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스타를 만나다 에이티즈
2018년 데뷔 후 일관된 행보
K팝 글로벌 시장 경쟁력 입증
칼군무·퍼포먼스 매력 완성
빌보드 앨범 차트 정상 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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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사랑이 아니라 동기화다.” 에이티즈(ATEEZ)의 미니 14집 ‘골든 아워: 파트 5(GOLDEN HOUR : Part. 5)’ 소개문이 현재 그룹의 인기를 설명한다. 지난 5일 에이티즈는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 차트 1위에 올랐다. 2023년 ‘더 월드 에피소드 파이널 : 윌(THE WORLD EP.FIN : WILL)’과 2024년 ‘골든 아워 : 파트 2(GOLDEN HOUR : Part. 2)’에 이어 통산 세 번째 정상이다. 2020년대에만 총 9장의 앨범을 10위 내로 진입시키며 앨범 단위로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발매 첫 주에만 미국에서 앨범 판매량 22만8000장을 기록하며 자체 최고 기록을 세웠고, 한국에서는 발매 첫 주에 188만 장의 앨범을 팔았다. 흔히 말하는 ‘4대 기획사’ 하이브, SM, JYP, YG 이외 최초로 빌보드 200 정상에 오른 그룹은 이제 전 세계로부터의 러브콜을 여유롭게 만끽하고 있다.
숫자로만 이해를 강요하지 않는다. 흰 민소매 차림의 남자가 고혹적인 표정으로 비트에 맞춰 손을 내리며 가슴을 튕기는 15초가량의 하이라이트는 K팝 팬들의 알고리즘을 점령했다. 타이틀곡 ‘배드(BAD)’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멤버 산의 퍼포먼스에 에이티니(에이티즈의 팬덤)들은 ‘다 죽자’라는 과격한 이름을 붙였다. 즉각적인 자극은 ‘브리티시 서머 타임 하이드 파크(British Summer Time Hyde Park)’ ‘록 인 로마(Rock in Roma)’와 같은 해외 무대와 더불어 국내 스트리밍 차트 최초 진입이라는 성과까지 남겼다.
에이티즈는 ‘10대들의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담아내겠다는 포부를 이름에 새겼다. 2018년 데뷔 이후 일관된 행보로 그 약속을 지켰다. 십대 하면 떠오르는 청춘이나 반항심, 과한 에너지와 약간의 엉뚱한 생각이 에이티즈의 음악에 새겨져 있다. 그런데 특정 세대로만 국한하기에는 에이티즈라는 그룹이 걸어온 길과 무대 위에서의 매력은 길고도 넓다.
이 팀의 진짜 매력은 ‘K팝의 모든 것’에 충실히 복무한다는 점이다. 에이티즈는 고등학교 시절 혼자 만든 음악을 믹스테이프 형태로 담아 현재 소속사에 보낸 리더 홍중으로부터 출발했다. 호기로운 도전의 결과를 확인하기까지는 1년이라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기획사 직원이 우연히 발견한 음악을 계기로 홍중은 회사의 첫 번째 연습생이 됐다. 보이 그룹 기획과 육성 시스템 도입을 결정해 윤호와 친구 민기, 성화, 여상, 산, 운영, 종호를 선발해 오늘날 여덟 명의 에이티즈가 꾸려졌다. 데뷔 전부터 작사·작곡을 담당했던 홍중을 중심으로 같은 기획사 동료 프로듀서 이든의 프로듀싱 팀 ‘이드너리’와 함께 음악을 만드는 자체 제작 구조를 완성했다. 창작의 결정권을 쥐려고 노력했던 수많은 K팝 보이그룹의 서사를 충실히 계승했다.
멤버들이 직접 건조한 ‘에이티즈 호’는 K팝의 항로를 다시 개척해 왔다. 초창기 그룹을 각인했던 해적 콘셉트는 은유적인 표현이 아니었다. 좌충우돌 부딪치며 과감하게, 때로는 극단적으로 보일지라도 거리낌없이 재치 있는 노랫말을 내뱉으며 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자신들만의 개성으로 확립했다. 그 전술은 기본에 매우 충실하다. 멤버들은 ‘칼군무’라는 단어로 각인되는 다인원 그룹의 일치된 퍼포먼스, 여러 개의 몸이 각자의 매력을 뽐내다 하나의 그림으로 수렴하는 순간의 쾌감을 잘 이해하고 있다. ‘배드’, 거침없는 질주를 선보였던 전작 타이틀 곡 ‘아드레날린(Adrenaline)’, 그룹의 대표곡 ‘워크(WORK)’와 ‘바운시(BOUNCY)’ ‘미친 폼’을 연이어 들어보면 그룹의 선명한 지향을 확인할 수 있다.
몸이 문을 열면 이야기가 붙잡는다. 에이티즈는 K팝 보이그룹 가운데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복잡다단한 세계관을 설계하는 팀이다. 크로머, 할라티즈, 스트릭트랜드 등의 관념으로 이어온 이야기는 이번 앨범에서 ‘소프로(SOPRO)’라는 존재의 의인화로 진화했다. 상대 감정에 완벽히 동기화해 결국 지배하는 존재라는 뜻인데, 통제의 서사를 이성이 아닌 본능의 영역에 넘긴다는 점에서 오늘날 에이티즈에 쏟아지는 환호를 메타적으로 재해석한 결과임을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다. 그리고 그 소프로를 뮤직비디오에서 연기한 배우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로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신인상과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신인 체이스 인피니티다. K팝 커버 댄스 크루 출신으로 오래전부터 에이티즈의 팬임을 공언해 온, 세계에서 가장 촉망받는 배우가 퍼포먼스로 ‘입덕’해 서사로 깊이 남아 있는 팬으로서 동기화의 화신을 연기하고 있다.
K팝은 도파민이 폭발하는 테마파크다. 춤과 노래를 전문적으로 훈련한 청춘들이 전 세계 파이프라인으로부터 공급받은 음악 위에서 기예에 가까운 퍼포먼스를 수행하며 일사불란한 무대를 완성한다. 작가주의적 태도와 청춘에 대한 고민, 사회적 맥락으로부터의 해석을 부정할 필요는 없다. 무엇이 소리를 지르게 하고 입을 틀어막게 만들며, 주저 없이 CD를 구매하고 공연장에 달려가 목 놓아 멤버들의 이름을 부르게 하느냐는 점을 묻고 있다. 브라질리언 펑크(Funk) 위에서 스페인어 발음으로 ‘바드’를 반복하는 ‘배드’는 몸의 음악이다. ‘다 죽자’ 파트의 대유행은 우연이 아니다.
가사 번역이나 세계관에 대한 예습은 나중의 일이다. 리듬과 안무로 직진하는 팀이 바로 에이티즈고, 그 흥은 북미 시장에서의 호응과 세계 대중음악 시장의 유행을 의식해 과거 ‘아리바(ARRIBA)’라는 라틴 파티 곡부터 이번 앨범의 ‘배드’와 ‘마마시타(MAMACITA)’라는 초국적 축제로 이어진다. 과거 그룹이 ‘바운시’에서 외쳤던 ‘청양고추 바이브’가 ‘할라페뇨 바이브’ ‘치폴레 바이브’ ‘하바네로 바이브’로 확장되는 순간이랄까. 알앤비 곡 ‘톡신(TOXIN)’과 ‘바디(BODY)’까지 세계관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결정도 ‘에이티즈 랜드’의 꺼지지 않는 불빛을 영롱하게 담아낸다. 9년 차의 롱런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즉각적 쾌감으로 문을 열고 세계관으로 머물게 하는 ‘배드’한 매력. 거울을 보며 손을 슬쩍 내려보는 건 어떨까.
필자 김도헌은 대중음악평론가다. 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와 편집장을 역임했다. 한국대중음악상 심사위원이다. 음악채널 제너레이트(ZENERATE) 유튜브와 팟캐스트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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