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일정 규칙·경향성 가지지만
병력·무기 단순한 비교 수준 넘어
훈련 수준 등 상호작용 분석해야
기존 전투분석모형에 비판적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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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A. 로렌스 『숫자로 보는 전쟁: 재래식 전투의 이해』
Christopher A. Lawrence. 2017. War by Numbers: Understanding Conventional Combat. Potomac Books. pp.374.
크리스토퍼 A. 로렌스의 『숫자로 보는 전쟁: 재래식 전투의 이해』는 재래식 전쟁을 데이터와 통계, 그리고 실증적 사례를 통해 분석한 군사학 연구서다. 이 책은 전쟁을 전략가의 직관이나 역사적 서술에 의존해 이해하는 기존 접근에서 벗어나 수천 건의 실제 전투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쟁의 일반적인 패턴과 법칙을 규명하려는 시도를 했다. 저자는 오랫동안 듀피연구소에서 축적해 온 방대한 전투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전쟁은 완전히 예측 가능한 현상은 아니지만 일정한 규칙성과 경향성을 지닌 분석 가능한 대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는 “방어가 공격보다 더 우세한 전투 형태”라는 클라우제비츠의 격언을 통계적으로 입증하면서 논의를 시작한다. 1600년 이후 605개의 교전 사례를 분석한 결과 방어가 유리함을 확인할 수 있다. 수적 우세에도 공격이 성공할 확률은 74%에 불과한 데 비해 방어는 수적 열세에도 승리할 확률이 64%나 된다. 현대로 올수록 방어가 더 유리해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또한 병력 비율에 대한 논의로 전투력의 실제도 탐색한다. 일반적으로 공격자는 방어자보다 최소 3배 이상의 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3 대 1 법칙이다. 그러나 저자는 수백 건의 실제 전투 사례를 분석한 결과 이러한 법칙은 역사적으로 일관되게 적용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어떤 전투에서는 3배의 병력을 확보하고도 공격이 실패했으며, 반대로 병력 열세에도 불구하고 공격에 성공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그렇다고 저자가 병력비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통계적으로 2배 이상의 병력우위를 갖춰야 승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군대별로 매우 상이하다는 역사적 사실을 밝히면서, 그 이유로 인간적 요소가 작용한다는 점을 소개한다.
제2차 세계대전 사례를 살펴보면 독일군은 훨씬 뛰어난 전투력을 과시했다. 독일군은 소련군과의 전투에서 3배 이상의 손실을 입혔다. 독일군은 수적 열세에서도 공격 실패율이 20%에 불과했지만 소련군의 경우 수적 우세에도 50% 이상 실패했다. 독일군과 소련군의 손실율 차이도 4배나 됐다. 1970년대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군·아랍군의 교전 비율과 비슷하다. 그만큼 인간적 요소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러한 인간적 요소를 트레버 듀피는 전투효율성으로 개념화했다. 전투효율성은 단순한 병력 규모의 함수가 아니라 다양한 질적 요소가 결합된 종합적인 능력이라는 것이다. 이를 저자는 병력 규모뿐만 아니라 훈련 수준, 부대 숙련도, 지휘관의 능력, 정보 획득 능력, 사기, 무기체계, 기동성, 기습 효과, 지형, 기상 조건 등이 동시에 전투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전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병력과 무기를 비교하는 수준을 넘어 각 요소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임무수행, 손실률, 진격률을 통해 전투효율성이 단순한 병력비보다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숫자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저자 분석에 의하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은 미군에 비해 20~30%, 영국군에 비해서는 50% 전투효율성이 높았다. 전쟁 후반부 미군의 전투력도 현저히 향상돼 미군 1명당 독일군의 손실이 0.94명에서 2.51명으로 늘어났다. 하르키우전투에서는 독일군 대비 소련군의 손실율은 5.6명에 달했다.
전투력에서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핵심 요소로 저자는 ‘상황인식’과 ‘기습’ 효과를 분석한다. 전쟁의 안개를 완전히 제거할 수 없기 때문에 정보 부족은 피할 수 없다. 저자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부터 걸프전에 이르기까지 642개의 전투 통계를 분석해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발견한다. 정보우위를 갖추고 작전에 임하는 것은 드문 일이며(10% 이내), 대부분(60%)의 전투는 서로에 대해 비슷한 수준의 지식을 갖고 시작한다는 것이다. 공격자가 ‘훨씬 많은’ 정보를 갖고 있을 경우 공격 성공확률은 80%지만, 방어자가 ‘약간 많은’ 정보를 갖고 있으면 그 확률은 50%로 떨어진다. 방어자가 ‘훨씬 많은‘ 정보를 갖고 있을 경우 공격이 성공하는 사례는 없다. 임무수행에 관한 한 공격자 상황에 대한 방어자의 지식 수준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기습의 중요성을 많이 강조하고 있지만 약 10%에 불과하다. 기습이 이뤄지면 임무수행 성공의 가능성은 50% 향상된다. 특히 방어자가 정보 부족 상황에 놓여 있다면 당연히 기습의 성공가능성은 올라간다(20%). 『손자병법』에서 말하는 “승리는 적에게 있다(可勝在敵)”는 말이 정확하게 적용된다.
지난 200년간 사망자와 부상자의 비율은 대체로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다. 승자의 경우 통상 사망자 1명에 4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최근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의 사망자와 부상자 비율이 사망 1명당 8~9명으로 늘어나고 있다. 직사화기(소총)가 분산화기(박격포)에 비해 더 높은 살상율(25% : 10%)을 보이지만, 전투 환경에 따라 많이 다르다. 6·25전쟁에서는 분산화기에 의한 사망자가 많았지만(59%) 정글에서 전투를 수행했던 베트남전쟁에서는 직사화기가 더 치명적이었다(51%).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사망자의 50%가 급조폭발물(IED)에 의한 것이었다.
시가전 분석 역시 흥미롭다. 일반적으로 시가전은 막대한 피해를 초래하며, 공격이 매우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저자는 제2차 세계대전의 시가전을 분석한 결과 도시라는 환경이 다른 전투와 비교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병력 비율이 2.7배 이상일 경우 대체로 진격하고, 단순 우세 상황에서도 공세를 성공할 확률이 80% 가까이 된다는 것이다. 공격 사상자도 비시가전에 비해 높지 않았다. 그러나 진격 속도는 다소 느린 것으로 조사됐다(도심 0.96~1.49㎞/일, 비도심 2.5㎞/일). 전차의 소모율도 다른 지역에 비해 낮았다. 전투스트레스도 다른 지역 전투에 비해 높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비치명적 부상의 15.53%를 전투스트레스가 차지하지만, 노르망디 전역 시가전의 경우 11.16%에 불과했다. 시가전의 위험이 과장된 것은 스탈린그라드전투와 같은 특별한 사례가 알려졌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 책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전투분석모형’에 대한 비판적 검토다. 저자는 기존의 란체스터 방정식이나 단순 교환비율 모델이 실제 전투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고 언급한다. 이러한 모델은 병력과 화력의 수량적 관계를 설명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인간의 심리, 지휘 능력, 사기, 조직 문화와 같은 질적 요소를 반영하기 어렵다. 따라서 현실적인 전투 예측을 위해서는 실제 전투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계해야 하며, 가정이나 경험적 추정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이는 현대 국방에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오늘날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워게임, 모델링 및 시뮬레이션, 디지털 트윈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는 상황에서 이 책의 의미는 더욱 커지고 있다. 현대 군대는 과거보다 훨씬 많은 전장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있으며, 이를 분석해 전투력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숫자로 보는 전쟁: 재래식 전투의 이해』는 이러한 데이터 중심 군사혁신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저작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전쟁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미래의 작전을 설계하려는 군사 연구자와 정책결정자들에게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필자 최영진은 국방전문가로 전쟁사, 전략론, 정신전력, 병력구조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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