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28일 미국 해양대기청(NOAA)의 P-3 ‘커밋(Kermit)’ 허리케인 헌터기는 4등급 허리케인 ‘이언’의 눈벽을 가르고 들어가 12㎏ 무게의 소형 무인기 ‘알티우스-600’을 투하했다. 항공기의 임무는 너무 위험해 들어갈 수 없는 저고도 경계층을 측정하는 것이었다. 드론은 약 1370m 고도에서 날개를 펴고 허리케인 눈 안으로 들어가 900m까지 강하했다. 어느 시점에는 해면에서 60m 위까지 내려가 풍속 시속 약 350㎞의 바람 속에서 2시간 동안 기온·기압·습도 자료를 송신했다. 이는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기상 환경에 드론이 들어가 비행한 첫 번째 사례로 기록됐다. 이 장면은 드론이 기상 그 자체와 상호작용하며 비행하는 시대, 다시 말해 대기 흐름을 동력 자원으로 끌어 쓰는 시대가 열렸음을 의미한다.
2022년 9월 28일 미 해양대기청 P-3 커밋 허리케인 헌터기가 허리케인 ‘이언’을 뚫고 소형 무인기 알티우스-600을 투하하는 모습. 사진=미 해양대기청 공식 홈페이지
오늘날 드론의 가장 큰 제약은 여전히 에너지다. 전기식 멀티콥터는 평균 30~60분, 하이브리드 추진 중형기도 수 시간 비행 뒤에는 충전 또는 연료 보급이 필요하다. 이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두 갈래의 흐름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한쪽은 태양광으로 자체 전력을 생산하며 성층권에 머무는 고고도 의사위성(疑似衛星·High-Altitude Pseudo-Satellite)이다. 위성은 아니지만 위성처럼 한 지역 상공에 오래 머무는 무인기를 뜻한다. 다른 한쪽은 새가 바람을 타듯 대기의 풍속 차이나 상승기류를 이용해 엔진 출력을 최소화하는 소어링(soaring) 비행이다.
제퍼 8 무인기의 비행 모습. 사진=에어버스 공식 홈페이지
성층권 의사위성의 대표 사례는 에어버스사의 ‘제퍼(Zephyr)’ 시리즈다. 2022년 6월 15일 미 육군 유마 시험장에서 이륙한 제퍼 8은 무게 약 60㎏, 날개폭 25m의 태양광 무인기로 8월 18일 한 차례의 고고도 난기류 사건으로 임무를 끝낼 때까지 약 64일 동안 연속 비행했다. 무인기로서는 최장 기록이며 1959년 유인 세스나기가 세운 절대 비행시간 기록(64일 22시간)에서 단 몇 시간 모자란 수준이었다. 비행 고도는 대부분 1만8000~2만1000m의 성층권으로, 제트기류 위쪽에 해당하는 영역이다. 낮에는 태양광으로 배터리를 충전하고 밤에는 그 전력으로 날개를 돌리는 방식이며, 비행 중 약 5만5000㎞를 날고, 1500시간 분량의 자료를 수집했다.
소어링 비행은 한층 더 흥미로운 갈래다. 자연계에는 거의 동력 없이 수천㎞를 날아다니는 비행의 명수가 이미 존재한다. 바닷새 가운데 날개폭이 가장 큰 떠돌이 앨버트로스는 남극해 상공을 돌며 해면 근처에서 고도에 따라 바뀌는 풍속 차이를 타고 솟구쳤다가 미끄러지기를 반복하며 1만㎞ 이상을 거의 날갯짓 없이 비행한다. 이를 ‘다이내믹 소어링’이라고 부른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와 캘리포니아대 등은 이 원리를 무인기에 옮기는 연구를 이어왔으며, 미군도 동력 없이 장거리를 비행하는 무인기 사업을 지원해 왔다.
알티우스-600(앞) 소형 무인기와 미 해양대기청 허리케인 헌터기. 사진=미 해양대기청 공식 홈페이지
이 흐름의 공통점은 비행제어 알고리즘에 기상 정보를 능동적으로 끌어들인다는 것이다. 풍향·풍속·기온층·상승기류를 실시간으로 학습한 인공지능(AI)이 가장 적은 에너지로 가장 오래 머무를 수 있는 고도와 항로를 스스로 선택한다. 글라이더 분야의 ‘경로 최적 소어링’ 연구가 군용으로 옮겨가는 중이며, 기압계·가속도계·라이다 고도계·온도 센서를 융합한 환경 인식 모듈이 함께 발전하고 있다.
군사적으로 이 기술이 갖는 의미는 네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체공 시간의 비약이다. 수십 분 단위로 측정되던 감시 임무가 수일 또는 수개월 단위로 옮겨가면 정찰·통신 중계의 공백이 사실상 사라진다. 둘째, 플랫폼 크기의 축소다. 배터리·연료 부담이 줄면 기체가 작아지고, 작아진 기체는 레이다 피탐성이 낮아져 생존성이 높아진다. 셋째, 위성에 대한 보완재 역할이다. 1만8000~2만1000m 성층권을 도는 의사위성은 저궤도 위성보다 훨씬 가까운 거리에서 동일 지역을 지속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어 GPS 재밍·스푸핑 환경에서 보완 자산으로 검토되고 있다. 넷째, 악기상 환경에서의 측정·감시 능력 확장이다. 사람이 들어가기 어려운 태풍·화산 지대·방사선 누출 지역으로 드론이 대신 들어가는 임무 영역이 열린다.
한반도는 이러한 기술이 의미 있게 적용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산악 지형에서는 사면 상승기류와 산악파가 자주 발생하고, 동·서·남해의 해상에는 수온차에 따른 열기둥이 일상적으로 형성된다. 동해 상공 약 1만~1만2000m 부근의 한대 제트기류는 겨울철 풍속이 시속 200㎞를 넘는 경우도 있어 의사위성 항로 설계의 변수로 다뤄질 만하다.
우리 국립기상과학원은 AI 기반 고고도 기상 예측 모델을 운용 중이며, 국내 학계에서도 글라이더·드론용 경로 최적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군의 중·소형 ISR 무인기에 기상 인식 자율비행 모듈이 결합되면 서북도서·북방한계선(NLL)·비무장지대(DMZ) 고지의 상공에서 감시 공백을 줄이는 데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한반도 상공은 민항 항로와 군용 비행구역이 조밀하게 겹쳐 있어 성층권 의사위성 운용은 공역 협조와 국제 인증 절차가 함께 풀려야 하는 과제가 있다.
결국 이 모든 흐름이 가리키는 방향은 드론이 더 이상 엔진과 날개의 기계적 성능만으로 비행시간을 늘리려는 단계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기의 흐름을 읽고 그 안에서 가장 에너지 효율이 높은 길을 찾아내며 필요할 때는 바람을 동력 자원으로 끌어 쓰는 비행체로 진화하고 있다. 앨버트로스가 수천 만 년에 걸쳐 익힌 비행술을 알고리즘이 모사하기 시작했고, 태양이 키운 전력만으로 두 달을 떠 있는 인공 비행체가 이미 실측됐다. 에너지의 한계를 자연의 자원으로 풀어내는 이 발상의 전환이 미래 드론이 날아다니는 풍경을 다시 그려낼 것이다.
필자 김형석 한성대학교 국방과학대학원 국방전력학과 교수는 한국대드론산업협회 드론센터장,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