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를 한다는 것

입력 2026. 07. 14   16:01
업데이트 2026. 07. 14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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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홍식 <br>육군정훈연구위원 <br>예비역 육군준장
문홍식 
육군정훈연구위원
예비역 육군준장


얼마 전 한 TV 프로그램에서 육·해·공군에 각각 복무하는 4남매 이야기를 봤다. ‘창군 이래 최초’라는 말도 눈길을 끌었지만, 그보다 네 사람이 어떻게 현역 군인의 길을 걷게 됐을까 하는 궁금증이 더 컸다. 누구 하나라도 군대가 단지 인내하는 곳이라고 여겼다면 네 남매 모두 같은 길을 걷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 장면을 보며 한 사례가 떠올랐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에는 ‘1달러 사나이들’이 있었다. 높은 연봉을 뒤로하고 연 1달러만 받으며 국가를 위해 봉사한 기업인과 전문가들이었다. 그중 윌리엄 크누센은 GM 사장에서 육군 3성 장군으로 임명돼 전시 생산을 지휘했다. 그는 직업군인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전문성을 국가 위기 앞에 내놨다.

비슷한 장면은 오늘날에도 있다. 2025년 미 육군은 ‘Detachment 201’이라는 기술혁신 조직을 만들고, 팔란티어·메타·오픈AI 출신 기술 리더 4명을 육군 예비군 중령으로 임관시켰다. 이들은 야전 군인은 아니지만 첨단 인공지능(AI) 시대 자신의 능력을 군의 혁신에 보태기로 했다.

4남매와 1달러 사나이들, 실리콘밸리의 혁신가들은 서로 다른 시대와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러나 이들을 보며 같은 질문을 떠올리게 된다. 군인은 누구이며, 군대에 복무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어느 현역 대령은 군인을 가리켜 “목숨을 바쳐서라도 국가 보위라는 특수한 임무를 수행하는 대한민국을 가장 사랑하는 존재”라고 했다. 다소 감성적인 표현이지만 군인의 본질을 설명하는 데 이보다 적절한 말도 없을 것이다.

사전적 의미에서 군인은 ‘군대에 복무하는 사람’이다. 여기서 중요한 말은 ‘복무(服務)’다. 군인은 흔히 ‘근무’보다 ‘복무’라는 말을 쓴다. 군인복무신조, 군 복무 당시, 어느 부대에서 복무했다는 표현이 그렇다.

‘복무’에는 숭고한 의미가 담겨 있다. ‘服’은 복종·섬김과 옷, ‘務’는 힘써 일한다는 뜻이다. 영어 ‘serve’ 역시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자신의 시간과 능력, 위험을 감수하는 행위로 확장됐다. 결국 복무란 제복을 입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맡은 자리에서 자신의 이해보다 국가와 국민이라는 대의를 먼저 생각하고 힘쓰는 일이다.

군인을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사람으로만 정의하기엔 부족하다. 군인은 명령을 따르는 사람이지만 단순히 명령만 기다리는 존재는 아니다. ‘자신의 시간·능력·젊음, 때로는 생명까지 공적 임무 앞에 내놓는 사람’이다.

흔히 군대를 가리켜 ‘국민의 군대’라고 한다. 군복을 입은 이들은 ‘국민의 자식’과 같은 존재다. 부모는 자식이 잘못하면 회초리를 들지언정 비하하거나 조롱하지 않는다.

군대와 군인을 가볍게 여기고 조롱하는 일은 국가에도, 국민 개개인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라가 위기에 처하면 가장 먼저 전장으로 나아갈 사람은 그들이다.

이 순간에도 좁디좁은 최전방 소초에서, 바다 한가운데 함정에서, 뜨거운 활주로에서 지휘관·초급간부·병사들은 수고로운 군인의 길을 묵묵히 걷고 있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는 “총과 전차와 비행기는 그 뒤에 단단한 정신과 마음이 없다면 아무것도 아니다”고 했다. 결국 군을 움직이는 것은 첨단 무기와 장비만이 아니라 사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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