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념이 전투력이다
① 세계 전장은 패러다임 전환 중…
2022년 러·우 전쟁 이후 판도 뒤집힌 전장
저가 소형 드론 공세·AI 표적 식별 등 진화
각국 ‘무인화·자율화’ 전력 확충 경쟁 치열
관건은 장기 소모전 버틸 지속 운용 가능성
무기 손에 쥔 ‘사람’의 신념·의지 더 중요
세계 전장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드론과 인공지능(AI), 무인로봇까지 등장하며 전장을 압도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곳곳 분쟁지역에선 이러한 추세와 전혀 다른 사례도 전개되곤 한다. 빈약한 군대가 첨단무기의 강대국을 극복하며 세계를 놀라게 하기도 한다. 이들이 보유한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는 다양한 신념으로 무장한 ‘무형전력’. 그 형태는 다양하다. 때로는 ‘종교적 믿음’이, 때로는 ‘민족주의’가 그 자리를 차지하기도 한다. 이와 달리 우리 군 ‘무형전력’의 가장 중요한 기반 중 하나는 ‘민주주의 신념’. 헌법가치와 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자긍심으로 우리 군이 보유한 ‘첨단전력’을 배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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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집 드론이 지배하는 현대전, 전장은 ‘무인지대’
현대전의 양상은 과거와 다르다. 예전의 우세한 병력과 장비가 중심이었던 전장이 드론 등의 등장으로 판도가 바뀌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4년 넘게 이어진 전쟁은 변화된 전장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한다. 과거 압도적 재래식 화력은 현재 힘을 잃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는 대당 수십만~수백만 원짜리 저가의 소형 드론이 전쟁터를 지배하고 있다. ‘값싼’ 자폭드론과 1인칭 시점(FPV) 드론이 전선을 뒤덮으며 전장의 셈법 자체가 달라졌다. 특히 저렴한 드론은 지속적 투입이 가능해 상대전력을 계속해서 소모시키는 방식의 전투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드론은 전선의 물리적 형태 자체도 바꿔놓았다. 과거 개별 전투 구간의 전선 폭은 1~2㎞, 넓어도 5㎞ 안팎이었다. 하지만 드론은 이 반경을 수십 ㎞로 확대했다. 폭발물을 탑재한 쿼드콥터(회전날개가 4개인 드론)와 옥토콥터(회전날개가 8개인 드론)가 쉴 새 없이 전선 상공을 순찰하며 표적을 찾는다. 이에 병력을 밀집시켜 돌파를 시도하는 전통적 전술은 더 이상 위력을 떨치지 못하게 됐다.
여기에 드론은 기존 방공체계로는 새로운 위협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더욱 위력적이다. 기존 방공시스템은 전투기나 폭격기, 미사일처럼 고속으로 비행하는 단일 표적을 중심으로 기능이 집중됐다. 그러나 드론은 크기가 작고 저속으로 낮게 비행하고 대규모로 운용되기 때문에 기존 장비로는 정확히 포착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전쟁 발발 후 지속적으로 밀리던 우크라이나의 최근 반격 기반도 드론이다. 대규모 군집 드론을 이용한 러시아 본토 공격으로 전세를 뒤집고 있다.
핀란드의 군사용 드론 방어시스템 기업 센소퓨전의 미코 히포넨 최고연구책임자(CRO)는 지난 5월 서울에서 열린 국제콘퍼런스에서 현대전의 특징으로 공격에 동원되는 드론이 수백 대에 달한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드론의 활용으로 전장이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무인지대’가 됐다고 말했다. 전선에 발을 들이는 순간 드론 공격으로 즉사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히포넨 CRO는 항공 드론뿐 아니라 지상, 해상, 수중 드론까지 전장에 등장했다고 밝혔다.
“다음 군비 경쟁은 로봇”… AI·휴머노이드 전장 파고든다
AI의 전장 개입 속도도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이미 AI는 전장의 표적 선정 단계까지 파고들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2023년 10월 가자전쟁 발발 초기 수개월간 이 AI 시스템들을 집중적으로 가동했다. 이스라엘군은 ‘라벤더’와 ‘하브소라’ 등 AI 시스템을 가동해 인물과 건물을 자동으로 표적화했다. 라벤더는 통신 기록과 이동 패턴 등을 분석해 무장조직 연계 가능성이 있는 인물 수만 명을 점수화했다. 정보요원들이 라벤더의 판단에 따라 공격 버튼을 누르는 데 걸린 시간은 20초에 불과했다고 한다.
무인지상로봇(UGV)과 인간형 로봇의 실전 투입도 빨라지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석 달간 UGV를 활용해 약 2만2000건의 작전을 수행했다. 또한 우크라이나군의 드론과 무인차량만으로 일부 러시아군의 항복을 받아낸 사례까지 보고됐다. 미국 스타트업 파운데이션퓨처인더스트리는 군사용 휴머노이드 ‘팬텀 MK-1’을 개발해 올해 초 우크라이나에 보내 시범 운용을 하기도 했다.
중국 역시 초소형 미사일과 유탄 발사기 등을 탑재한 로봇 늑대를 공개하는 등 무인전력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와 관련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최근 “다가오는 군비 경쟁은 로봇”이라며 중국산 로봇에 대한 추가규제 검토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무인화·자율화 가속될 듯…국방 새 판도
향후 전장은 드론과 AI를 중심으로 한 무인화·자율화가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각국은 이미 이런 변화에 발맞춰 조직 자체를 개편하고 있다.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2027~2036년 군사 프로그램 회의에서 “우리는 현재 드론 부대를 독립적 병과로 구축하고 있다”며 “이 부대를 최대한 빨리 개발해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30년부터 2035년까지의 미래 무인항공기 개발 전략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AI센터장 다닐로 츠복도 향후 3~5년 안에 러시아와 이른바 ‘운영체제 전쟁’이 전개될 것으로 내다봤다. 우크라이나는 이미 드론 전담조직·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주변국들도 드론·로봇·AI 전력 확충 경쟁에 뛰어들었다. 전문가들은 대략 2030년대 초중반을 무인·자율 전력이 전장의 주력으로 자리 잡는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우리 군 역시 대응에 나섰다. 국방부는 올해 ‘50만 드론전사’ 양성을 목표로 교육용 소형드론을 확대 보급하기로 했다. 드론작전사령부 본부를 ‘국방드론본부’로 개편하는 등 조직 개편도 이뤄지고 있다.
“전쟁 주체는 결국 사람”…무형전력 가치 부각
그러나 이런 변화가 곧 ‘첨단무기를 많이 가진 쪽이 반드시 이긴다’는 등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전쟁 양상은 ‘첨단무기 보유 여부’보다 ‘그 무기의 지속적 운용’ 문제가 더 중요한 관건이라는 사실을 지적한다. 첨단무기 보유도 중요하지만 결국 전장 성패의 핵심은 장비 운용 인력과 그들을 지탱하는 신념과 의지, 즉 ‘무형전력’이 좌우한다는 분석이다.
이에 우리 군도 첨단 무기체계 확충과 함께 장병 개개인의 신념과 사명감, 즉 ‘무형전력’을 강화하는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그 기반은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신념이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장병들의 의식 수준이나 정신적인 부분이 결국 전쟁의 승패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장병들이 정신 무장이 되면 첨단무기와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상용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도 “싸우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고 정의롭다고 생각해야 동기 부여가 된다”며 “사기 때문에 전세가 뒤집힌 사례도 매우 많다. 정신전력이 제대로 안돼 있는 군대는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면 한 번에 무너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군이 세계 최고의 군대라고 평가받는 이유 중 하나가 정신적으로 준비돼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글=박성준/사진=김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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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전 속 첨단무기
드론이 1000㎞ 날아가 때리고 위험지역엔 로봇 투입
우크라 전장에 ‘자율 추적 AI 드론’ 실전 배치
독일 방산기업 헬싱이 개발한 인공지능(AI) 탑재 드론이 우크라이나 전선에 공급됐다. 이 드론은 러시아군의 전자전 교란으로 조종사와의 무선 신호가 단절되더라도, 내장된 AI 프로세서가 지형 정보와 시각 데이터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사전에 지정된 목표물을 스스로 식별하고 추적해 타격 임무를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장거리 자폭 드론으로 정유시설 타격
우크라이나군이 장거리 공격용 드론을 작전에 투입하고 있다. 해당 드론은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1000㎞ 이상 떨어진 러시아의 정유시설 등 주요 인프라를 수차례 타격했다. 또한 우크라이나군은 1인칭 시점(FPV) 드론에 급조폭발물(IED)이나 박격포탄, RPG-7 대전차 로켓 탄두 등을 붙여 대전차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
무인차량이 노인 구조…‘터미네이터’ 현실로
우크라이나 동부 리만 전선에서는 무인지상차량(UGV)이 투입돼 러시아군의 포격 속에서 70대 노인을 안전지대로 탈출시켰다. 로봇과 드론만으로 러시아군 진지를 점령한 사례도 있다. 또한 미 로봇 스타트업이 개발한 180㎝ 크기의 휴머노이드 로봇 ‘팬텀 MK-1’ 2대가 최전선에 배치돼 정찰 임무 등을 수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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