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연합사, 연합·합동 지속지원훈련
해안 장비·물자 이동부터 집결·분배까지, 신속한 지속지원 체계 검증
무인수상정 모함·수소드론 출격…군수지원 넘어선 ‘미래지향적 훈련’
“당장 무전기에 쓸 배터리도 없는데 어떻게 작전을 하란 말입니까?” 2003년 이라크전쟁에서 미 해병대 종군기자로 활동했던 에반 라이트는 당시의 취재를 모아 발간한 소설 『제너레이션 킬』에서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미 해병대가 겪은 보급 문제를 가감 없이 지적했다. 라이트는 그가 배속됐던 부대가 배터리는 물론 장비 운용에 필요한 윤활유 등 만성적인 보급 부족에 시달렸다고 적었다. 라이트의 보도는 이후 미군이 보급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군수지원 작전을 재검토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그로부터 20여 년 뒤 미군은 그때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정밀한 군수지원체계를 운용하고 있다. 이 사례는 우리 군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때, 제대로 된 군수지원은 전투를 넘어 전쟁의 향방을 판가름하는 핵심 요소임은 최근 전훈을 통해 널리 알려져 있다. 한미연합군사령부가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실시하는 ‘2026년 연합·합동 지속지원훈련(CJST)’은 단순한 군수지원을 넘어 최근 전쟁의 양상에 따른 최신 교리를 접목한 ‘미래지향적 훈련’이었다. 글=맹수열·박상원/사진=조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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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경북 포항시 도구해안. 이곳에서는 CJST의 중요한 한 축인 연합·합동 해안양륙군수지원(C/JLOTS)이 진행됐다. 특히 지난해 새로 도입된 우리 해군의 합동 해안양륙군수지원(JLOTS) 체계가 최초로 참가해 의미를 더했다.
C/JLOTS는 항만 사용이 불가능할 때 해상에서 해안으로 장비·물자를 옮기는 군수지원 수단이다. 핵심은 바다를 가로질러 해안까지 장비와 물자를 얼마나 안전하고 신속하게 하역하느냐다. 이번 훈련에서는 미군 함정에서 하역한 장비와 물자를 우리 군 체계를 통해 양륙하며 한미 체계의 상호운용성을 검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해변에는 이미 한미가 구축한 대형 부유식 부교가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먼바다에 닻을 내린 대형 선박에서 화물선을 통해 옮긴 물자를 부교 앞에서 다시 차량 등으로 해안에 적재하는 작업이 반복됐다.
우리 측 해안양륙군수지원(LOTS) 작전을 총괄한 은동우 해군중령은 “지금까지 우리는 동원 선박에 의존하는 LOTS를 시행했는데, 이번에는 지난해 도입한 JLOTS 체계가 능력을 입증했다는 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돋보인 것은 우리 측 부교에 대기하고 있는 무인수상정 모함. 해군은 무인수상정 모함의 통제 아래 해상에 무인수상정을 투입, 혹시 모를 공격에 대비했다. 과거 경비정을 투입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풍경. 해군이 적극 추진하고 있는 유·무인 복합전투체계의 결실로 보였다.
전장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드론을 적극 활용한 것도 달라진 점이다. 이번 훈련에는 수소드론이 등장, 긴급의료물자 등 빠른 수송이 필요한 물자를 보다 신속하게 이송했다.
컨테이너를 통째로 집어 올려 트럭에 적재하는 리치스태커 같은 중장비가 지나가는 동안 물과 유류 적재도 이뤄졌다. 훈련장 한쪽에는 지상유류분배체계(FDS) 운용이 한창이었다. 해상에서 파이프로 공급된 유류는 미군의 지상 펌프로 임시 유류저장시설로 옮겨졌다. 한미 장병은 유류 이송과 저장 절차를 함께 수행하며 장비의 상호운용성을 확인했다.
장비·물자가 해안에 닿는다고 해서 작전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적 종심을 향한 작전부대에 이 장비와 물자가 얼마나 원활히 보급되느냐는 것. C/JLOTS에 이어 해병대군수단을 중심으로 펼쳐진 전투근무지원지역(CSSA) 훈련이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CSSA 훈련은 해병대1사단 훈련장에서 했다. 전시 군수지원의 핵심이 될 CSSA에는 앞으로 오갈 수많은 차량을 위한 집결지와 식량·유류 등 각종 물자를 재빠르게 분류·적재할 수 있는 집적소가 설치돼 있었다.
지게차가 식량과 군수물자를 실은 팔레트를 차량 위로 들어 올리자 대기하던 차량이 차례로 시동을 걸었다. 한미 장병들은 작은 손짓 하나에도 신경 써 가며 호흡을 맞춰 물자를 분류·적재했다.
CSSA 일대에서는 상륙지원병원 전개 훈련도 펼쳤다. 해병대군수단은 CSSA에 의무지원 시설을 설치하고 전상자 발생을 가정해 응급처치와 후송절차를 숙달했다. 군수지원과 의무지원을 통합해 상륙 이후에도 전투력을 지속 유지할 수 있는 지원체계를 마련한 것이다.
해병대군수단은 이번 CSSA 훈련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군수지원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된 드론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 자폭드론 공격을 무력화하기 위해 사용한 그물망은 가장 간단하면서도 쉬운 대안. 해병대군수단은 차량에 안전 그물망을 씌워 자폭드론의 직접 타격 피해를 최소화했다. 핵심 물자인 유류 공급을 원활히 하기 위한 조치도 눈에 띄었다. 해병대군수단은 차량의 유류탱크 위에 컨테이너를 덧대 공중에서 적 드론이 식별하기 어렵게 하는 ‘작은 트릭’도 고안했다.
이번 CJST는 한미 장병 4400여 명(한국군 2400여 명·미군 2000여 명)과 함정·항공기 등 장비 600여 대가 참가한 역대 최대 규모의 훈련이었다. 연합사는 전영역작전 지원 능력 향상을 위해 지상·해상·공중 등 5개 유형의 지속지원 수단을 통합했다.
이날 포항에서 양륙한 장비·물자는 육로·철도로 전환 수송해 강원 홍천군 매봉산훈련장에 육군7군단이 설치한 지역분배소(ADC)에 도착했다. 군단은 ADC에 모인 물자를 창끝 전투부대까지 적시에 지원하는 분배허브 운용 능력을 검증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
7군단 전투참모단은 분배허브운영센터(DHOC)에서 군수품 수송·분배 상황을 통합관리했다. 7군수지원단은 매봉산훈련장에서 ADC를 운영하며 군수품을 인수·분류해 창끝부대로 분배하는 절차를 숙달했다.
육군은 보급·수송·정비·급양·공병·의무 등 모든 지속지원 기능을 연계해 물자의 인수·분류·저장·수송·분배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점검했다. 또 수송 지연과 시설 피해 등 여러 우발상황을 부여해 제한된 여건 속에서도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
특히 미래 군수지원체계의 전장 적용 가능성을 확인하는 작업도 했다. 육군은 저궤도 상용위성 기반 통신체계를 활용해 지상 통신망이 제한된 상황에서 통신지원 능력을 확인했고, 태양광·기동형 수소연료 발전기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활용해 무소음 자체 전력공급 방안을 검증했다.
포항에 있는 해군항공사령부 비행장에서는 공군기동정찰사령부 긴급대응대대가 항공추진보급기지(ATSP)를 설치해 전투부대에 주요 군수품을 재보급하고, 환자를 후방 지역으로 후송하는 절차를 익혔다. 또 포항 신항에서는 국군수송사령부 항만운영단이 전시 양륙항만 운영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항만운영(SPO) 훈련을 했다.
박진원(육군소장) 연합사 군수참모부장은 “전쟁에서 지속지원은 정말 중요하다”며 “이번 훈련은 한미가 상호운용성을 검증하는 아주 중요하고 뜻깊은 훈련”이라고 평가했다. 프레드릭 크리스트(육군소장) 연합사군수참모차장 역시 “C/JLOTS는 기존 항만을 사용할 수 없을 때 연합군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다”며 “오늘 훈련은 까다로운 조건 속에서도 한미동맹이 상황에 적응하고 전력을 지속 유지하기 위한 추진력을 이어 나갈 수 있음을 증명한 현장”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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