량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고속정을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일련의 동향은 사이버 분야 감시 작전 역량 등 파나마 운하 보호에 요구되는 실질적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양국의 협력 분야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국과 파나마의 연합훈련 발전 추세도 주목되는 점이다. 양국의 연합훈련은 연례·양자 방식의 ‘PANAMAX-Alpha’와 격년·다국적 방식의 ‘PANAMAX’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25년의 PANAMAX-Alpha는 인도적 지원과 재난 대응(HA/DR), 항공기동·해상안보·수색구조, 파나마 운하 기반시설과 주권에 대한 위협을 가정한 통합대응 및 지휘소 훈련 등의 3단계로 진행됐다. 특히 8월 훈련에서는 특수전, 해상차단, 지휘·통제 분야 등으로 범위를 확대했다. 이는 양국의 훈련이 파나마 운하 방어 시나리오에 기반한 다영역 훈련의 방식으로 발전했음을 보여줬다. 한편 PANAMAX 2024의 경우 11개국이 참여했으며, 다국적 작전 계획·실행 능력과 상호운용성 향상 등을 핵심 목표로 진행됐다.

미국은 파나마 운하 중립조약이라는 법적 근거를 토대로 중국의 영향력을 축소하면서 미국의 접근권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파나마 내 미국의 군사적 접근권 확대로 인해 주권 침해 논란이 초래됐다. 특히 미국이 유사시 파나마 운하의 무력 점령 시나리오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나마의 거센 분노를 촉발했다. 미 정부·해군 선박의 파나마 운하 통행료를 면제하기로 합의했다는 미 국무부의 발표 역시 파나마 정부의 즉각적인 반발을 초래하면서 양국의 주권 침해 공방이 전개됐다.

헤그세스 장관의 순방 당시 발표된 양국의 공동성명은 주권 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갈등을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스페인어 성명에서는 ‘파나마의 양도할 수 없는 운하 주권’이 명시됐으나, 영문 성명에서는 이 표현이 빠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파나마 정부는 미국과의 안보협력 강화로 인해 자국의 주권이 침해받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면서 국내적 논란에 대응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갈등적 양상이 미국의 서반구 우선주의 정책에 초래할 영향에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강석율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강석율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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