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는 무제한인가?

입력 2026. 07. 15   15:42
업데이트 2026. 07. 15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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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선택 <br>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대학 대우교수
왕선택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대학 대우교수


최근 배재고 야구부 응원 논란을 계기로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배재고 야구부 징계를 두고 비판론자들은 출전정지 6개월은 과도하다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김일성 만세를 외칠 자유까지 인정해야 진정한 표현의 자유”라는 극단적인 주장도 등장했다. 반면 징계 찬성론자들은 5·18 민주화운동을 조롱하거나 혐오 대상으로 삼은 만큼 일벌백계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민주주의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는 것은 일면 자연스럽다.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공통인식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라는 점은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국민이 정부를 비판하고, 정책을 토론하며, 다양한 의견을 자유롭게 제시해야만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한다. 그렇기에 표현의 자유는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고,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다.

민주주의국가 가운데 표현의 자유를 무제한의 권리로 인정하는 나라는 없다. 오히려 현대 민주주의는 표현의 자유와 책임이 함께 간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이를 명확하게 보여 주는 게 대한민국도 가입한 국제인권규약(ICCPR)이다. 규약 제19조는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면서도 권리 행사에는 ‘특별한 의무와 책임(special duties and responsibilities)’을 수반한다고 규정한다. 또한 타인의 권리와 명예를 보호하고 국가안보와 공공질서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 법률에 따라 일정한 제한을 둘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도 같은 취지다. 헌법 제21조 제1항은 언론·출판의 자유를 포함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명백히 선언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제4항에서 타인의 명예나 권리, 공중도덕과 사회윤리를 침해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또한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가 안전보장, 질서 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법률로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명기해 놓고 있다. 우리 헌법 역시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면서도 공익과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에는 책임을 지도록 하는 균형원칙을 채택 중이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표현의 자유를 인정할 것인지가 아니다. 표현의 자유는 헌법에서 포괄적으로 인정한다. 핵심 관심사는 표현의 자유가 책임을 수반한다는 민주주의 원칙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다.

역사적 비극을 조롱의 소재로 삼는 행위는 공동체 신뢰와 교육 목적에 비춰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 다른 사람의 존엄을 훼손하거나 사회 갈등을 증폭시키는 표현에 책임을 묻는 것은 민주주의의 일부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는 법적 책임을 물은 게 아니고 공동체가 윤리적 책임을 묻는 차원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징계 수위가 적절했는지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단순히 표현의 자유 침해 여부만으로 접근하는 건 사태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기둥 중 하나이나 그 기둥은 책임이라는 또 다른 기둥과 함께 설 때 건축물을 안전하게 지탱하는 구조물로 기능할 수 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표현의 자유에는 책임이 수반된다는 공감대가 확산하고, 사회적 토론 수준이 격상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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