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헌철 특별기획] 헌재 선임헌법연구관에게 듣는 군과 제헌절 의미

입력 2026. 07. 15   17:30
업데이트 2026. 07. 15   17:41
0 댓글

대한민국 헌법 제5조 제2항 ‘정치적 중립성은 준수된다’ 선언
“군의 존재 이유·임무 모두 헌법에 뿌리”

잘못된 과거와 단절, 헌법 안에서 해법 찾는 노력
국방부와 우리 군, 자기성찰에 깊은 존경과 응원
헌법은 장병과 지휘관 여러분 지키기 위해 존재

우리 헌법 제5조 제2항은 국군의 사명을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로 명시하면서 동시에 그 ‘정치적 중립성은 준수된 다’고 선언하고 있다. 군의 존재 이유와 임무, 한계가 모두 헌법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다. 제헌절을 앞두고 박세영 헌법재 판소 선임헌법연구관에게서 헌법적 가치와 관련해 의미 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글=서현우/사진=김태형 기자

박세영 선임헌법연구관
박세영 선임헌법연구관


- 헌법재판연구원은 어떤 역할을 하는 곳인가요?

“헌법재판연구원은 헌법재판소 소속의 연구·교육기관입니다. 헌법과 헌법재판에 관한 심층적인 조사·연구를 하면서 법조인과 공무원은 물론 군 장병부터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여러 대상에게 헌법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장병들의 헌법교육 수요가 증가하면서 군을 대상으로 한 헌법교육도 크게 늘었습니다. 다수의 부대에서 지휘관과 초급간부, 병사 등 다양한 계급을 대상으로 강연을 진행해 왔습니다.

강연을 거듭하며 느낀 것은 군의 관심이 의례적인 수준이 아니라 매우 실질적이고 절실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어떤 명령이 위헌적인 명령인가’ ‘장병의 기본권은 어디까지 보장되는가’와 같은 질문들은 현장에서 실제로 마주한 고민이었습니다. 그 뜨겁고 진지한 눈빛이 지금까지 저희 교육팀 소속 교수님들이 지치지 않고 더욱 적극적으로 강연을 이어 오게 한 가장 큰 동력입니다.”


- 군 부대 강연에서 어떤 내용을 다루시는지요? 

“강연마다 대상과 시간이 다르지만, 핵심 메시지는 하나입니다. ‘헌법은 지휘권을 묶는 족쇄가 아니라 지휘권을 지키는 가장 든든한 방패’라는 점입니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주제를 중심축으로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우선, ‘제복을 입은 시민’으로서 장병의 기본권입니다. 군인 역시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지닌 기본권의 주체입니다. 안보라는 특수성으로 일반시민보다 기본권이 제한될 순 있습니다. 그러나 그 제한에도 결코 넘지 말아야 할 헌법이 정한 한계가 있습니다. ‘군의 특수성’이 기본권 제한의 만능열쇠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설명드립니다.

둘째, 계엄을 비롯한 국가긴급권의 헌법적 한계입니다. 계엄과 같은 국가긴급권은 헌법 위에 서는 절대 권력이 아닙니다. 일상적인 헌법 시스템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비상사태에서 오직 ‘헌법을 지키기 위해’ 예외적으로 허용된 수단일 뿐입니다. 따라서 실체적 요건과 절차적 요건이 엄격히 지켜져야 하며, 발동 후에도 국회의 해제 요구와 사법적 통제라는 견제장치를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셋째, 위헌적 명령과 복종의 한계입니다. 군의 생명은 일사불란한 명령과 복종입니다. 그 복종 의무는 어디까지나 ‘적법한 명령’일 때만 성립합니다. 헌법이라는 명확한 기준이 서 있을 때 명령을 내리는 지휘관도, 수행하는 장병도 법적으로 온전히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헌법을 아는 것이 곧 자신과 부하, 지휘권 자체를 수호하는 ‘방패’가 되는 이유입니다.”


- 이번 제헌절은 군에 어느 해보다 특별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군은 헌법이 탄생시킨 조직이고, 헌법은 군이 목숨 바쳐 지켜야 할 최고의 가치’입니다. 군이 수호하는 ‘대한민국’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영토와 국민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피땀 흘려 쌓아 올린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정체성, 즉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질서 그 자체를 포함합니다. 군이야말로 헌법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것입니다. 12·3 비상계엄 이후 헌법에 대한 군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커진 것을 강연 현장에서 실감합니다. 헌법재판소는 당시 계엄 선포와 그에 따른 일련의 조치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점을 결정을 통해 분명히 확인한 바 있습니다. 군으로서는 무척 아프고 무거운 기억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경험이 군과 헌법의 관계를 가장 건강하게 재정립하는 위대한 전환점이 되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 불법계엄과의 단절을 위한 노력이 중요해 보입니다. 

“잘못된 과거와 단절하고, 그 해법을 ‘헌법’ 안에서 찾고자 치열하게 노력하는 국방부와 우리 군의 자기성찰에 깊은 존경과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이러한 개혁의지 자체가 이미 우리 군의 민주적 역량이 성숙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일 것입니다.

장병 여러분께 꼭 전하고 싶은 건 헌법은 여러분을 시험하는 규범이 아니라 여러분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규범이라는 점입니다. 위헌적 명령의 한계를 이야기하면 자칫 ‘그럼 매 순간 명령의 위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가’라는 부담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헌법이 요구하는 것은 그런 게 아닙니다.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와 한계 안에서 내려지는 군의 정상적인 명령은 당연히 존중하고 복종돼야 하며, 그 명령을 수행하는 장병은 온전히 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헌법이 선을 긋는 것은 그 상식적인 한계를 명백히 벗어난 극단적인 예외의 경우입니다.

일선 지휘관 여러분께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헌법의 테두리 안에 있는 지휘권은 그 누구도 흔들 수 없는 절대적인 정당성과 강력한 힘을 갖습니다. 헌법을 명확히 아는 지휘관이야말로 부하를 책임지고 승리할 수 있는 가장 강한 지휘관입니다.”


- 장병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 주십시오. 

“제헌절은 1948년 7월 17일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가 스스로의 존재방식을 ‘헌법’이라는 문서로 약속한 날입니다. 그 약속이 무수한 위기에도 78년이 지난 오늘까지 이어져 온 것은 헌법이 종이 위의 문장으로 머물지 않고, 역사의 고비마다 살아 움직이며 작동했기 때문입니다. 헌법을 움직이게 하는 힘은 결국 헌법을 알고, 헌법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에게서 나옵니다.

우리 군 장병 한 분 한 분이 헌법정신을 가슴에 새기는 것은 개인의 교양을 넘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안전판을 몇 겹이나 더 두껍게 만드는 숭고한 일입니다. 헌법재판연구원은 앞으로도 군을 비롯해 우리 사회 곳곳에 헌법의 가치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교육적 지원과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이번 제헌절이 우리 군과 헌법이 서로를 더 깊이 신뢰하고 연대하는 뜻깊은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 댓글

오늘의 뉴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