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사회를 마주한 지금, 때로는 괜스레 초조해지기도 한다. 그러다 매달 구독 중인 인공지능(AI)에 물었다. “네가 제일 자신 없는 것, 제일 못하는 게 뭐야?” AI는 대답했다. “책임지는 일.” 이내 쓴웃음을 지었다. 기술이 결코 학습할 수 없는 ‘지휘’의 고귀함과 그 무게를 견뎌야 하는 장교의 숙명을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는 선배 세대의 혁신적인 노력을 레버리지 삼아 특권을 누리는 세대다. 첨단 전략자산의 운용과 더불어 간소화된 행정 등 지난 수십 년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궈 온 그 세대의 처절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앤젤리나 졸리와 제임스 매커보이가 출연한 영화 ‘원티드’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빌린다. 주인공은 폭탄을 멘 수천 마리의 쥐를 트럭에 싣고 적진으로 돌진해 상대의 성을 기습한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폭탄 쥐’라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주인공이 수천 마리의 쥐에게 직접 폭탄을 달았던 그 지독한 집념이다. 오늘날 장교가 갖춰야 할 기본기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가이 스노드그라스는 미 해군 탑건 교관 출신이자 전 미 국방장관 제임스 매티스의 보좌관이었다. 그는 저서 『Topgun’s top10』을 펴내며 최정예 조종사가 갖춰야 할 기본기를 나열한다. 기본기에 대한 그의 집착은 화려한 비행기술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감당해 내는 평정심으로 수렴된다. 도태 예정이던 미국의 A-10 공격기가 이번 중동전쟁에서 보여 준 활약 역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첨단 스텔스기가 전장을 누비는 시대에도 임무의 본질을 꿰뚫은 지휘관이 첨단을 앞서 전장을 장악해서다.
결국 장교의 기본기는 ‘Just do it’의 용기, 앞에 놓인 두려움은 알지만 그럼에도 온전히 ‘해내는 능력’에서 빛을 발한다. 기본이 무너진 상태에서 보여 주기식 미래 가치에만 매몰돼 현실과 비교하는 것은 군을 더욱 무기력하게 할 뿐이다. AI가 결코 할 수 없는 ‘책임’의 영역을 지키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시대 장교의 존재 이유다. 거저 얻을 수 있는 성취는 이제 우리 몫이 아니다. 우리에게 남은 건 견뎌 내고 버텨 내야 하는 것, ‘책임’뿐이다.
“Thank you for your NAVY service.” 듣는 순간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숭고함이 몰려오지 않던가. 그렇다. AI가 결코 대체할 수 없는 불가침영역이다. 우리가 창끝부대와 격오지 또는 정책부서에서 지금의 순간을 ‘감당해 내고 있는’ 존재임을 기억하자. 그리고 서로를 응원하자. 장교의 어깨가 서로 맞닿아 그 ‘책임’을 감당할 만큼 단단해질 때 비로소 우리 해군은 어떤 전장에서도 필승을 보장하고 국민을 지키는 정예해군으로 거듭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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